테니스 스윙의 기본

테니스 스윙의 기본

2018-06-01T13:49:29+00:00 |ENTERTAINMENT|

말하자면 스윙은 모든 것이 하나의 점으로 완벽하게 만나는 순간이다. 모두 스윙하지만 전부 다른 야구, 골프, 탁구, 테니스의 이상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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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는 리듬에서 시작된다. 넓은 커버리지에서 ‘공이 어디로 튈 지’에 모든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공의 바운드부터 리듬은 시작돼요. 공이 떨어지는 순간부터 마음속으로 하나 둘, 하나 둘, 템포를 맞추고 있어야 하죠.” 노갑택 전 국가대표 감독이자 명지대학교 스포츠지도학과 주임교수(이하 교수)는 테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 “리듬, 템포, 타이밍”이라고 말한다. 테니스는 첫 서브 후 스윙과 스트로크, 그리고 풋워크로 정지 동작 없이 이어지는 스포츠다. ‘테니스는 팔이 아니라 발로 하는 스포츠’라는 말처럼 가만히 서서 공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계속 스텝을 밟으며 공을 받아칠 준비도 해야 한다. 공의 리듬, 내 몸의 리듬을 이해해야 모든 게 한 궤로 맞춰진다. 누군가 공을 놓쳐 득점을 올리기까지 랠리는 팽팽한 합주인 셈이다.

말하자면 테니스 타구의 목적은 상대가 이렇게 한껏 조율해놓은 리듬을 깨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상대가 예측하지 못하거나 받아칠 수 없는 빈 곳으로 공을 찔러 넣어 득점을 올리며 말이다. 그렇기에 테니스의 스윙은 오는 공, 보내는 공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화한다. 그립부터 스탠스, 포핸드와 백핸드, 서브, 그라운드 스트로크, 발리, 로브 등 기술과 플랫, 톱스핀, 언더스핀 등의 구질에 따라 스윙의 포즈는 변화무쌍하다. 그러나 그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원칙이 몇 가지 있다.

노갑택 교수는 자신의 손바닥을 펼쳤다. “보세요. 선수 생활도 했고 몇십 년간 테니스를 하고 있지만 굳은살이 거의 없죠.” 비결은 그립의 악력을 약하게 쥐는 것이다. 특히 먼저 공을 토스하는 서브에서는 그립을 놓칠 정도로 충분히 힘을 빼고 잡는 것이 포인트다. 입문자가 범하는 실수 중 하나가 라켓을 힘껏 쥐는 것인데, 이 경우는 좀 더 길어진 팔로 공을 쳐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라켓의 반동력을 전혀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손가락으로 펜 끝을 집어 들어 자연스럽게 흔들리게 두었다. “추가 움직이듯 힘이 빠진 채로 스윙을 해요. 그래야 스피드가 높아지고 회전수가 많아지죠. 힘은 임팩트 순간에만 주면 됩니다.” 이것이 라켓 면과 공이 부딪치는 임팩트 순간에 최대의 에너지를 전달하는 스윙이다. 노재우 인하대 물리학과 교수는 <물리학과 첨단기술>에 게재한 논문에서 테니스 스윙에 이중 진자 모델 이론을 적용한 결과, 손목의 힘을 빼고 한 서브 스윙의 경우 라켓의 순간 속력은 더 증가한다는 결과를 도출하기도 했다.

라켓 면이 공과 닿았다고 스윙이 끝난 건 아니다. 임팩트의 순간 라켓 면이 공이 가장 멀리 나가는 부분인 ‘스위트 스폿’에 맞았다면, “거기서 딱 10센티미터만 더 가라”는 게 노갑택 교수의 팁이다. “임팩트 되고 난 후 10센티미터에서 모든 게 결정됩니다. 라켓 면으로 공을 문질러주듯이 10센티미터만 더 가는 거예요. 10센티미터만 끌고 가면 방향과 정확성, 속도가 월등히 좋아져요. 공이 라켓에 오래 머무를수록 좋죠.” 모든 타법에 해당되는 기술이지만,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와이퍼 스윙이다. 자동차의 와이퍼가 창을 닦듯 움직이는 스윙으로, 임팩트 시점부터 라켓 면으로 공을 문질러 감아올리는 기술이다. 제대로 구사할 경우 스핀의 회전수가 늘어 위력적인 샷이 된다.

우든 라켓 시절의 클래식 테니스는 일직선에 가깝게 밀어치는 스윙을 했지만, 라켓 소재가 카본 등 가볍고 견고한 것으로 바뀌면서 모던 테니스는 포물선 궤적의 와이퍼 스윙을 선호한다. 회전력을 높이고 각도를 벌려 상대를 더 많이 뛰게 만드는 스윙이다.

이 스윙은 팔의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이완된 팔을 채찍처럼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쉽다. 몸통을 당기며 이완된 팔로 살짝 쥔 라켓을 채찍처럼 끌어오는 순간, 라켓의 반발력과 함께 가속되는 것이다. 로저 페더러가 모던 테니스 스윙의 우아한 본보기다.

그렇다고 테니스의 스윙이 ‘힘 빼기’의 과학만은 아니다. 유연한 테니스를 위해선 관절 구석구석에 탄성 에너지를 저장해 힘을 응축한 뒤 끌어와야 한다. “복싱에서 잽을 날릴 때, 팔을 구부렸다가 펴는 반동을 주는 원리예요. 쭉 뻗고 있는 상태에선 힘을 쓸 수 없죠. 허리, 어깨, 손목을 내전(안에서 밖으로 비트는 것)해 반동을 줘야 해요.” 우선, 어떤 자세에서든 기동력을 갖추기 위해 무릎을 구부려야 한다. 서브할 때는 그 상태에서 트로피 자세로 점프해 지면 반발력을 이용한다. 라켓을 어깨 뒤로 보내 백스윙을 시작하는 자세인 테이크백 역시 준비돼 있어야 한다. “테이크백이 되어 있지 않으면 스윙 속도가 늦어져요. 선수가 기초적인 문제를 점검할 때 가장 먼저 체크하는 게 테이크백이죠.” 구부린 관절에 저장한 힘은 체중 이동으로 정점을 찍는다. “야구에서 투수가 와인드업을 하듯이, 오른발에 체중을 실었다가 왼발로 가는 스윙이 필요해요. 그만큼의 무게를 싣는 거죠.”

자신의 리듬을 컨트롤했다면, 상대의 리듬을 읽을 차례다. 리듬을 읽는다는 건 공이 떨어진 지점만 보고 쫓아가는 게 아니다. 공이 떨어진 후 바운드될 궤적을 계산해 타이밍을 맞춰 자신을 위치시키고, 공의 구질을 파악해 스윙에 대비해야 한다. “테니스는 내 힘으로만 치는 게 아니에요. 상대가 던지는 공의 속도와 힘을 활용해 반발력을 이용해서 치면 불필요한 체력 소모를 줄일 수 있어요. 아주 상대적인 운동이죠.” 자신의 리듬을 읽히지 않기 위해 스트로크를 치는 시늉을 하면서 드롭샷을 하는 등, 상대를 속이는 것도 기술이다. 그만큼 테니스는 정신력 싸움이다. 노갑택 교수가 감독을 맡은 2014년 아시안게임에 정현을 국가대표로 첫 기용했을 때, “주변에선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없는 선수를 쓰는 무리수를 뒀다고 말했다”고들 한다. “그런데 저는 끝까지 고집했어요. 정현 선수는 배짱이 있었거든요. 어떤 위기 상황에 있더라도 시합에 들어가면 자기 공을 치고 나와요. 그리고 제 예상보다 훨씬 빨리 성장했죠.” 자신의 리듬을 지키는 것, 그리고 자기 공을 치는 것. 이것이 테니스 스윙의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