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 조세호 "무지막지하게 웃기고 싶어요"

코미디언 조세호 “무지막지하게 웃기고 싶어요”

2018-06-29T17:07:25+00:00 |ENTERTAINMENT|

거만해 보일까 걱정된다는 조세호는 모든 질문을 느리게 받았다. 가만히 생각하는 얼굴에서 고군분투 뛰어온 진짜 조세호가 스쳤다.

재킷, 이스트 하버 서플러스 at 샌프란시스코 마켓. 팬츠, 로이 로저스 at 샌프란시스코 마켓. 티셔츠, 데우스 at 오쿠스. 시계, 슈즈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재킷, 이스트 하버 서플러스 at 샌프란시스코 마켓. 팬츠, 로이 로저스 at 샌프란시스코 마켓. 티셔츠, 데우스 at 오쿠스. 시계, 슈즈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셔츠, 스카프, 모두 드레익스. 팬츠, 피티 at 샌프란시스코 마켓. 선글라스, 더 너디 × 아야메 at 1LDK SEOUL.

셔츠, 스카프, 모두 드레익스. 팬츠, 피티 at 샌프란시스코 마켓. 선글라스, 더 너디 × 아야메 at 1LDK SEOUL.

요즘 어때요? 고정 스케줄도 있지만, 변동되는 것도 많아서…. 너무 감사하게도 내일부터는 <뭉치면 뜬다>로 3박 4일간 중국 촬영을 가요. 또 너무나 감사하게도 광고가 잡혀 있어서 다녀와서 바로 찍어야 하고요.

행복한가요? 요즘요? 철학이라고 하기엔 좀 웃기지만 그래도 나란 사람은 참 행복한 사람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어떤 점이요? 참, 이런 질문엔 부연해서 답하기가 조금 힘들어요. 제 입으로 뭔가 이야기한다는 게 좀 부끄럽고,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까 싶고, 고민도 많고 겁도 많고요. 다른 사람들이 제 답을 보고, “뭐야” 그럴 수도 있고요.

그럼 제가 대신해볼까요? 지난 18년간 코미디언으로서 이렇게 꾸준히 커리어를 쌓기란 쉽지 않았을텐데 조세호는 그걸 해내는 중이에요. 별다른 스캔들도 없이 성실하게요. 아유, 아니에요. 그렇지 않아요.

류호진 PD가 새로 시작하는 프로그램 <거기가 어딘데>에선 이전보다도 더 단단한 주역으로 출연하는 것 같아요. 조세호의 경력을 보면 역할이 크고 작은 게 대수는 아닌 것 같지만요. 맞아요. 그건 상관없어요. 역할이 크고 작은 건 시청자의 판단인 것 같고, 저는 그냥 이 프로그램이 내가 할 수 있는 건지, 하고 싶은 건지를 생각해요. 그렇다고 제가 프로그램을 고르는 입장은 아직 아니에요. 뭐라고 말하기가 참 어려운….

혹시 거만해 보일까 봐 걱정하는 건가요? 솔직히 그게 제일 신경 쓰여요. 프로그램 때문에 인터뷰를 할 때도 그렇고요. 댓글들을 다 확인하고 거기에서 영향을 받는 편이고…. 착한사람증후군 같은 것일 수 있는데, 어쩌면 제가 지금 하는 일을 갈망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제가 프로그램을 고르는 기준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배부른 소리라고 할 수도 있잖아요? 전 그냥 너무나 좋아하는 이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만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음이 여린 편인가요? 맞아요. 더 솔직히 말하면 눈치를 많이 봐요. 여러 사람의 시선에 나란 사람이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마음이 굉장히 큰가 봐요. 개인적인 이야기인데, 칭찬받는 걸 좋아해요.

지금은 사적인 조세호가 제일 궁금해요. 코미디언이 되고 나서 칭찬을 많이 못 받았어요. 혼도 많이 났고요. 전 가만히 있었는데 같이 일하는 제작진들한테 괜히 혼나는 순간도 있었죠. 그때마다 자신감이 점점 줄었어요. 아침 7시까지 오라고 해서 그 시간까지 갔는데 왜 늦게 왔냐고 그러고…. 흐흐. 스무 살이었으니까 데뷔한 지 얼마 안 됐을 때거든요. 그게 반복되면서 트라우마가 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선지 지금도 칭찬받고 싶은 마음이 정말 커요.

스무 살 이전의 조세호는 달랐나요? 초등학교 때부터 무조건 코미디언이 꿈이었어요. 개그 프로그램 하는 시간을 제일 기다렸어요. 다시보기 서비스가 없을 때잖아요. 도저히 볼 수 없는 날은 아버지가 비디오로 녹화해주시고요. 그러고 보니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 앞에 나서는 걸 좋아했어요. 누군가의 시선을 받는 걸 좋아했고, 그러면서 TV에 나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요. 대학교 진로를 정할 때도 코미디언이 될 수 있는 학교를 찾아서 갔어요. 그냥 조세호 앞에 ‘개그맨’이라는 세 글자를 붙이고 싶었어요. 막연히, 그 타이틀이 갖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지금도 어디 외국 나가서 직업란에 코미디언이라고 쓸 때 되게 행복해요. 새삼 뿌듯한 거죠. 근데 한번은 출입국 사무소 직원이 왜 왔냐고, 관광 아니라 일하러 온 거 아니냐고 괜히 더 물은 적도 있어요.

어느 순간엔 그만두고도 싶었을 텐데, 그때 딱 떠오른 다른 직업은 뭐였어요? 없었죠. 그러니까 문제인 거죠. 하하. ‘내가 할 수 있는 게 개그 말고 또 있을까? 요식업? 아니야, 난 굉장히 게으른 사람이라서 일찍 일어나서 장보고 준비하는 것도 못할 것 같아….’ 이런 고민을 하긴 했어요. 그러다 저희 학교 전유성 교수님을 만나 고민을 터놓은 적이 있어요. “교수님, 질문 있습니다”, “그래 해봐라”, “실은 제가 지금까지 개그맨 일을 해오고 있는데 이 일을 계속하는 게 맞는 건지, 아닌 건지”, “하지 마라”, “예?”, “하지 마”, “어어, 왜요?”, “지금 고민하고 있으면 하지 마, 그럴 거면 뭐 하러 하냐”, “그런데 계속하고 싶어가지고요”, “그러면 해라”, “그런데 좀 어려워서”, “그러면 하지 말라니까?”, “교수님, 지금…”, “그럼 해. 내가 보니까 너 지금 하고 싶네. 그러면 다른 생각 하지 말고 그냥 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냥 해보는 거야, 뭐 있니?” 어떤 느낌인지 알겠죠?

묻길 잘했네요. 요즘엔 미디어 환경이 변하면서 예능인들의 영역이 확 달라졌어요. 어떻게 일해야겠다는 전략을 궁리하기도 해요? 글쎄, 잘은 모르겠는데 다른 것보다도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하자는 생각이 있어요. 누군가 유튜브 같은 개인 방송으로 대박이 나면 나도 해보고 싶다,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냉정히 생각하면 그건 내가 잘하는 분야가 아니에요. 오히려 환경 변화를 지켜보면서 아직까지는 시청자 입장에서 즐기는 사람이랄까요? 이번에 새로 들어간 프로그램 <커버 브라더스> 같은 경우가 그 중간쯤이에요. 유튜브에 있는 웃기고 재밌는 영상을 따라 해보는 형식인데, 유세윤 씨가 SNS 활용을 굉장히 잘하잖아요. 저도 함께 한번 잘해보고 싶고, 호기심도 좀 생겨서 시작했어요.

조세호가 잘하는 쪽이라면? 기본적으로 저는, 무지막지하게 웃기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그냥 막, 정말 나중에 사람들의 기억 속에 조세호라는 사람 때문에 진짜 크게 웃었다, 라는 게 있다면 그게 제일 기쁠 거 같아요.

누구나 기억 속에 ‘조세호 레전드’ 클립을 보면서 크게 웃었던 경험 하나쯤은 있을 거예요. 하나 더 보태자면, 이른바 ‘빅재미’를 주는데도 무례하지 않고, 좀 억울할 정도로 정중하다는 게 조세호의 강점이랄까요? 아 그래요? 아유 감사하게도 좋게 봐주신 것 같은데…. 누군가가 저와 함께 녹화하고, 이를테면 <해피투게더>에 나오는 게스트 분들이, 저 때문에 기분 나빠서 집에 가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해요. 다른 건 몰라도 그거 하나는 확실해요.

몇 년 전 인터뷰에선 “나는 웃음에 MSG는 치지 않는다”라고 말했어요. 그러면서 아마 MSG를 쳤을 거예요, 하하. 어쩌면 지금도?

오늘 촬영장에 입고 온 옷이 예쁩니다. 흰 티셔츠에 실크 스카프. 화보에 나오는 옷은 아니지만, 오늘 인터뷰도 있고, 마침 날씨도 좋고 해서 새 옷을 입었어요. 좀 귀여운 옷이에요.

화보 준비하면서 의상 사이즈를 요청했는데, 가슴둘레부터 팔 길이, 밑위 길이까지, 이렇게 자세하고 꼼꼼한 사이즈를 받아본 건 처음이었어요. 체형이 기성복 입기가 쉽지 않아서 항상 자세하게 알려드려요. 수트도 그래서 맞춰 입게 됐고, 체형이 변하면 그때그때 수선해서 입고요. 남들보다 키가 크지 않고, 외모가 잘생기지도 않아서, 어떻게 하면 나란 사람을 좀 더 가꿀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옷에 관심을 가졌어요. 코미디언이 되고 나서는, 코미디언도 옷을 잘 입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더 챙기게 됐고요. 그런데 선배님들한테도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남희석 선배님이 저 신인 시절에 옷은 항상 반듯하게 잘 입고 다니라는 이야기해주셨어요. 혹시 저를 알아보는 누군가가 ‘아 저 사람은 자기관리 안 하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으니, 때와 장소에 맞는 옷들을 잘 입으라고요.

아직도 톰브라운을 좋아해요? 브랜드를 딱 정해두고 옷을 사진 않고 그때그때 꽂히는 걸 사는 편이어서요. 톰브라운 덕에 ‘톰세호’라 불린 건 제가 그 카디건을 좋아해서, 게다가 비싸게 주고 산 거라, 자주 입어서 그런 것 같아요. 좀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패션에 대해선 지드래곤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검색도 많이 해보고 같은 옷을 매장 가서 입어보기도 했고요. 최근엔 프로그램 때문에 더 자세하게 알게 된 이세이 미야케가 좋아졌고, 운동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어요.

최근에 제일 잘한 쇼핑은요? 음…, 옷은 아니고 게임기요. 동전 넣어서 하는 게임기인데 집에 한 대 설치했어요. 일 끝내고 들어가서 깨끗하게 씻은 다음 맥주 한 캔 옆에다 두고 모아뒀던 동전을 넣어 게임을 해요. 정말 후회 없는 쇼핑이었습니다.

요즘 술자리에서 제일 많이 듣는 말은 뭐예요? 뭐, “연애 언제 하냐?” 그러면 저는 “언젠간 하겠지” 그럽니다.

평소 제일 많이 하는 말은요? 글쎄요. 잘은 모르겠는데, “잘은 모르겠는데” 아닐까요?

“감사하게도”도 추가해야겠어요.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확신에 찬 칭찬 한번 해봅시다. 음…. 아…. 어떤 일이 주어졌을 때 굉장히 파이팅있게 한다는 점? 유치하지만 가끔 제게 “세호야 오늘 하루도 고생했다, 푹 쉬어라”라거나 “오랜만에 여행왔으니 신나게 잘 놀아라”라는 메시지를 던져요. 그래도 내가 지치지 않고 여기까지 달려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