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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글리 하지 않은 스니커즈

2018.08.21GQ

어글리 스니커즈의 홍수 속에서 더 빛나는 담백한 스니커즈들.

12만9천원, 아식스타이거

아식스는 키코 코스타디노프와 협업한 ‘젤버즈’로 이슈를 만들고, 어글리 스니커즈 계열인 ‘젤마이’로 유행에 발맞춰간다. 그리고 ‘젤디아블로’라는 이름의 이 모델이 그렇듯 수더분한 디자인으로 유행에 피로를 느끼는 이들의 마음도 살 줄 안다. 1990년대 처음 출시된 모델로 ‘레트로 무드’를 과격하게 어필하는 대신 보는 이들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정서를 선사한다. 12만9천원, 아식스타이거

 

17만8천원, 베자 by 샌프란시스코 마켓

베자는 유명하지만, 나이키나 아디다스만큼 유명하지는 않다. 디자인을 봐도 무엇 하나 도드라지는 면이 없다. 대신 브랜드와 관련해 ‘천연 소재를 최대한 이용’한다거나 ‘공정 무역을 위해 노력’한다는 이야기가 따라붙는다. 이것이 운동화 기능과 어떤 함수 관계인지 모르겠으나, 누군가에게는 이런 기업 윤리가 기능이나 협업보다 중요할 수 있다. 17만8천원, 베자 by 샌프란시스코 마켓

 

19만8천원, 아사히 by 랜덤워크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에 패전한 후, 미국과 미제를 동경하기 시작한다. 수많은 브랜드가 그 시절 미국 물건을 복원해 ‘미국보다도 미제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데, 아사히도 그런 브랜드다. 20세기 중반과 후반, 미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데크 슈즈와 조깅화의 디자인을 오마주하는데, 디자인 완성도가 수준급이다. 제품 생산은 일본, 그중에서도 신발 제조업의 성지인 후쿠오카현 구루메에서 이루어진다. 그 흔한 로고도 하나 없는 맨송맨송한 디자인이 매력이다. 19만8천원, 아사히 by 랜덤워크

 

21만8천원, 브레산 by 젠틀커브

브레산은 이탈리아에서 4대째 신발을 만들고 있는 유서 깊은 브랜드다. 역사가 긴 이탈리아 브랜드가 그렇듯 가죽을 잘 다루고,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브랜드가 으레 그렇듯 좋은 ‘가성비’를 자랑한다. 22만원에 달하는 가격이 결코 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시중에는 몇 십 만원을 호가하는 베트남산 운동화도 많으니까. 참고로 디자인은 과거 유럽 군인들이 신던 활동화에서 착안했다. 21만8천원, 브레산 by 젠틀커브

 

25만2천원, 리프로덕션 오브 파운드 by 아이엠샵

2016년 론칭한 일본 브랜드로, ‘리프로덕션’이라는 이름처럼 복원하는 식으로 제품을 디자인해 생산한다. 복원은 과거 전 세계 군대에 보급됐던 활동화를 기반으로 하는데, 이 제품은 그 중 프랑스군의 활동화에서 착안했다. 프랑스 국기의 3색을 신발에 배치했으며, 갑피를 이루는 스웨이드와 나일론을 다양한 모양으로 잘라 붙여 꽤나 구조적으로 보인다. 25만2천원, 리프로덕션 오브 파운드 by 아이엠샵

 

36만9천원, 파라부트 by 바버샵

샴보드나 미카엘처럼 파라부트 대표 모델을 신어본 이들이라면 알 텐데, 이들이 만든 구두의 매력은 편안함 착용감과 활용도 높은 디자인에 있다. 그럼 그런 매력을 조금 더 강화하면 어떨까? 이런 호기심에 대한 결과물이 이 스니커즈다. 브랜드의 또 다른 자랑인 양질의 가죽을 사용해 갑피에서 윤기가 흐른다. 36만9천원, 파라부트 by 바버샵

 

49만5천원, 스파워트 by 비이커

볼보나 이케아처럼 북유럽, 특히 스웨덴 브랜드에는 태생적으로 감도는 오라가 있다. 그건 2010년 론칭한 브랜드 스파워트도 예외가 아니어서 ‘마라톤’이라는 모델은 진입 장벽이 높은 스니커즈 시장에서 꽤나 좋은 성적을 거뒀다. 여기 ‘템포’ 모델은 마라톤처럼 로고가 없고 색을 제한적으로 사용하지만, 그보다 형태가 간결하다. 미드솔 앞쪽을 두툼하게 설계해 볼륨을 살린 것도 인상적이다. 49만5천원, 스파워트 by 비이커

 

1백만원, 톰 포드

스포츠 브랜드의 운동화가 기능성이 중요하다면, 럭셔리 브랜드의 스니커즈는 심미적인 측면이 강조된다. 이 모델은 전체적으로 하늘색을 사용한 것이 비범하지만, 색을 톤온톤으로 배치해 과하게 튀거나 거북스럽지 않다. 군데군데 배치한 윤기 도는 검정 가죽도 전체적으로 잘 어울린다. 나일론을 사용해 신발 무게도 가벼운 편. 1백만원, 톰 포드

 

1백12만원, 로로 피아나

앞선 톰 포드 스니커즈가 색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모델은 가죽의 질에 집중했다. 육안으로도 가죽의 부드럽고 고운 질감이 느껴지는데다, 워낙 양질의 가죽이라서 그런지 발색도 여느 제품과 다르다. 게다가 발수 가공을 해서 물에 쉽게 젖지 않으며, 얼룩 방지 처리도 되어 있어 때가 많이 타지 않는다. 우아하며 실용적인 제품. 1백12만원, 로로 피아나

 

1백24만원, 루이 비통

보통의 스니커즈를 덧셈으로 완성한다면, 이 스니커즈는 뺄셈으로 만든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남아 있는 금장 로고와 아일릿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결벽적인 래퍼가 신으면 어울릴만한 디자인. 소고기에 등급이 있듯 피혁에도 품질 차이가 존재하는데, 갑피에 사용한 송아지가죽은 신발에 사용한 게 아까울 정도다. 1백24만원, 루이 비통

 

1백53만원, 브루넬로 쿠치넬리

스포츠 브랜드에서 만들었으면 나일론을 사용했을 부분까지 가죽으로 둘렀다. 덕분에 고급스럽고 차분한 분위기를 풍긴다. 또 디자인이 캐주얼해서인지 가죽 스니커즈 특유의 무거운 느낌도 없다. 중창을 이중으로 만들고, 인솔과 뒤축에 TPU(열가소성 폴리우레탄으로 뒤틀림을 방지하고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를 삽입하는 등 구조적으로 신경 쓴 흔적도 엿보인다. 1백53만원, 브루넬로 쿠치넬리

    에디터
    임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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