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보다 빵집

맛집보다 빵집

2018-08-22T16:45:53+00:00 |food|

공주 밤 식빵에서 치아바타, 바게트, 프레첼, 브리오슈까지. ‘빵덕후’를 위한 따끈따끈한 빵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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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빵 @lepain_seoul
르빵 Le Pain은 프랑스어로 빵(발음은 ‘르 뺑’이지만)이라는 뜻이다. 대놓고 직설적어서 더 믿음직한 이름의 빵집인 르빵의 대표 메뉴는 단연 공주 밤 식빵이다. 아무리 잘게 잘라도 밤이 들어 있지 않은 조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밤이 가득 들어가 있다. 임태언 오너 베이커이자 셰프는 “이왕 넣을 거라면 좋은 것만 듬뿍 넣어야 한다”며 공주까지 내려가 최고의 밤을 찾아냈다. 밤과 빵만으로도 이미 맛있는데 식빵 위에 바삭하고 달콤한 소보로를 양껏 얹어 식감과 맛을 한층 복합적으로 만들었다. 이 집의 또 다른 대표 메뉴 맘모스 빵도 같은 철학으로 만들었다. 손바닥 두 개를 모은 것보다도 더 크며 무게가 1.7킬로그램이나 되는 빵 속에 견과류가 가득하다. 잠실의 작은 빵집으로 시작해 지금은 5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는 브랜드가 된 이유는 이런 계산 없는 마음 덕이다. 그는 최근 망원동에 빵과 요리는 물론 디저트까지 맛볼 수 있는 ‘르빵 더 테이블’을 새롭게 만들었다. ‘시그니처 브레드’라는 이름의 식전 빵을 제공하며 빵과 요리의 경계를 부드럽게 지워낸다. 요리로서의 빵, 식사로서의 빵에 더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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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장베이커스 @artisanbakerm
아티장베이커스는 일체의 화학 첨가제나 제빵 개량제 없이 오직 밀가루, 물, 소금, 천연발효종 으로만 순수한 빵을 만든다. 모태성 오너 베이커는 각 빵의 특성에 맞는 재료와 제법을 찾기 위해 매일 생각을 쉬지 않는다. 엄선한 재료와 숙련된 기술로 만드는 정직한 빵이 있는 곳…. 새삼스레 장인 Artisan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되는 빵집이다. 이곳의 대표적인 빵은 풀리시라는 발효 반죽을 넣은 후 저온에서 오래 발효한 치아바타다. 올리브유가 들어가 은은한 향이 감돌고 촉촉하게 씹히는 속살이 특징이다. 이렇게 만든 치아바타는 발사믹 식초와 올리브유만 살짝 곁들여도 만족감에 눈이 커진다. 치아바타뿐만이 아니다. 큼직한 크루아상과 초콜릿이 들어간 팽 오 쇼콜라는 결이 완벽하게 살아 있다. 장악할 듯이 퍼지는 진한 버터 향이 쫄깃한 속살에 엉겨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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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고야 @choi_goya_
주말이면 인산인해를 이루는 군자역 큰길가의 소박한 동네 빵집 초이고야엔 바게트, 스콘, 프 레첼 등 빵 종류가 다양하다. 바게트와 호밀빵도 좋지만 가장 먼저 시선을 빼앗는 건 각 잡힌 브리오슈다. 최은영 베이커의 정성 들인 반죽 덕에 찢어지는 결이 남다른데, 보는 순간 그냥 한 입 가득 넣고 싶다는 욕망이 먼저 꿈틀댄다. 초이고야에는 치즈, 에그 마요 등 부재료가 들어가는 빵이 많다. 보고 있으면 좋은 술 안주처럼 느껴질 정도다. 역시나 ‘빵맥’이 가능하도록 빵과 어울리는 크래프트 맥주도 판매 한다. “초이고야의 빵은 역시 맥주와 함께할 때 그 진가가 느껴지거든요. 의외로 스콘 같은 바삭하고 달달한 빵도 맥주와 잘 어울려요.” 최 베이커는 새로운 재료가 들어오면 가리지 않고 빵에 넣어본다. 벚꽃 앙금빵, 고수 바게트 등 생소한 조합의 빵이 예고도 없이 등장하니 자주 방문할수록 자주 행복해질 수 있다.

 

5P 뺑드에코

뺑드에코 @kimdongil01
뺑드에코는 지난 2월 판교와 양평의 가게를 정리하고 성수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빵을 만드는 사람이 행복하지 않으면 빵 맛도 좋지 않을 것 같아서 출퇴근 시간을 줄였다. 2층과 3층은 카페로 만들어 빵을 구입한 후 누구나 편안히 맛보고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매출은 좀 줄었지만, 여전히 가게를 찾아오는 단골손님은 걱정 없이 두둑하다. 천연발효 빵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된다면 뺑드에코를 찾아가볼 일이다. 은은한 산미가 감도는 쫄깃한 속살의 ‘신의 바게트’와 캄파뉴, 치아바타 등 익숙한 빵 사이로 시나몬 쿠키나 바나나, 말차가 들어간 바게트처럼 새로운 조합의 빵이 즐비하다. 빵 또한 하나의 요리라는 생각으로 다양한 시도를 멈추지 않는 김동일 베이커 덕분이다. “이곳에 들러주신 손님 모두가 즐거워졌으면 좋겠습니다. 한 번 더 웃고, 한 번 더 행복해지도록요.”

 

3P 츄이구이

츄이구이브레드 @chewygooeybread
프랑스에 바게트가 있다면 독일에는 브레첼이 있다. 옥토버페스트에서는 브레첼을 맥주에 곁들여 즐길 정도니까. 올해 초 신월동에서 서교동으로 이사 온 츄이구이브레드의 프레첼은 짧고 곧게 뻗은 모양새가 꽤 귀엽고 맛은 한없이 담백하다. 변규강 오너베이커는 목이 멜 정도로 쫀쫀한 프레첼을 어떻게 만들면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일지 고민해왔다. “식사 빵인 프레첼을 디저트나 간식처럼 맛볼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 샌딩을 시작했어요.” 부드러운 식감의 프레첼을 만들고 그 사이에 버터를 크게 잘라 끼워 넣기도 하고 팥앙금과 크림치즈를 넣기도 했다. 크림치즈에도 계절마다 새로운 재료를 섞었다. 단맛이 응축된 말린 토마토를 섞은 토마토 크림치즈와 매일 직접 굽는 뉴욕 치즈케이크를 부숴 넣은 크림치즈는 입 안에 달콤하게 들어와 뱃속에서 든든하게 퍼진다.

 

4-1P 카데뜨

카데뜨 @cadette.seoul
두 오너가 모두 둘째 딸이라 프랑스어로 작은 딸이라는 뜻의 ‘카데뜨 cadette’ 라고 이름 붙인 빵집. 이름만큼 사랑스러운 이 공간에는 고소한 밀가루와 버터의 향기가 끊임없이 피어오른다. 바로 앞 버스정류장에 가려 큰 길에서는 잘 보이지도 않는데 손님은 늘 가득이다. 카데뜨의 모든 바게트와 캄파뉴는 직접 키운 천연발효종 르방으로 만든다. 그린 올리브와 블랙 올리브가 통으로 들어간 올리브 캄파뉴와 무화과와 피칸이 터져나오는 듯한 모양새의 무화과 피칸 캄파뉴는 보는 순간 맛을 본듯 침이 흐른다. 요리 전문가인 김수아 대표와 제빵 전문가 정유주 대표가 함께 일하고 있는 이곳에선 빵뿐만 아니라 빵과 잘 어울리는 요리도 맛볼 수 있다. 수프에는 두툼하게 잘라 겉만 바삭하게 구운 식빵 한 조각이 들어 있고, 트라디시옹 바게트 사이에 잠봉과 치즈 등을 끼워 넣은 샌드위치도 판매한다. 특히 짭조름한 햄과 쿰쿰한 에멘탈 치즈를 넣은 잠봉치즈 샌드위치는 입천장이 다 까지더라도 기어코 끝까지 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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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브레드 @soulbread_1
소울브레드에서는 기계 반죽 없이 손으로 가볍게 섞은 후 장시간 발효시키는 것으로 반죽을 대신하는 무반죽 빵을 만든다. 밀가루가 조금만 들어간 음식을 먹어도 탈이 날 정도록 소화기가 안 좋았던 권순숙 베이커는 자신도 먹을 수 있는 빵을 만들기 위해 밀가루를 만지기 시작했다. 반죽을 최소한으로 해서 글루텐이 적은 데다 시판 이스트 대신 직접 만든 사워도우 발효종을 사용해 소화가 잘되는 빵을 빚었다. 소울브레드가 처음 문을 연 7년 전에는 150그램의 사워도우 발효종으로 빵을 만들었지만, 매일 두 배씩 자라나는 사워도우 발효종을 버리지 않기 위해 그때부터 매일같이 빵을 구웠다. 그래서 지금은 하루에 생기는 7~8킬로그램의 사워도우 발효종으로 만든 치아바타, 프레첼, 캄파뉴 등 10가지 이상의 빵이 늘 쇼케이스를 지키고 있다. 어떤 빵을 골라도 한 가지는 확실히 보장된다. 특유의 시큼한 맛이 입맛을 확 돋운다는 점이다. 그러니 가볍게 구워 버터만 발라도 한 끼 식사로 모자라지 않다.

 

6P 오헨

오헨 @ohen.la.boulangerie
빵을 두고 ‘겉은 바삭, 안은 촉촉’을 찾는다면 오헨의 크루아상이 답에 가깝다. 버터 향이 가득한 크루아상, 초콜릿이 들어간 팽 오 쇼콜라, 촉촉한 비에누아즈리 등 이 집 빵 맛에 반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서 간판이 없어도 드나드는 이가 수두룩하다. 오헨의 모든 빵은 라몽떼에서 수입하는 프랑스 아티장 밀가루와 사워도우 발효종으로 만든다. 일반적으로 빵을 발효시키는 온도보다 낮은 온도에서 장시간 발효시킨 후 높은 온도에서 빠르게 구워내 속살이 더 부드럽고 촉촉하다. 내부 인테리어에 나무가 많이 보이는 데에도 특별한 이유가 있다. 나무에서 나오는 균이 발효종의 성장을 돕기 때문이다. 맛있는 빵 하나만을 위한 세심함 이다. “작은 동네 빵집은 응당 맛있어야 합니다. 매일 지나가면서 들르게 하려면 사실 가장 맛있어야 하죠.” 김세헌 베이커는 맛있는 빵을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소개하는 방법도 고민한다. 기본만 지키면 빵도 음식도 맛있게 만들 수 있지만, 그 기본을 지켜 제대로 빵을 만드는 일은 정말 쉽지 않다. 오헨은 그 일을 해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