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의 핫플레이스 모보 바, 슬로우치즈,덕후선생, 퍼스

장안의 핫플레이스 모보 바, 슬로우치즈,덕후선생, 퍼스

2018-10-08T11:11:51+00:00 |living|

혼자 나간다. 걷는다. 새로운 공간의, 가장 좋은 자리에 앉는다.

모보 바
웅장한 로비에 들어서면서부터, 특급 호텔의 힘과 무게란 이런 것이었지 새삼 깨닫게 된다. 리뉴얼을 마치고 다시 문을 연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7층 테라스 한 쪽에 자리 잡은 모보 바다. 날씨가 좋을 땐 한쪽 벽을 모두 밀어 빛을 들이는데, 그 빛으로 허브들을 키우는 ‘그린 하우스’도 마련돼 있다. 이곳 칵테일엔 모두 직접 키운 허브가 사용된다. 오후 5시, 문을 열자마자 바 가장 왼쪽 자리에 앉아 ‘Yellow Sea’ 한잔을 마신다.

 

슬로우치즈
이곳을 흰 벽과 바만 덩그러니 보이는 평범한 공간이라 단정 짓는다면 엄청난 실수다. 슬로우치즈는 이탈리아에서도 흔하게 볼 수 없는, 주문하면 모차렐라 치즈를 직접 뽑아 접시 위에 내는 ‘모차렐라 바’다. 메뉴는 카프레제 샐러드 한 종류, 생프로슈토 토스트 한 종류만 만들고 있지만 단출하다기보단 정성스럽다. 5석밖에 안 되는 작은 바 자리, 왼쪽에서 두 번째 자리에 앉아 우유 향이 쫄깃하게 엉긴 치즈와 토마토 한 조각을 맛보면 정신이 조금 맑아진다.

 

위워크 종로타워
위워크는 서울의 랜드마크에 새 둥지를 계속 트는 중이다. 가장 최신의 둥지는 종로타워 최상층에 있다. 휘영청 솟은 사무실에서 내려다보는 풍경도 장관이지만, 33층 메인 라운지의 내부 풍경도 위워크답게 활기차다. 픽셀 아티스트 주재범의 벽화가 그려진 가장 안쪽 자리, 그 아래 원형 소파 중 가장 오른쪽 자리에 앉아본다. 큰 유리창 너머로 남산타워가 압도적으로 다가오는 자리에서 노트북을 펴면 어떤 일도 할 수 있을 듯한 기분이 든다.

 

덕후선생
‘차이니스 다이닝’이라는 카테고리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미식가들의 눈과 입을 사로잡기 위한 온갖 아이디어와 에너지가 몰리는 곳이 바로 중식 업계다. 그중 가장 최근에 문을 연 덕후선생은 3대째 업을 이어오는 오리 캐릭터 ‘덕후’로 이야기를 풀어낸 곳이다. 중앙부 바 자리, 생면을 뽑는 주방 앞 자리를 권한다. 화덕의 불빛, 간판의 불빛이 모두 보이면서 마라새우 같은 풍성한 안주 하나를 놓고도 긴 시간을 혼자 보낼 수 있는 자리다.

 

퍼스
어둑한 분위기가 주는 안정감이야말로 술집을 찾는 이유겠지만 퍼스는 유독 딱 맞춘 듯 포근하다. 처음 문을 열 때부터 혼자 온 손님을 맞이할 생각으로 꾸민 공간이라 더 그렇다. 모든 테이블에는 퍼스에서 제작한 문진과 연필, 노트가 준비돼 있다. 혼자일 때 피어오르는 다양한 감정을 사각사각 써보라는 의미다. 10시가 넘은 밤, 이 작은 테이블 앞에서 스테이크를 썰고 와인을 마시다 물색없는 동그라미를 그리는 시간도 충분히 의미 있다.

 

그랜드 워커힐 더글라스 하우스
워커힐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숲속에 폭 안긴 듯한 ‘더글라스 하우스’를 비밀처럼 간직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지난봄에 리뉴얼 후 새로 문을 연 이곳은 서울 시내에서 조용히 고립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한층 더 아지트 같은 공간으로 변신했다. 아차산이 보이는 방에 앉아 있으면 뛰어다니는 아이들 소리도 들리지 않고, 자동차 바퀴 소리로부터 완벽히 멀어진다. 트래디셔널 스위트룸의 창이 크고 넓다.

 

야키토리 쿠이신보
쿠이신보는 술과 일식을 전문으로 다루는 비범한 술집이다. 최근엔 청담동에 야키토리만 전문으로 하는 세 번째 공간의 문을 다소곳이 열었다. 작정한 듯 크고 널찍한 바가 공간을 가득 채우는 형태인데, 중앙 자리에 앉으면 야키도리를 살뜰히 챙기는 셰프들의 분주한 모습을 정면으로 감상할 수 있다. 토종닭으로 구성된 야키토리 오마카세를 주문한 뒤 생맥주 한잔을 꼭 시킨다. 혼자라는 사실도 잊고 ‘나와 닭의 시간’에만 집중할 수 있다.

 

후암서재
지금 후암동엔 작은 가게들이 조용하게 생기는 중이다. 담벼락 아래 모아놓은 작은 화분들처럼 어느새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후암서재는 공유 서재, 혹은 공유 스터디룸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한 번에 세 명만 들어갈 수 있고, 전체 대관도 가능하다. 서점, 건축, 서울에 관한 책이 마련돼 있고, 커피와 음료도 결제해 마실 수 있다. 간절히 혼자 있고 싶은데 머물 곳이 자동차 운전석밖에 없을 때, 잠깐 들러 정신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자리다.

 

인포멀웨어
요리가 셰프의 기운을 닮고, 연설이 정치인의 사상을 담듯이 편집숍이야말로 주인의 모든 것을 드러낸다. 인포멀웨어는 섬세한 것, 멋있는 것, 가치 있는 것에 대한 기준에서 궁합이 잘 맞아 갈 때마다 한 줌씩 물건을 사서 오는 양품점이다. 최근 이태원에서 논현동으로 공간을 옮기고 더 큰 창으로 빛을 들이고 있다. 한 쪽에 작은 카페도 운영하고 있어 쇼핑의 고민이 길어질 땐 이 빈티지 토넷 의자에 앉아 커피 한잔을 마실 수 있다.

 

에세테라
네오 비스트로 라피네의 두 번째 공간으로 이제 막 오픈 준비를 끝내고 손님을 맞기 시작했다. 매끈한 유리와 거친 콘크리트, 두 가지 상반된 질감이 어우러져 차가운 듯 따뜻하다. 투명한 유리 벽과 여백이 많은 인테리어는 공간을 더 드러나게 해주는데, 빽빽한 건물 사이에서 텅 빈 공간이야말로 휴식이다. 큰 유리를 뚫고 나간 형태로 배치된 벤치에 앉아본다. 낮에는 커피를, 저녁에는 내추럴 와인에 간단한 안주를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