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브 하인즈가 친구들과 만드는 음악 | 지큐 코리아 (GQ Korea)

데브 하인즈가 친구들과 만드는 음악

2019-03-07T14:18:23+00:00 |interview|

블러드 오렌지는 아주 개인적인 음악을 만든다. 친구들과 함께.

데브 하인즈의 코트, 마르니. 스웨터, 조르지오 아르마니. 스니커즈, 살로몬. 모자와 스카프는 그의 것.

Previous Page 애덤 베인브리지의 재킷, 헬무트 랭. 터틀넥, 라프 시몬스. 팬츠, 코치 1941, 구두, 미스터피. 양말, 폴케. 아이제이아 바의 셔츠, 조르지오 아르마니. 팬츠, 알릭스. 구두, 톰포드. 오스틴 윌리엄슨의 팬츠, 구찌, 벨트, 맥시멈 헨리. 구두, 엔지니어드 가먼츠 × 위준. 양말, 폴케. 선글라스, 선 버디즈. 시계, 세이코. 주리 말리의 옷은 모두 그의 것. 에바 톨킨의 옷은 모두 그의 것. 이안 이사야의 수트, 살바토레 페라가모. 톱은 그의 것.

데브테 하인즈는 맨해튼의 촬영 스튜디오에 놓인 베이비 그랜드피아노에 걸터앉았다. 드레드 머리 위에 캉골 모자를 왕관처럼 얹었다. ‘아저씨 스타일’의 살로몬 스니커즈를 신은 발로는 피아노 페달을 부드럽게 밟는 중이다. 그의 친구와 동료들이 한데 모였다. 이들 모두 하인즈의 예명 블러드 오렌지로 내놓은 최신 앨범 <Negro Swan>에 참여했다. 세상에 자기 외에 아무도 없다는 듯 근엄하게 집중한 얼굴로 필립 글래스, 클로드 드뷔시, 프레데리크 쇼팽(C단조 프렐류드)의 섬세한 멜로디를 치는 중이다. “아무데 서나 음악을 만들 수 있어요. 그냥 몰두해버리면 다른 사람은 사라져요.”

데브라고 불리는 하인즈는 고독으로 예술을 만든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협업의 승리이기도 하다. 뉴욕의 예술, 패션, 음악계를 아우르는 친구들이 있다. <Negro Swan>에는 약 30명의 객원 아티스트가 참가했고, 션 “디디” 컴즈, 에이셉 라키, 그리고 트랜스 활동가이자 작가인 재닛 목을 포함한다. 오늘 촬영에 참여한 여섯 명은 재즈 밴드 오닉스 컬렉티브의 오스틴 윌리엄슨과 아이제이아 바, 가수 에바 톨킨, 이안 이사야, 주리 말리(밥 말리의 손녀), 그리고 하인즈와 오랜 협업 관계이며 카인드니스로 더 잘 알려진 애덤 베인브리지다. 90년대 베네통의 광고에서 막 걸어 나온 듯한 차림이다. 촬영장의 분위기는 열정적이다. 하지만 <Negro Swan>의 구슬픈 재즈 톤과 아웃사이더가 되는 처절한 경험에 관한 노래에는 고독, 심지어 슬픔이 배어 있다. 그가 어린 시절부터 느낀 감정이다. “내 위치의 자각과 회상에 관한 노래죠. 저는 항상 제 머릿속에 사는 사람이었어요.” 스핑크스처럼 웃으며 말한다. “전 <Negro Swan>을 ‘고독 속에서 만들어진 집단 음악’이라고 부르죠.”

검은색 가죽 팬츠와 큰 사이즈의 재킷을 입고 머리에 항상 모자를 쓴 하인즈는 오늘날 도회적인 ‘쿨’의 표상이다. 그는 작년 여름 파리로 건너가 친구인 버질 아블로의 루이 비통 데뷔 쇼 런웨이를 활보했다. 하지만 지금 그를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가 어린 시절의 그를 표적이게 했다. 런던 동부에서 괴짜, 즉 손톱을 칠한 스케이트보더/ 음악광이자 훌륭한 축구선수로 성장했다. 그리고 따돌림을 받았다. <Negro Swan>의 오프닝 트랙인 ‘올란도’에서 그는 자신이 갑자기 얻어맞곤 했다고 노래한다. 하지만 노래는 그것만이 런던은 아니었고, 뉴욕도 그렇다는 지독한 갈망을 담고 있다.

그는 전통적인 교습을 받은 첼리스트지만 미국 록의 거친 역사를 담은 <플리즈 킬 미: 펑크의 생생한 구술사>도 읽는 아티스트다. 런던 일대에서 음악을 연주하며 몇 년 동안의 청소년기를 보낸 뒤, 당시 소속 밴드 테스트 아이시클의 취소된 투어용 비자를 들고 충동적으로 미국에 왔다. 2008년에는 퀸스에서 한 달에 약 3백 달러로 “친구의 전 룸메이트의 친구”의 소파에서 잤다. 그는 21세였다. “지금도….” 그는 말한다. “그 시절 머릿속에 품었던 환상이 고스란히 남아 있죠. 뉴욕에 완전히 질려버렸을 때도, 그때는 멋지다고 생각하거든요.”

2016년에 나온 전작 <Freetown Sound>의 투어 중 녹음한 <Negro Swan>은 알앤비와 힙합, 그리고 하인즈의 멋진 팔세토가 곁들여진 맨해튼 문화의 현장을 반영한 결과물처럼 들린다. 아름다운 멜로디에 은은한 노이즈가 얹히고 그 위에 독백이 쌓인다. 이스트 빌리지의 창문을 열고 길거리의 수다와 랩톱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스포티파이 재생 목록을 맞붙여놓은 기분이 든다. 오닉스 컬렉티브의 드러머 윌리엄슨은 “그는 이 도시를 아주 상세하게 포착해요”라고 말한다.

하인즈는 보헤미안적인 관계에 대한 낭만적 이상이 있다. 비싸고, 지저분하고, 기회로 가득한 도시로 옮겨와 힘들게 싸워 얻은 보상이다. <Negro Swan>에서 재닛 목은 이렇게 말한다. “가족도 하나의 공동체라고 생각해요. 생물학적으로 한정된 것이 아니죠. 그리고 우리는 서로를 가족이라고 느껴요.” 하인즈는 어디서든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려 한다. 이번 앨범의 대부분을 이동 중에 녹음한 탓에 호텔방에 간이 스튜디오를 설치하고 갑자기 친분을 쌓아야 했다. “임시방편의 물건으로 가득한 여행가방이 있어요.” 그가 설명한다. “마이크로폰, 드럼머신, 하드 드라이브.” 그에게는 어느 곳이든 신성한 밀실로 바꾸어놓는 놀라운 방법이 있다고 친구들은 말한다. “그는 스튜디오 안에 아주 안전한 공간을 만들죠.” 가수 에바 톨킨이 덧붙인다. 톨킨은 백업 가수로 하인즈와 함께 투어를 다녔고, 그 덕분에 노래에 자신감을 얻었다. “데브와 노래하기 시작하고 나서야 내 목소리가 좋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Negro Swan>은 하인즈가 친구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를 지휘해서 만든 교향곡이 아닌지 이사야에게 물었다. 금빛 사자갈기를 옹브레로 날염해, 순금으로 된 사슬갑옷을 입은 것처럼 보이는 그는 손톱을 반짝이며 스튜디오 뒤쪽 소파에 앉아 있다. “교향곡요? 이봐요, 이 앨범은 뮤지컬이에요.” 그는 사운드의 순수한 매력 너머에 하인즈의 심오한 메시지가 있고 사람들은 여기에 귀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느 흑인 남성의 자각을 향한 여정, 그리고 세상 속에서 마침내 그가 자리를 찾아가는 이야기. “그저 검다는 이유로 늘 차별받는 미운 오리새끼가 되고 싶은 사람은 없어요.” 알앤비, 트랩, 그리고 가스펠이 독특하게 조합된 음악을 추구하는 이사야는 말한다. “<Negro Swan>은 또 다른 방식의 말하기죠. 어둡고 사랑스러워요. 멜라닌의 깨달음이랄까요.”

하지만 아이제이아의 의기양양한 묘사를 음악 속의 우울함, 그리고 뒤에서 친구들이 얘기하는 동안 쇼팽을 연주하는 하인즈와 일치시키긴 쉽지 않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하인즈는 소파에 길게 누웠다. 노래를 만드는 것은, 아무리 친구들이라고 해도, 사람으로 가득한 방에서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일과 비슷할까 싶었다. 그 에너지는 방 안의 모든 이가 공유하는 것이지만, 하모니의 중심에는 단 한 사람뿐이다. 하인즈는 자신이 영화감독에 가깝다고 말한다. 노래는 그의 아이디어지만 이를 구현하기 위해 배우와 조명팀 등을 고용하는 것. “최후의 목표는 나를 달래는 거예요.” 그가 말한다. “그게 내 비전이에요. 처음부터 끝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