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에 끌리는 이유 | 지큐 코리아 (GQ Korea)

반대에 끌리는 이유

2019-06-03T16:07:50+00:00 |relationship|

평소 자기 관리 잘 하는 ‘더 락’ 같은 남자가 좋다고 해놓고 정작 사귀게 된 건 ‘기안84’인 친구에게 물었다. 왜 이상형과 정반대인 사람을 만나게 되었는지. 이들이 내놓은 변은 이랬다.

한결 같은 모습
내 오랜 이상형은 ‘유빈’이었다. 멋지게 태닝된 피부와 허스키한 목소리, 걸크러시의 원조인 원더걸스의 유빈 말이다. 누군가 내게 이상형을 물어오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 이름을 꺼낸 것이 벌써 십년. 그러던 내 눈에 유빈과 정 반대인 그녀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뽀얀 피부, 귀여운 눈웃음. <짱구는 못말려>의 흰둥이를 쏙 빼닮은 그녀는 내가 늘 부르짖던 이상형의 반대편 끝. 만날 때 마다 흰둥이처럼 귀엽게 웃는 모습, 밝고 맑은 한결같은 모습에 끌렸다. 그렇게 10여년을 지켜온 내 이상형 유빈은 흰둥이에게 밀려버렸다.
정준수(회사원)

확 달라진 모습
대학 동기 모임에서 늘 보던 친구라서 별 생각이 없었다. 항상 더벅머리에 엄마가 사준 것 같은 옷을 대충 입고, 피씨방 가서 게임하는 걸 좋아하던 그냥 남자사람 친구. 남들이 뭐라 하건 “난 무조건 잘생긴 남자 만날거야. 예를 들면 이진욱!”을 외쳤던 나로서는 만나면 편한 대학 동기 쯤이었다. 문제는 이 친구가 회사 면접을 보던 날 잡힌 모임에서 벌어졌다. 이 친구가 평소와 다르게 바버샵까지 가서 머리를 단정하게 다듬고, 몸에 잘 맞는 수트를 입고, 면접관들의 질문에 어떤 답을 했는지 설명하는 모습을 보자 ‘혹시 쟤가 이진욱?’이란 생각에 다다르게 된 거다. 막상 내 남친이 되고보니 이진욱은 절대 아니었다는 것이 결론라면 결론이다.
김혜나(브랜드 마케터)

정의로운 모습
나는 매사에 똑 부러지는 걸 좋아한다. 자기 의견을 주장하고 관철시키는 과정을 즐긴다. 그래서 내 책상에는 스티브 잡스 일대기를 그린 책이나 앨런 머스크 명언이 담긴 책이 쌓여있다. 반면 회사 동료인 그는 전형적으로 ‘좋은게 좋은 거’라는 일념 하에 매사 흐리멍텅한 일처리를 자랑했다. 일 하는 방식부터 가치관까지, 내가 찾던 이상형과는 정반대라고 생각했던 어느 날, 함께 같은 프로젝트를 맡게 됐다. 외주 업체에 부당한 요구를 상사에게 서슴없이 항의하는 그의 모습에 사람이 달라보이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한없이 물렁하지만 아니다 싶은 일엔 똑 부러지는 의외의 모습에 반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그의 정의로운 모습을 모르겠지만, 일단 나는 안다.
조은지(광고 기획자)

다정한 모습
요즘 같은 시대에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어려서부터 드웨인 존슨, 그러니까 더락을 좋아했다. 우락부락하고 힘 쎈 남자,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지켜줄 것 같은 남자. 그래서 한국영화 배우 중에서는 마동석을 제일 좋아하기도 하고. 오랫동안 나를 보아온 친구들은 “그렇게 더락을 만나고 싶으면 피트니스 센터로 가라”고 권유했지만 나는 일상에서 영화처럼 만날 수 있기를 바랐다. 주변에 남자라고는 동네 친구 한명이 전부 였는데, 숨쉬기 운동만 하는 이 친구는 나에게 그냥 ‘여자친구’일거라 생각했다. 망한 소개팅을 하소연하기 위해 불러낸 자리에서 숨쉬기 전문가인 이 친구는 물수건이며 콜라며 나를 살뜰하게 챙기며 내 이야기를 경청해줬다. 그때 깨달았다.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지켜줄 수 있는 건 근육이 아니라 다정한 마음이라고 말이다.
장영은(그래픽 디자이너)

프로페셔널한 모습
나는 무조건 보헤미안 같은 여자랑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이를테면 요조 같은. 어디로 훌쩍 떠나 기타 치고 노래하고, 뭐 그런 자유분방한 영혼이 나의 짝꿍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홍보 회사에 다니고 있던 내 ‘여사친’은 그런 나를 늘 ‘베짱이’ 보듯 했다. 내가 회사를 관두고 편집 숍을 내겠다고 했을 때, 그녀는 자신의 오랜 홍보 경력을 바탕으로 홍보 계획 수립부터 실행까지 완벽하게 세팅을 해줬다. 똑부러지고 야무진 그녀의 프로페셔널함 앞에서 이상형 요조는 순식간에 잊혀졌다.
안승범(편집숍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