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공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던 것들 | 지큐 코리아 (GQ Korea)

모공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던 것들

2019-08-19T22:12:36+00:00 |trend|

일단 블랙헤드를 뽑는 전동 기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는 얼마 전 모공의 피지를 미친 듯이 빨아내는 놀라운 전동 기기 광고를 봤다. 블랙헤드 흡입기라 불리는 이 제품은 바나나 정도의 크기로 스킨케어 포럼에서 인기 토픽으로 거론됐다. 마치 딸기 씨를 쏙 빼주듯 얼굴의 블랙헤드를 빨아들이는 아주 소형의 제품이 인기 있는 이유는 자명하다. 속이 시원하니까. 고작 20달러 남짓한 가격에 블랙헤드 제거라는 숙원사업을 이룰 수 있다니. 커피 4잔, 샌드위치 2개 정도를 포기하는 대신에 이 기구를 구입해 깨끗한 피부를 만들 수 있다니. 주문한지 이틀 만에 마침내 택배가 도착했다. 그리고 며칠 뒤 이 기구가 필요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모공 속 블랙헤드는 제거할 필요가 없다.
현미경으로 코를 확대해서 관찰하면, 평균적으로 2만 개 정도의 모공이 보인다. 그 모양이 얼마나 역겨운지…. 그중 구멍 중 하나를 골라서 양쪽에서 누르면 노란 국수가락이 튀어나온다. 그걸 현미경으로 본 느낌이 어떨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하지만 그 가느다란 실은 실제로 모공에서 완전히 다 나온 것이 아니다. 피지를 분비하는 가느다란 실은 모공 속에 자리 잡아 피부 속 기름을 빼내주는 역할을 한다. 즉, 아주 유용한 역할을 해내는 존재다.

피지를 분비하는 가느다란 실이 없다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피부 속 피지가 당신의 눈과 입에서 흘러나오게 된다. 미지근한 점액의 맛은 역겹다. 씻지 않은 시체의 냄새도 풍긴다. 그리고 아마 의학적인 조치가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여기까지는 다 농담이다. 사실 피부 기름이 적절하게 순환하지 않으면 어떤 현상이 일어나게 되는지 잘 모른다. 분명한 건 모공에서 피지가 계속해서 축적되면서 피지를 분비하는 가느다란 실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은 안다. 그리고 모공의 벽을 계속해서 압박하면서 피지를 더욱 크게 만든다. 하지만, 그 크기는 아주 작다. 그 작은 차이로 피부가 더 나빠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설사 그게 블랙헤드라도 말이다.

아무도 당신의 모공 따위에 관심이 없다.
모공까지 관리하고자 하는 마음은 안다. 우리는 때론 얼굴의 아주 작은 부분까지 신경이 쓰이고, 작고 연약한 모공은 내 얼굴에 대한 증오를 표출하기 완벽한 대상이다. 우리의 얼굴을 현미경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모공 이외에도 수많은 피부 표면의 구덩이를 발견할 수 있다. 신이 우리에게 부여한 영혼이 고작 모공 따위에 좌우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분을 느낀다면, 이해하겠다. 나의 경우, 살면서 한 번도 낯선 이의 모공을 알아차린 적이 없다. 그 대상이 연예인이 아니고서야 도대체 어떠한 상황에서 타인의 모공을 주의 깊게 살펴볼까? 보통 우리는 상대방 얼굴 앞으로 그렇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다. 키스할 때 실눈을 뜨면서 모공을 관찰하지 않는 이상.

모공의 사이즈는 바뀔 수 없다.
명확한 이유다. 모공의 사이즈는 바뀌지 않는다.

모공 청소기는 여러모로 의심스럽다.
아마존에서 구입한 모공 청소기를 써봤다. 충전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지만 금방 에너지가 소진되어 비실비실해졌다. 아마존 리뷰를 뒤져봤더니 똑같은 문장의 리뷰를 서로 다른 이름으로 두번 올린 것을 발견했다. 괜히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