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변우석 "양면성을 가진 얼굴이라 생각해요" | 지큐 코리아 (GQ Korea)

배우 변우석 "양면성을 가진 얼굴이라 생각해요"

2019-10-31T14:28:13+00:00 |interview|

수줍게 미소 짓던 변우석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땐 몇 번이나 소리 내 웃었다. 때론 바람처럼 발랄한 생기로, 때론 호방한 기세로 오늘의 시간을 맞이한 변우석.

코트, 팬츠, 모두 김서룡 옴므. 슈즈, 유니페어.

코트, 터틀넥, 팬츠, 모두 보테가 베네타.

재킷, 앤더슨벨. 셔츠, 팬츠, 모두 지방시. 슈즈, 유니페어.

니트, 인스턴트펑크. 벨트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셔츠, 김서룡 옴므.

아까 촬영할 때 빠른 비트의 음악이 나와서 바꿔줄까 물어봤는데 괜찮다고 했잖아요. 그 분위기에서 어떻게 이런 감성적인 눈빛과 움직임이 나와요?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어요. 촬영하는 동안 음악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거든요. 중간에 느린 음악으로 바뀌었을 때부터 들리기 시작했어요.

이것도 물어보려고 했어요. 사진에서 목 뒤의 점이 눈에 띄던데 지워줄까요? 아뇨, 괜찮아요. 그런 것까지 예민하게 하나하나 신경 쓰지 않아요.

뜬금없지만 그 점에 얽힌 에피소드 있어요? 하하. 모기에 목 뒤를 물려 간지러우면 점을 긁게 돼요.

드라마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이하 <꽃파당>)이 방송 중이지만 촬영은 얼마 전 끝났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기분이 왔다 갔다 해요. 이렇게 호흡이 긴 작품을 한 건 처음이에요. 뭔가를 계속하고 있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면서도,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니까 기분 좋아요. 작품 하나를 잘 마무리한 것 같아 뿌듯해요. 근데 다음 작품에 대한 걱정이 들면 백수가 됐네, 하죠.

<꽃파당>은 아는 사람만 알던 변우석이란 배우를 대중들에게 알린 작품이기도 해요. 이제 뭔가 좀 달라졌다고 여기나요? 확실히 좀 더 많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고, 한 사람이라도 저를 더 알게 됐어요. 하지만 다음 단계로 넘어온 것 같다기보단 실력을 더 쌓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다음 작품을 하는 데 플러스 요인이 되기도 해요. <꽃파당>을 잘해서 사람들에게 저를 계속 보여주고 싶었어요.

친한 친구들한테 “넌 TV에 언제 나오냐”라는 소리를 듣곤 했다는 인터뷰를 봤어요. 요즘은 뭐라고 해요? “우석아, 좀 더 열심히 하자.” 정말 친한 친구들이라 짓궂게 말해요. 또 제가 연기하는 ‘도준’을 보면서 손발이 오그라든다고 해요

그럴 만해요. 음주가무를 사랑하며 한량 같은 도준은 이런 말도 아무렇지 않게 하죠. “일단 말을 걸어야 그대의 발을 붙들어둘 거 아닙니까.” 노력의 결과물이에요. 저도 능청스러운 면이 있지만 그 정도는 아니거든요. 드라마 댓글을 검색해보면 ‘도준이 또 끼 부린다’는 반응이 재밌더라고요.

실제로는 어때요? 이성이 오해할 만한 행동을 한다거나. 사람들을 친절하게 대하는 편이라 그런 일이 아예 없진 않아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몸에 밴 행동들이라 뭘 어떻게 하는지.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나오기도 하는데 그 모습을 처음 봤을 때 어땠나요? 분장을 마치고 거울을 봤는데 제 누나가 그 안에 있더라고요. 하하. 누나도 드라마를 보다가 자기가 나온 줄 알았대요.

이번 주 방송에서 도준이 한량으로 살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사연이 공개됐어요. 변우석은 어떤 남모르는 사연을 갖고 있나요? 어렸을 때 부모님 사업이 잘 안 되면서 이사를 가야 했어요. 천장이 낮은 집이었어요. 큰 키 때문에 화장실에 갈 때마다 고개를 숙여야 했어요. 또 계단이 높았던 걸로 기억해요. 할머니와 같이 살았는데 계단을 힘들어 하셨어요. 꼭 성공해서 좋은 집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했어요.

예전 인터뷰에서 스물여덟 살까지는 모든 준비를 마치고, 그 이후부터는 잘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어요. 올해 나이가? 스물아홉 살이니까, 만으로 스물여덟 살요.

그 목표에 어느 정도 닿아 있나요? 스무 살 무렵 가졌던 생각이었어요. 밑도 끝도 없이 스물여덟 살이 성공의 시작점이 될 거라 여겼죠. 그쯤 되면 제 단점들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요? 제가 그렸던 모습과 지금 현실은 차이가 있어요. 연기를 자유롭게 할 줄 알았는데 여전히 어렵고, 바랐던 것만큼 삶도 안정적이지 않아요. 그래도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은 있어요.

스타가 되길 원하나요? 처음에는 스타성에 매력을 느꼈어요. 당연히 누구나 잘되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잖아요. 지금은 스타보다 어떻게 하면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을지가 고민이에요.

이를테면요? 얼마 전까지 연기를 계속하는 게 맞는지 고민이었는데 <꽃파당>을 촬영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생겼어요. ‘연기를 계속하는 게 맞다’라는 답을 얻었죠. 감독님께서 캐스팅 후에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전부터 쭉 저를 봐왔다고.

전공이 연극영화과 맞죠? 모델 일을 하다 제자리를 찾았군요. 모델과 배우 모두 하고 싶었던 일이에요. 모델을 먼저 했을 뿐이죠. 과거 일을 하면서 느낀 만족감을 연기를 통해 다시 느끼고 싶어요.

모델로서 목표를 이뤘다는 이야기로 들리네요. 일을 시작하면서 달력 한 장에 쉴 수 있는 날이 2~3일밖에 없는 빡빡한 스케줄을 한 번만이라도 해보자는 목표를 세웠어요. 근데 나중에 그런 스케줄이 몇 달씩 이어졌어요. 일은 많이 했었죠.

그때 찍은 화보들을 다시 꺼내보기도 해요? 가끔요. 차근차근 올라갔던 과정이 화보를 통해 기억나요. 김서룡 옴므 룩북을 찍으면서 프로필이란 게 생겼고 일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나중에는 해외에도 잠깐 나갔어요. 근데 <지큐>는 저를 잘 안 불러줬던 것 같아요. 왜 그랬죠? 괜찮아요. 오늘 이렇게 화보를 찍었으니. 현재가 더 중요하죠. 하하.

2016년 방송된 <디어 마이 프렌즈>가 배우로서 출발점이었다고요. 3년간 해보니 배우는 어떤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발전을 했지만 하면 할수록 외로운 직업인 것 같아요. 혼자만의 생각을 많이 해야 하면서도 혼자만의 생각에 빠지면 안 되고, 문득 세상에 혼자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지난 시간은 기쁨보다 아픔, 힘듦이 더 많았어요. 성향도 변했어요. 만나는 사람만 만나고, 하는 것만 하고. 저는 아무렇지 않은데 왜 그렇게 재미없게 사냐는 이야기를 듣기도 해요.

요즘 재미있는 것 세 개를 꼽아보자면요? 침대에 누워 있기, 웹소설. 예전에 읽었던 <달빛조각사>라는 웹소설을 다시 보고 있어요. 그리고 뭐가 있을까, 필라테스. 최근 시작했어요.

일상의 가장 큰 이벤트라고 할 수 있는 게 있나요? 친한 친구들과 생일마다 1박 2일로 여행을 가요. 오전에 족구 하고, 오후에 축구공 차고, 저녁이 되면 고기를 구워 먹어요. 매년 똑같지만 매번 즐거워요.

모델 친구들도 꽤 있죠? 요즘 만나면 중요한 화두는 뭔가요? 대부분 배우 준비를 하고 있어서 연기나 최근 본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해요.

배우가 되길 원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있어요? 아직 누군가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위치는 아니지만 경험상 이 얘기는 해주고 싶어요. 모델은 다른 배우 지망생에 비해 대중들에게 얼굴을 보여드릴 기회가 더 많아요. 이걸 믿고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았으면 해요. 저도 나름 최선을 다한다고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보다 더 열심히 할 수 있었을 텐데, 해요.

피지컬적인 측면은 어때요? 큰 키라든가. 배우는 보여지는 직업이기 때문에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키가 커서 카메라 앵글을 잡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해요.

풀샷만 선택해서 찍으면 좋을 텐데 드라마는 클로즈업이 절반 이상이잖아요. 내 얼굴은 이렇다, 그런 게 있어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볼지 모르겠지만 이미지가 뚜렷하지 않은 것 같아요. 대신 뭐랄까, 양면성을 가진 얼굴이라 생각해요. 유하게 보이거나, 세게 보일 수 있는. 배우로서 장점이라 생각해요. 가끔 거울을 보면서 여러 표정을 짓곤 해요. 혼자 광기 어린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사람들이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져요.

10년 뒤 얼굴을 상상하기도 해요? 그건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음, 아버지의 얼굴을 닮았으면 좋겠어요. 주름이 굉장히 멋있으시거든요.

변우석의 월요일, 화요일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꽃파당>이 방송되는 날인데. 일상에 큰 변화는 없지만 드라마가 방송되기 한두 시간 전에는 두근두근해요. 평소에는 부모님과 함께 본방을 보거든요. 이번 주 방송 때 키스 신이 나올 걸 알고 주차장에서 휴대 전화로 그 장면을 보고 나서 집에 갔어요. 창피하잖아요. 근데 회상 장면으로 키스 신이 계속 나오더라고요. 하하.

인터뷰 끝나는 대로 오디션을 보러 간다고 들었어요. 전략은 뭔가요? 준비된 대본이 있긴 한데 그보다는 변우석을 보여주는 게 목표예요. 연기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거기에만 치중하면 제가 가진 매력을 온전히 드러내기 어렵더라고요. “매력이 뭐예요?”라고 물으면 할 수 있는 걸 보여주려고 해요.

오늘은요? 물구나무 서서 푸시업. 운동 능력이 평균 이상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