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MAN OF THE YEAR – 손담비 | 지큐 코리아 (GQ Korea)

WOMAN OF THE YEAR – 손담비

2019-11-20T16:46:57+00:00 |interview|

온 세상이 빛나는 12월, 그 어느 때보다 당당하고 눈부시게 반짝이는 손담비.

시스루 로고 보디 수트, 레드 페이턴트 롱부츠, 모두 펜디. 레드 레더 하이웨이스트 스커트, 푸시버튼.

지브라 패턴 스팽글 드레스, 마이클 마이클 코어스. 앵클 스트랩 힐, 조르지오 아르마니.

블랙 퍼프 슬리브 드레스, 페이우. 메시 앵클 슈즈, 마놀로 블라닉.

깅엄 체크 스팽글 원피스, 에스카다 스포츠. 레드 앵클부츠, 레이첼콕스.

벨벳 보디 수트, 페이우. 레더 재킷, 엠포리오 아르마니. 레더 팬츠, 푸시버튼. 레더 부츠, 엠포리오 아르마니.

블랙 스팽글 원피스, 마이클 마이클 코어스. 레더 부츠, 조르지오 아르마니.

니트 롱 드레스, 스터드 장식 체인 벨트, 모두 알렉산더 맥퀸. 레더 부츠, 토즈.

스팽글 톱, 페이우. 팬츠, 푸시버튼. 실버 이어링, 앵브록스.

머리를 검은색으로 염색했네요. 종영을 앞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연기한 향미는 ‘뿌염’이 시급한데 말이죠. 촬영이 다 끝나자마자 염색을 했어요. 검은 머리가 눈높이까지 내려왔거든요. 막상 염색을 하고 나니까 섭섭하기도 해요. 촬영이 끝났다는 사실이 실감나요.

향미의 헤어스타일은 누구 아이디어였어요? 제가 먼저 제안했어요. 향미라는 캐릭터가 지닌 촌스럽고도 직관적인 성향을 살리면 좋겠더라고요.

많은 사람이 언급하고 있는 그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어떤 이미지가 떠올랐나요? 자유분방하면서 수더분하고, 맹한 구석도 있는 캐릭터. 거의 맞았죠.

처음 배역 제의를 받았을 때 어땠나요? 사실 많이 고민했어요. 향미처럼 성장 과정과 배경이 복잡한 인물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막막했거든요. 이전에 했던 역할과는 출발점부터 달랐어요.

결과적으로 현명한 선택이었어요. 이렇게 <지큐>의 ‘Woman of The Year’ 주인공으로 선정되기도 했고요. 노력한 만큼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어서 다행이에요. 시청률도 중요하지만 걱정과 달리 회차가 진행될수록 캐릭터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줄 수 있어서 뿌듯했어요. 특히 12화의 주인공은 향미라 할 수 있는데 그 촬영 이후 배우로서 커다란 관문을 잘 넘은 듯했어요.

향미는 별 생각 없어 보이지만, 알고 보면 누구보다 주도 면밀한 사람이에요. 옹산군의 남자들이 하나둘 약점을 들키고 말죠. 하하. 만만해 보이는 게 향미의 가장 큰 무기인 줄 몰랐던 거예요. 시나리오를 보면서 어떻게 하면 더 허술하게 보일지 고민했어요. 그래서 표정 연습을 많이 했죠. 상대를 바라보는 듯하면서도 엉뚱한 곳을 응시하는 듯한 아리송한 시선 처리! 또 향미는 말투가 느릿하고 어리숙하잖아요. 저는 성격이 급해 말이 빨라요. 아무리 연기라고 해도 한번에 습관을 바꾸기란 쉽지 않았죠.

연기는 힘들었지만 잊지 못할 장면이나 대사가 있나요? 동백(공효진) 언니의 3천만원을 들고 도망갔다가 다시 돌아와 스쿠터 앞에서 이야기를 하는 장면요. “너나 나나 인생 바닥인 건 쌤쌤인데, 사랑받아 본 적도 없는 년이 뭘 다 퍼줘? 물망초 꽃말이 뭔지 알아? ‘나를 잊지 말아요.’ 너 하나는 나 좀 기억해주라. 그래야 나도 세상에 살다 간 것 같지.” 연기를 하면서 그렇게 많이 운 건 처음이었어요. 연습을 가장 많이 한 대사이기도 했고요. 향미의 내면에 가득 찬, 소외된 사람의 삶에 지독하게 쌓여온 감정이 그때 폭발한 것 같아요.

방송 후 “마침내 손담비가 인생 배역을 만났다”는 얘기가 나왔을 정도로 화제가 된 장면이었죠. 그거 알아요? ‘손담비가 손담비를 연기한 것 아니냐’는 댓글도 있어요. 정말요? 실제 성격은 향미와 전혀 달라요. 반대에 가깝죠. 직설적이고, 털털하고. 막힌 데 없이 화끈한 면도 있어요. “세다”와 “머스마 같다”는 말을 자주 듣기도 해요. 그래서 여자 팬들이 많은가 봐요. 향미와 비슷한 점이라면… 눈치가 빠른 거?

드라마에서 동백은 향미의 고용주이자 모든 걸 품어주는 언니, 그리고 외로운 마음에 공감하는 친구였어요. 손담비에겐 누가 그런 사람이죠? 정려원 언니요. 가수에서 배우로 전향한 인생 선배이자 연기 코치예요. 배울 점이 정말 많아요. 연기나 촬영 때문에 힘든 순간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려원 언니의 말이 응원이 됐어요. “담비야, 나는 향미가 최고더라. 향미밖에 안 보여.” 의지가 되는 사람의 격려라 무엇보다 큰 힘이 됐죠. 그러고 보니 려원 언니도 여자들한테 인기가 많아요. 하하.

현장 분위기는 어땠어요? 지난 여름부터 겨울까지 촬영이 길었고 지방을 오가느라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대부분의 촬영을 포항에서 했어요. 차로 5시간이 걸리는 거리인데 힘들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근데 감독님이 천사처럼 착하기로 유명한 분이에요. 촬영장 분위기가 늘 화기애애했어요. 동료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제 생일을 챙겨주기도 했고요. 작품과 사람, 포항이란 도시까지 정이 들었어요.

<동백꽃 필 무렵> 마지막회가 곧 방송해요. 특별한 계획 있어요? 친구들과 려원 언니 집에 모여 마지막회를 같이 볼 예정이에요. 공효진 언니가 남은 촬영 때문에 못 와서 아쉽지만 연말에 같이 여행을 가기로 했어요. 장소 정도만 이야기를 나눴고 자세한 일정은 상의해 봐야죠.

이 작품 전에 손담비의 스타성과 존재감이 제일 빛났던 순간은 ‘미쳤어’와 ‘토요일 밤에’를 부르던 때였어요. 그게 벌써 10여 년 전의 일이에요. 그때 이후로 여러 가지 아픔을 많이 겪었어요. 방황도 많이 했고요. 연기를 하기로 마음을 굳혔지만, 가수가 아닌 배우로서의 캐릭터를 어떻게 꾸려 나갈지 답을 찾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긴 시간이 걸렸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그 갈증이 풀렸어요. 앞으로 내딛을 수 있는 힘도 얻었고요.

가수로 활동하며 큰 인기를 누렸던 과거가 그립지는 않나요? 전혀요. 그땐 너무 바쁘고 치열하게 살아서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도 몰랐어요. 스케줄 소화하느라 잠을 거의 못 잤어요. 그것 또한 추억일 수 있지만, 솔직히 감당하기 벅찬 시간이었어요. 어렸잖아요. 그런데 30대에 접어들고 연기자로 활동하면서 조금씩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손담비라는 사람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그제야 생긴 거죠.

배우로서 새롭게 인정을 받았다고 하지만 손담비는 꾸준히 연기를 해왔어요. 근데 향미나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 연기한 권효진도 그렇고, 대체로 밝고 명랑하지만, 가벼워 보이는 역할을 맡았어요. 한 가지 이미지로 고착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은 없나요? 연기를 시작하면서부터 ‘유쾌하게 가자’고 마음먹었어요. 가벼운 캐릭터가 나쁜 건 아니잖아요. 진중하고 무게감 있는 캐릭터는 지금이 아니더라도 기회가 주어지면 할 수 있고요. 그리고 주어진 역할을 잘 이해하고 개성을 담아 표현하는 게 중요하지, 캐릭터의 성격이 배우의 장래를 결정하는 기준은 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동백꽃 필 무렵>을 통해 배우로서 전과 달라진 태도도 있을 것 같아요. 전보다 이야기 전개와 배역에 능동적으로 접근하려고 했어요. 누구를 연기하느냐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연기하느냐에 골몰했죠.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해 완성한 장면도 있을까요? 그럼요. 향미가 드라마에 처음 등장한 장면 기억하세요? 동백 언니의 술집 까멜리아에서 눈치를 쓱 보고는 시바스 리갈을 홀짝 훔쳐 마셔요. 원래 잔에 따라 마시는 장면이었어요. 향미는 시골 술집의 얄개 같은 알바생이잖아요. 뚜껑에 따라 마시는 게 더 어울릴 것 같아 감독님한테 그 장면을 제안했어요.

주량은 어때요? 세다고 들었는데…. 아이고, 다 옛날 얘기예요. 저 요즘에 술 못 마셔요. 예전에는 주당이란 소리도 들었는데, 지금은 못 마시겠어요.

손담비에 대한 또 다른 오해가 있다면 이참에 알려줄래요? 올해 초 출연한 예능 <미추리>에서 몸치로 나왔어요. 근데 실제로는 운동을 정말 좋아해요. 서핑, 스케이트보드, 필라테스 등 시간 날 때마다 몸을 써요. 다시 출연해서 오해를 털어내고 싶은데, 종영돼서 너무 아쉬워요.

<미추리>에서 몸치 말고 다른 별명도 얻었잖아요. ‘꼰대’요? 하하. 제가 얼마나 열린 사람인데요. 저 진짜 꼰대 아니에요. 세상에 이런 언니가 어디 있어요.

맞아요. 못 하는 게 없는 사람 같아요. 인스타그램을 보면 도자기를 직접 만들기도 하던데요. 저와 려원 언니가 그릇을 좋아해요. 평소 좋아하는 브랜드의 식기와 똑같이 만들고 싶어서 시작했다가 인생 취미가 됐어요. 잘 만들어서 주변에 선물하면 얼마나 행복한데요.

아까 말했던 것처럼 여유가 생겨서 그럴까요? 가수 시절의 인터뷰에선 일 이외의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는데 달라진 게 느껴져요. 연기 외에 전문적으로 해보고 싶은 일도 있나요? 재킷을 모을 정도로 옷을 좋아해요. 액세서리와 이 옷 저 옷 매칭해가며 예쁜 조합을 찾아내는 과정이 재미있어요. 스케줄이 있거나 여행 갈 때 스타일리스트와 의상을 논의하는 것도 즐겁고요. 그래서 기회가 되면 패션 디자이너? 센스가 없진 않아요. 하하.

12월에 참석 예정인 ‘지큐 나이트’ 파티에서 어떤 스타일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는데요. 수트요! 시상식에도 드레스 말고 수트를 입고 싶을 정도로 보이시한 룩이 좋아요. ‘예쁨’보다는 ‘멋쁨’에 가까운 스타일이죠.

참, 드레스 코드는 레드예요. 오히려 더 잘됐네요. 레드 수트도 멋질 것 같아요.

레드 수트보다 근사하게 2019년을 마무리하게 됐어요. 그런 자신에게 어떤 선물을 주고 싶나요? 저 성격 급하다니까요. 이미 선물을 했어요. 드라마 촬영이 다 끝나자마자 바로 달려가 전부터 눈여겨본 반지를 샀어요. 손가락에 끼면서 이렇게 속삭였어요. “담비야 잘했다. 수고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