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택연 "하고 싶은 대로 편하게 지내려고 해요" | 지큐 코리아 (GQ Korea)

옥택연 "하고 싶은 대로 편하게 지내려고 해요"

2020-07-14T17:59:37+00:00 |interview|

옥택연은 걷는다. 유쾌하게 끈기 있게 자유롭게. 낯선 길을 만나도 앞으로 나아간다. 그처럼 박력있게.

블랙 터틀넥, 코스.

블랙 가죽 재킷, 느와르 라르메스. 화이트 슬리브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의 것. 블랙 와이드 팬츠, 노이어. 블랙 앵클, 던힐.

블랙 재킷, 밴딩 와이드 퀼팅 팬츠, 모두 릭 오웬스. 화이트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네이비 코트, 다크 그린 셔츠, 모두 프라다. 블랙 팬츠, 송지오 옴므.

화이트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블랙 크롭트 팬츠, 닐바렛. 스니커즈, 컨버스.

오버사이즈 체크 수트, 우영미. 블랙 니트, 올세인츠. 블랙 앵클, 던힐. 실버 브레이슬릿, 까르띠에.

화이트 수트, 로드앤테일러. 화이트 터틀넥, 올세인츠.

봄에 제대해서 겨울이 되었네요. 그 시간 동안 새롭게 만든 루틴이 있나요? 무언가를 만들려고 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어요. 군대 조교로 오래 일을 하다 보니까 항상 정자세로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거든요. 뭔가 풀어지는 제 모습이 너무 어색하더라고요. 회사가 바뀌면서 프로필 사진을 새로 찍었는데 카메라 앞에 서는 것조차 낯설었어요. 이젠 하고 싶은 대로 편하게 지내려고 해요.

힘주지 않은 자연스러움, 있는 그대로의 일상적 얼굴은 오늘 화보에서 담고 싶었던 택연의 모습이기도 해요. 최근 일상에서 누린 가장 소소한 행복은 무엇이었나요? 어떤 하루를 콕 집을 수는 없지만 편하게 커피 한잔, 맥주 한잔 마실 수 있는 시간이 제일 좋았어요. 평상시에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는 자유. 그런 게 새삼 행복하더라고요. 원하는 시간에 밖에 나가서 햇빛을 보는 것도. 편의점에 들어가서 ‘아! 여기가 편의점이구나’ 이런 감각도 느껴보고. 평상시에는 눈에 잘 안 띄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되는 그런 효과랄까요. 아직도 군대 말투가 저도 모르게 튀어나와서 부끄러운 적이 좀 있긴 했고요(웃음).

제대 후 인스타그램 계정을 다시 만든 것도 소소한 변화일 수 있겠네요. 첫 포스팅은 우도에서 점프하는 사진이던데요. 최근에도 우도를 두 번이나 다녀왔어요. 날씨 좋을 때 가서 바다를 보면 마음도 편해지고 좋더라고요. 자전거나 오토바이로 섬을 한 바퀴 돌면 기분이 전환돼요. 갈 때마다 좋아하는 카페에서 땅콩 아이스크림과 와플도 꼭 먹어요.

여행을 사랑하는 옥택연이 뽑은 2019년 인상적인 여행지는 어디였나요? 부모님 모시고 남미 여행을 다녀왔어요.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이 기억에 남아요. 반사되는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어요. 사실 입대하기 전 부모님을 모시고 마추픽추를 보러 가고 싶었는데 사정이 생겨서 그러지 못했거든요.

유년 시절을 보낸 보스턴을 최근에 다시 가보기도 했나요? 이십 대 초반에는 생각나면 다녀오곤 했는데 최근에는 못 갔어요. 그때 같이 놀던 친구들의 결혼식에도 참석 못 할 만큼 바쁘게 지냈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친구들끼리 졸업 10주년 모임도 했다는데 거기도 못 갔고…. 인구수가 3천 명밖에 안 되는, 스타벅스도 몇 개 없는 숲으로 뒤덮인 작은 도시였어요. 안 그래도 이번에 준비하고 있는 드라마 촬영을 끝내면 한번 가볼까 생각 중이에요.

1월 방영 예정인 차기작 <더 게임:0시를 향하여>는 어떤 점에서 끌렸나요? 대본을 4회까지 다 읽었을 때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맡은 태평이라는 캐릭터는 판타지 요소를 가진 인물이에요. 다른 사람과 눈을 마주치면 죽음을 볼 수 있다는 설정인데 좀처럼 상상할 수 없는 일이죠. 이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하면 또 한 번 배우로서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어둡다면 한없이 어두워질 수 있는 역할이지만 제가 평소 가지고 있는 밝은 부분이 캐릭터에 충분히 묻어 나오는 것 같아요.

작품을 통해 죽음이라는 화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나요? 최근에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어요. 그래서인지 죽음을 볼 때의 감정이 평소보다 더 강하게 와 닿더라고요. 정말 소중한 사람을 잃게 되면 어떤 느낌인지,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거든요.

옥택연을 떠올리면 ‘바른 청년, 밝은 사람’ 이미지가 지배적이지만 사실 작품 안에서는 어둡고 묵직한 역할이 많았어요. 드라마 <구해줘>, 영화 <시간 위의 집>, 코믹적 요소가 있긴 했지만 퇴마사로 분했던 <싸우자 귀신아>까지. 본인의 취향이 충분히 반영된 결정인가요? 일부러 다크한 역만 고르는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무거운 작품 안에서도 장면마다 유머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저도 다음 작품에서는 꼭 밝은 역할을 만나고 싶어요. 로맨틱 코미디 장르도 정말 재미있을 것 같은데 거의 못 해봤네요.

촬영 현장에서의 느낌은 어떤가요? 오랜 시간 어떤 감각의 스위치를 잠시 끄고 있다가 다시 작동시키는 것이 어렵지는 않은지. 운동선수가 한동안 필드에서 멀어져 있다가 다시 근육을 움직이고 만들어나가는 것과 비슷할까요? 혹시 술 되게 많이 드시고 필름이 끊겨본 적 있어요? 비유하자면 그런 느낌이에요. 옆에서 누가 이렇게 말해주면 ‘아 맞다 그런 방법이 있었지’ 하고 한 박자 늦게 감각이 다시 돌아오는 기분이요. 촬영장에 오랜만에 복귀한 거라 처음엔 긴장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주변에서 하나씩 일깨워주니까 감각이 조금씩 돌아오고 있어요. 촬영팀도 감독님도 웜업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셔서 감사하죠. 함께 연기하고 있는 연희 씨에게도 많은 의지를 하고 있어요. 촬영 전에 리허설을 여러 번 해보면서 많은 도움을 받아요.

연기하면서 어떤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벅찬 기분이 드나요? 다른 사람이 캐치하지 못하는 것을 알아봐 주는 사람들은 누구인가요? 2014년 드라마 <참 좋은 시절>을 찍을 때 작가님께서 방송을 보고 되게 잘했다고 직접 연락을 주신 적 있어요. 실제로 극을 쓴 사람이 배우의 감정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해주면 ‘내가 대본을 맛깔스럽게 잘 살렸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좋아져요.

스스로의 이미지를 파괴하고 싶은 마음도 있나요? 정우성의 <똥개>, 윤계상의 <범죄도시>처럼 연기뿐만 아니라 외적으로도 대중들에게 파격적인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랄까요. 자신을 내려놓고 전혀 다른 사람으로 태어난다는 것 차제가 배우에게는 굉장히 기쁜 일이죠. 저도 항상 그런 마음이 있어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옥택연에 대한 선입견을 깰 수 있는 역할을 기다려요. 하지만 ‘왜 저래’ 이런 느낌이 들면 안 되니까 변신도 잘 준비가 됐을 때 도전해야 하는 것 같아요. 대중이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신빙성이 들도록 이미지를 잘 바꿔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선은 건강하고 바른 청년 이미지를 조금만 더 지켜나가고 싶어요.

배우를 하지 않았더라면 느껴보지 못했을 감정도 있나요? 저는 평상시에 감정 기복이 크지 않아요. 오히려 연기를 하면서 내가 몰랐던, 잊고 지냈던 감정을 하나씩 꺼내서 표현하는 것 같아요. 일상 속에서는 마냥 밝지만 연기할 때는 화도 내고 슬프면 울기도 하죠. 연기를 하면서 그런 감정의 근육을 조금씩 키워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본인의 기질은 잠잠하고 평탄하지만 영화를 볼 때 만큼은 감정 곡선이 가파르게 올라가는 편인가요? 영화를 보면 그렇게 돼요. 좋은 영화, 잘 만든 영화를 보면 감동을 크게 받고 울기도 해요. 자주는 아니고 아주 가끔요.

옥택연을 울린 영화는 어떤 영화인가요? <프리퀀시>를 보면서 많이 울었어요. 뭐랄까 미국식 <시그널> 같은 작품이에요.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어 있는 이야기. 주인공이 과거의 아빠와 통화하는 장면에서는 정말 엉엉 울 수밖에 없어요. <대부>도 최근에 다시 봤는데 보고 나면 눈가가 촉촉해져요.

좋아하는 배우는 누구예요? 매튜 맥커너히처럼 되고 싶어요. 젊은 시절에는 로맨틱 코미디에 출연하는 몸 좋은 섹시한 남자 이미지가 강했는데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서 지금은 전혀 다른 노선을 걷고 있어요. 이제는 연기 잘하는 배우로 모두에게 인정받죠. 저도 그분처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연기력을 천천히 다져나가고 싶어요.

언젠가 할리우드 진출에 대한 생각도 막연하게 그려보나요? 영어도 문제 없으니까요. <시간 위의 집>을 찍으면서 김윤진 선배도 저한테 그런 조언을 해주셨어요. 택연 씨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지금이라도 도전해보라고요. 당장은 아니지만 항상 그런 순간을 꿈꾸는 것 같아요. 새로운 곳으로 간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큰 도전이지만 용기가 찾아오면 시도할 수 있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무대 위에서 ‘찢택연’을 다시 볼 수 있는 날도 올까요? 2PM의 소식도 늘 궁금해요. 아직 군대에 있는 멤버들도 있지만 시간이 맞으면 자주 모여서 언제 어떻게 다시 활동을 하자고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눠요. 정확한 시점이 뚜렷하게 정해지지 않았을 뿐 당연히 무대에서의 모습도 보여드릴 겁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아요.

인생에서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있나요? 지금 문득 든 생각은 어머니 친구분들이나 주변 분들께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아니 어떻게 아들을 이렇게 잘 키웠어?” 그럼 엄마가 호호호 웃으세요. 어머니께선 방목형으로 저를 키워주셨어요. 정말이지 막 자랐다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자유롭게요. 그런 제가 어떻게 이렇게 바르게 잘 클 수 있었을까요? “엄마 사랑합니다.” 이 말 꼭 넣어주세요.

2020년 옥택연의 순수한 야심은 무엇인가요? 2017년에 군대를 가면서 일을 오래 쉬었죠. 그 기간이 제게는 몸을 풀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동안 쉼 없이 달려왔는데 이제 또 열심히 일하는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회사에 같이 있는 소지섭형처럼 저도 열심히 일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