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와 어울리는 은 신기, 크리스털 잔, 클래식 | 지큐 코리아 (GQ Korea)

크리스마스와 어울리는 은 신기, 크리스털 잔, 클래식

2019-12-18T14:33:30+00:00 |living|

크리스마스에는 은 식기와 크리스털 잔, 그리고 클래식 6선.

Mozart — Krönungsmesse K.317
정결하고 찬란한 ‘대관식 미사’는 모차르트가 잘츠부르크 대사교 궁정 음악가로 일했을 때 작곡한 곡으로, 레오폴드 2세의 대관식 미사에 사용됐다. 고용주였던 콜로레도 대주교는 복잡한 화성과 대위법을 금하며 실용적인 형태의 작곡을 요구했는데, 모차르트는 단순한 조성인 C장조로 작곡했으나 실제 곡 내에선 음악을 아는 이가 들으면 눈치 챌 수 있을 정도로 섬세한 화성을 넣는 재치를 발휘했다. 톤 쿠프만이 이끄는 암스테르담 바로크 오케스트라 합창단의 음반을 추천한다. 자비를 구하는 ‘키리에’와 환호의 노래 ‘상투스’를 듣고 있노라면, 올 한해 저지른 모든 과오에 용서를 구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반듯한 은 식기에 좋은 것을 담아 먹는다. 견과류 한 줌을 담거나 숙성된 치즈를 올려도 좋다.

Bach — Christmas Oratorio BWV 248
팀파니와 트럼펫이 울려 퍼진다. 목관악기의 팡파르에 기쁨의 합창이 에워싼다. 크리스마스는 한창이고, 축제는 무르익었다. 바흐는 성탄절을 기념하기 위해 요셉의 여행부터 동방 박사들이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기까지를 총 6부 칸타타로 그려낸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를 작곡했다. 성탄 전야인 12월 24일부터 동방 박사들이 찾아온 현현절인 1월 6일까지의 크리스마스 주간 동안 연주되므로, 연말부터 신년까지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와 축제 분위기를 즐기는 것도 좋겠다. 빈 와인 잔이 흰 장미 부케처럼 한아름 쌓여도, 투명한 음계의 오라토리오와 함께라면 취하지 않는다. 바흐에 이해가 깊은 랄프 오토가 지휘하는 마인츠 바흐 합창단, 마인츠 바흐 오케스트라의 음반을 추천한다.

Mahler — Symphony No.5
말러는 19세기를 떠나보내며 투병 끝에 죽음의 위기를 극복했고, 평생의 연인 알마를 만났다. 이 시기에 작곡한 교향곡 5번은 고통과 사랑을 하나로 끌어안는다. 어두운 것은 밝은 것이고 따뜻한 것은 차가운 것이다. 1악장 장송행진곡은 애처로운 비가로 흐르고, 2악장은 폭풍처럼 몰아치며, 3악장 스케르초는 왈츠, 푸가토, 호른 에피소드가 아우성치며 뒤얽힌다. 연서와 같은 아다지에토는 우아하고 은밀한 악장이다. 소용돌이가 사그라들고, 뤼케르트의 ‘나는 세상에 잊혀졌네’의 선율이 흐르며 고독한 몽상이 공기를 감싼다. 론도 피날레에선 정점에 이른다. 격렬한 소용돌이 속의 고요한 아름다움. 실버 커트러리로 느린 정찬을 즐긴다. 나이프로 썰고 포크로 집어 무언가를 삼켜내는 게 삶이듯이.

Schumann — FantasiestÜcke Op.73
환상곡은 즉흥적으로 몽상적 기분과 낭만적인 환상을 표현한 소품을 뜻한다. 시처럼 음악을 쓰는 슈만은 여러 개의 환상 소품을 만들었는데, 환상곡 Op.73은 우아한 아라베스크풍의 랩소디로 상냥하게 시작해 정열적으로 마무리되는 곡이다. 원곡은 클라리넷과 피아노를 위한 이중주이지만, 1995년에 레코딩된 이 음반에선 더글러스 보이드의 오보에 연주가 마리아 피레스의 피아노 연주와 함께 이중주를 이룬다. 콧소리 섞인 허밍처럼 감미로운 오보에의 음색은 깊은 서정성을 드리운다. 가지각색의 실루엣을 지닌 샴페인 잔을 차례로 비운다. 꿈결처럼 시간이 흐르고, 깜빡 든 잠에서 본 그림자처럼 아름다운 유령들이 먼 곳을 떠돈다. 밤은 곧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Rossini & Suppé — OuvertÜren
연말 만찬에 어울리는 앨범이라면 단연 로시니와 주페의 오페라 서곡 모음집이다. 화사하고, 통속적이며, 생기 넘친다. 로시니의 희극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서곡으로 경쾌하고 리드미컬하게 시작해, 비장하고 장중한 오페라 세리아 <세미라마데> 서곡으로 웅장하게 흐른다. 비엔나 스타일의 우아한 리듬과 맑은 선율을 구사하는 주페의 곡이 이어진다. 빈 필하모닉 신년 음악회 레파토리인 <빈의 아침과 저녁>, 시원시원한 트럼펫과 명쾌한 호른의 <경기병>, 목가적이고 활기찬 <시인과 농부> 서곡으로 마무리 짓는다. 카라얀이 지휘하고, 베를린 필하모닉이 다채롭고 일사분란한 연주를 선보인다. 만찬의 식탁에서 둥글고 큰 접시들을 비워낼 동안 음악은 행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Beethoven — Sonaten ‘Les Adieux’
베토벤은 청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고통을 딛고 전성기를 열었던 시기, 그는 피아노 소나타의 새 지평을 연 발트슈타인 소나타를 쓴다. 선율 위주의 기존 소나타와 달리, 간결한 주제를 현란하게 변화시키며 강약 대비와 속도 변화로 곡을 구축한다. 상승과 폭발은 열정 소나타로 이어진다. 격정적인 패시지, 비장미를 고조시키는 눈부신 카덴차…. 고별은 친구이자 후원자 루돌프 대공을 위해 쓴 곡으로, 직접 부제를 붙인 유일한 소나타다. 아다지오의 서주로 시작하는 1악장 고별, 2악장 부재, 3악장 재회. 강인하게 타건하는 에밀 길렐스의 1980년 레코딩을 추천한다. 그의 천둥 같은 포르티시모는 베토벤을 연주하기에 더할 나위 없다. 파티가 끝나면 샷잔에 독주를 따라 홀짝인다. 니트로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