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칸예 웨스트의 기묘한 행보

2020.01.16GQ

칸예 웨스트의 가스펠 앨범 을 지난 10월에 발매한 데 이어 지난 크리스마스에도 을 공개됐다. 종교와 정치를 넘나들며 선구자를 자처하는 칸예 웨스트의 괴이하고도 눈을 뗄 수 없는 행보를 10가지 키워드로 살펴본다.

선데이 서비스
칸예 웨스트는 작년 초부터 ‘선데이 서비스’라 불리는 주일 찬양 예배를 주최하고 있다. 복음을 읽거나 설교하는 기존의 예배 방식이 아니라, 이지(Yeezy) 스타일로 옷을 차려입은 칸예와 합창단이 공연을 펼치는 형식이다. 언제 어디서 공연을 하는지 누구도 미리 알 수 없으며 비밀리에 초대된 사람만 방문이 가능하다. 참석자들은 기밀 유지 계약서에 사인을 한다는 소문이다. 알렉산더 왕, 올랜도 블룸, 브래드 피트, 케이티 페리, 디플로 등 유명 인사들이 칸예의 초대로 참석했다.

새로운 가스펠 앨범
작년 10월에 발매된 는 힙합 대신 종교를 선택한 칸예 웨스트의 근황이 담겨 있는 앨범이다. 11개 트랙, 27분이라는 짧은 재생 시간 안에 ‘예수’, ‘하나님’, ‘기도’라는 단어를 빼곡히 담았다. 신성 모독 논란을 낳았던 6집 앨범 에서 예수의 지위를 넘봤던 과거의 칸예와는 다른 모습이다. 평단은 늘 최고의 프로듀싱으로 보여줬던 천재 음악가는 사라지고 음악적으로 범작에 그쳤다는 악평을 내놓았지만, 미국 빌보드 차트 중 가스펠 앨범차트에서 1위에 오른 데 이어 ‘빌보드200’ 1위까지 올랐다.

녹음 중 섹스 금지
신성한 앨범인 에는 선데이 서비스의 합창단, 색소폰 연주자 케니 지, 힙합 프로듀서 팀벌랜드, 그래미상을 받은 가스펠 가수 프레드 하몬드가 참여했고, 해체한 힙합 그룹 클립스 형제가 재결합해 함께 입을 맞춘 곡도 있다. 칸예는 이들과 함께 앨범 작업을 하는 동안 더욱 영적인 기운이 강력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아티스트들에게 혼전 성관계를 갖지 말라고 요구했다. 가사에 욕설 및 비속어를 넣는 것도 일절 금했다.

과거가 된 힙합 앨범
재작년 발매 예정이었던 앨범 은 칸예가 우간다까지 날아가 녹음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실상 세상에 빛을 보긴 어려울 것 같다. 그가 더 이상 세속적인 음악을 만들지 않을 것을 서약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는 정식 앨범 발매 없이 아이튠즈에서 벨소리로만 출시된 전설의 앨범으로 남게 됐다.

제2의 인생
재작년부터 칸예 웨스트는 종교적 각성을 겪었다는 주변의 간증이 이어졌다. 킴 카다시안은 작년 ‘더 뷰(The View)’와의 인터뷰에서 “남편은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났다’고 밝혔으며, 칸예 웨스트는 앨범 발매 전 자신이 만든 아이맥스 콘서트 영화 예고편에서 “나는 전도사이다. 영혼을 구하기 위해, 영원한 저주에서 당신을 구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또한 12월 보그와의 인터뷰에서는 “하나님은 내 모든 자아를 바꾸셨다”고 말했다.

음악이 곧 선교
칸예는 라디오 DJ 제인 로우(Zane Lowe)의 방송에 출연해 앨범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사람들을 기독교로 개종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실제로 꾸준히 선교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 작년 11월엔 텍사스 휴스턴 해리스 카운티 감옥에서 수감자를 위한 깜짝 ‘선데이 서비스’ 공연을 펼쳤다. 칸예는 이를 ‘쇼’가 아니라 ‘선교’라고 명명했다. 래퍼 웨스트, 선데이 서비스 합창단과 함께 앨범 수록곡을 불렀다.

두 번째 가스펠 앨범
지난 크리스마스엔 에 이은 또 다른 가스펠 앨범 가 공개됐다. 닥터 드레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Jesus Is King 파트 2’가 곧 발매된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다. 이 발매 예정일을 지나서도 기약 없이 미뤄진 뒤 겨우 발매됐고, 투어를 취소하고 병원에 입원하기 일쑤였던 칸예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는 19곡의 가스펠로 이루어져 있다.

찬송가와 오페라
칸예는 최근 가스펠 앨범에 이어 성스러운 오페라도 선보였다. 11월에 첫 번째 오페라 ‘네부카드네자르’를 LA 할리우드 볼에서 초연한 데 이어, 12월 아트 바젤에서 두 번째 오페라 ‘메리’를 선보였다. 오랜 친구이자 퍼포먼스 아티스트 바네사 비크로프트(Vanessa Beecroft)와 공동 작업이었다. 특히 두 번째 오페라 ‘메리’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은빛 페인트를 뒤집어쓴 칸예 웨스트의 모습으로 화제가 됐는데, 그는 직접 성모 마리아와 대천사 가브리엘과 만남에 관한 성서를 읽기도 했다.

소울 메이트 트럼프
재작년 백악관에서 회동 이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와 칸예 웨스트의 우정은 새해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발매 후 트럼프의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트위터를 통해 “칸예가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있다. 이번 앨범은 창의성으로 가득 차 있다”고 찬양한 데 이어, 새해가 되자마자 칸예는 “온종일 트럼프”라는 낯간지러운 트윗을 서슴없이 날렸다. “이제 공연할 때마다 ‘그 모자(Make America Great Again 문구가 적힌 모자)’를 쓸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2024년 대통령
칸예가 2020년이 되자마자 올린 트윗은 또 있다. “2024.” 의미심장한 숫자다. 작년 하반기 가스펠 앨범 발매에 앞서 애플 라디오를 통해 2024년 대선 출마 포부를 밝힌 것으로 미뤄볼 때 새해에 접어들어 다시 한번 대선 후보가 되겠단 걸 다시 한번 선포한 셈이다. 그는 수많은 인파가 모이는 주일 예배 ‘선데이 서비스’ 행사에서 형사 사법 개혁을 촉구하거나, 트럼프를 지지하는 등 거침없이 정치적인 발언을 퍼붓는 바 있다. 과연 서부 힙합의 왕이 종교에 헌신한 뒤 미국 대선 후보가 되는 초유의 사건이 일어날지 4년 후가 궁금해진다.

    에디터
    글 / 김윤정(프리랜스 에디터)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