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맨 콕재즈의 음악 | 지큐 코리아 (GQ Korea)

만능맨 콕재즈의 음악

2020-04-27T18:40:21+00:00 |interview|

뮤지션, 프로듀서, 악기 애호가 혹은 원 맨 밴드. 여러 갈래를 종횡무진하는 만능맨 콕재즈.

데님 셔츠, 팬츠, 타이, 모두 폴로 랄프 로렌.

화이트 셔츠, 코스. 팬츠, 김서룡 옴므. 슈즈, 빈센트 슈레이스.

화보 촬영을 위해 직접 여러 악기와 장비를 가져왔다. 빨간 건반은 사실 사연이 좀 있다. 음악을 하면서 정신적으로 좀 지쳤던 시기에 산 악기다. 7~8년 전으로 기억하는데, 음악 만드는 일이 어느 순간 답답하고 지겹게 느껴졌다. 연인 사이에 권태기가 오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다 이 건반을 사면서 마음을 새롭게 정리하고 다시 음악을 열심히 할 수 있게 되었다. 가지고 있던 대부분의 건반을 정리했는데 이것만은 팔 수가 없더라.

건반과 기타 외에도 베이스, 드럼 머신, 트럼펫 등등 다룰 줄 아는 악기가 많다고 들었다. 악기가 그냥 이유 없이 좋다. 지금은 조금 벗어났는데 고등학교 때부터 악기 모으는 일에 미쳐 있었다. 실제 연주 능력은 프로듀서로서 곡을 만들 때 적당히 활용할 수 있는 정도다.

악기에 애착을 보이는 이유가 있나? 옛날 사운드에 대한 로망과 향수가 있다. 1970~1980년대에 활동한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당시의 음악가들이 썼던 악기와 장비를 최대한 그대로 써서 그런 사운드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오늘 들고 온 텔레캐스터는 한때 영국 록 밴드, 펑크 밴드 연주자들이 많이 사용한 기타다.

음악에서 장르의 경계가 점점 더 희미해지는 시대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힙합, 알앤비, 일렉트로닉 등 하고 있는 음악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 욕심이 많아서 그렇다. 힙합, 알앤비 프로듀서로 시작했지만 포크, 록, 일렉트로닉, 하우스도 즐겨 듣는다. 다채로운 음악적 취향이 만드는 데도 영향을 많이 주는 것 같다. 악기를 모으는 컬렉터 기질도 다양한 장르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 같다.

빈지노, 비프리, 팔로알토 등 힙합 신의 여러 뮤지션과 활발하게 협업해오다 한동안 활동의 휴지기가 있었다. 프로듀서로 활동을 계속하던 중 2017년쯤 불현듯 개인 앨범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때부터 스스로를 골방에 가뒀다. 외부에서 협업 제안이 들어와도, 정중히 거절하고 온전히 내 음악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보냈다. 예상했던 것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서 결국 2019년에 첫 앨범이 나왔다.

<LIMBO>, <GONE> 등 지금까지 발표한 앨범을 들어보면 이미지적인 음악을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광활하고 목가적이며 풍경화 같기도 하다. 추상적인 이미지로부터 작업을 시작할 때가 종종 있다. ‘GONE’이라는 곡은 그랜드 캐니언, 데스밸리처럼 대자연을 떠올리며 만들었다. 첫 앨범에 실린 ‘hi, summer’는 새벽에 나룻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는 느낌이랄까?(웃음)

당신에게 음악 작업은 건축처럼 조립하고 쌓아 올리는 과정에 가까운가? 어린 시절 레고 블록 쌓는 걸 좋아하긴 했다. 설명서에 적힌 순서대로 쌓다가도 가끔씩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나만의 기이한 모양을 만들곤 했다. 내가 음악을 만드는 과정도 이와 비슷한 것 같다.

곡을 만들 때 스트레스를 받는 편인가? 누군가 나에게 백 년이란 시간을 주고, 드넓은 초원에 온갖 음악 장비와 악기를 세팅해준다면 정말 즐겁게 음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데드라인, 음악을 둘러싼 복잡한 여러 관계, 사람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주로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것 같다. 음악을 만드는 과정 자체는 정말 재미있는 일이다. 해보고 이상하면 언제든 다른 방향으로 전환하면 되니까. 그런 일련의 과정을 즐기는 편이다.

당신을 충격에 빠뜨린 음악이 있나? 수민이라는 아티스트의 최근 앨범을 듣고 깜짝 놀랐다. 음악도 충격적으로 좋았지만 전체적인 콘셉트, 비주얼, 패션 등 모든 면에서 감동을 주는 뮤지션이라고 생각한다. 아프리카 사운드를 알앤비에 접목시킨 독특한 음악을 들려주는 수단 아카이브도 정말 멋지다. 노르웨이 출신 싱어송라이터 오로라도 첫 앨범부터 꾸준히 좋아해서 즐겨 듣는다.

현재 대중음악 신을 멀리서 관조했을 때 어떤 흐름이 읽히나?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힙합, 알앤비 두 장르 모두 어떤 정형화된 스타일이 있었다. 근사하게 잘 꾸민, 시적인 화법이랄까. 가사를 써도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말투를 차용한 것 같은 느낌. 요즘은 뮤지션이 솔직하게 자신의 말투로 있는 그대로의 개성을 드러내는 것을 대중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염따 형의 매력에 많은 사람이 빨려 들어가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해외 음악을 듣다 보면 요즘은 사운드적으로 짜임새 있고 분명하게 들리는 음악보다는 모호하고 러프한, 마치 나사를 하나 정도 푼 것 같은 그런 음악이 더 트렌디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5월에 새로운 EP 앨범을 발표한다고 들었다. 거의 다 완성했고 이제 후반 작업 중이다. 이번에는 얼터너티브 힙합에 가까운 음악을 만들었다. 아직 공개할 수 없는 누군가에게 피처링을 부탁했는데 그가 데드라인을 잘 지켜줄지는 기다려봐야겠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처럼 공상과 몽상 사이에 있는 앨범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