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훈 "지치지 않고 달리고 싶어요" | 지큐 코리아 (GQ Korea)

박지훈 "지치지 않고 달리고 싶어요"

2020-05-25T11:17:29+00:00 |interview|

박지훈은 관찰자 시점으로 세상을 본다. 이상하고 아름다운 낯선 세계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화이트 슬리브리스, 마수. 골드 큐빅 이어커프, 이에르로르. 실버 웨이브 이어커프, 마니에피에디.

리처드 번스타인 초상화 레드 슬리브리스, 코치 1941. 트위스트 체인 골든 바, 앵브록스. 골드 큐빅 이어커프, 이에르로르.

화이트 봄버 재킷, 화이트 팬츠, 디올 펜던트 실버 네크리스, 모두 디올 맨. 골드 큐빅 이어커프, 이에르로르. 화이트 이너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플라워 프린팅 레드 스웨터, 블랙 스키니 팬츠, 체인 블랙 벨트, 실버 링, 모두 지방시. 실버 투 링 이어커프, 앙쥬오도르.

로고 패치 데님 재킷, MM6 메종 마르지엘라 at 아데쿠베. 라인 배색 데님 팬츠, 오디너리 피플. 브이 펜던트 실버 네크리스, 베르툼. 화이트 이너와 벨트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로고 패치 데님 재킷, MM6 메종 마르지엘라 at 아데쿠베. 브이 펜던트 실버 네크리스, 베르툼. 화이트 이너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화이트 라인 배색 네이비 블루종, 베이지 스트라이프 셔츠, 화이트 망사 슬리브리스, 블랙 가죽 스키니 팬츠, 모두 셀린느 by 에디 슬리먼. 블랙 스퀘어토 첼시 부츠, 후망

화이트 라인 배색 네이비 블루종, 베이지 스트라이프 셔츠, 모두 셀린느 by 에디 슬리먼.

블루 메리노 울 그래픽 니트 톱, CK 캘빈클라인 맨. 연청 데님 팬츠, 피스워커. 실버 링 블랙 벨트, 애드오프. 골드 큐빅 이어커프, 이에르로르. 실버 웨이브 이어커프, 마니에피에디.

브라운 스트라이프 셔츠, 그레이 스트라이프 재킷, 모두 셀린느 by 에디 슬리먼. 볼드 실버 링 이어커프, 앙쥬오도르.

햇빛에 살짝 그을렸네요. 얼마 전에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면서 조금 탔어요. 햇빛을 잘 흡수하는 피부거든요. 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 하루 종일 열심히 달린 흔적이에요.

소년에서 남자로 조금 변한 것도 같아요. 스타일을 바꿔 보고 싶어서 과감한 도전을 했어요. 근육도 적당히 잡히고 체중도 줄고.

음식을 사랑하는 대식가로 알고 있는데. 굶지는 않았어요. 그동안 원푸드 다이어트, 간헐적 단식 등 안 해본 방법이 없는데 무작정 굶는 건 저랑 잘 안 맞더라고요. 적당히 먹으면서 운동했어요. 매일 유산소 운동 1시간, 근력 운동 1시간씩.

어린 시절 육상을 잠깐 했다고 들었어요. 달리는 걸 좋아하나요? 스트레스를 풀고 싶으면 가끔 한강을 달려요. 좋아하는 노래 들으면서 한없이 뛰어요. 어린 시절엔 남들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서 똑같은 트랙을 매일 달렸어요. 0.1초 차이로 결과가 갈리는 냉정한 평가의 세계였죠. 많이 힘들었다는 기억만 어렴풋이 남아 있어요.

지금 하는 일도 치열한 스포츠와 비슷하다고 느껴질 때는 없나요? 성장을 해서 앞으로 달려 나간다는 점은 똑같아요. 다만 다른 건 결승점이 없다는 것? 끝이 없는 운동장을 계속 돌고 있는 기분이에요.

박지훈의 삶의 속도는 빠른 편인가요? 속도보다는 지속 시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오래오래 행복하게, 지치지 않고 달리고 싶어요.

언제나 긍정적이고 건강한 에너지가 넘치는 듯 보여요. 윙크, 미소, 애교, 친화력과 융화력, 대중이 기억하고 있는 이미지도 그렇고요. 사람마다 뿜어져 나오는 기류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의 지배적인 기류가 긍정이란 건 분명해요. 오늘처럼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가만히 있기가 힘들어요. 분위기를 밝게, 즐겁게 만들고 싶다는 본능이 저도 모르게 나오는 것 같아요.

박지훈을 오랜 시간 바라본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하나요? 아마 그분들도 저를 잘 모를 거예요. 전혀 다른 성격과 캐릭터가 제 안에 많이 숨겨져 있는 것 같아요. 제가 AB형이거든요. 어떤 날은 조용했다가 어떤 날은 갑자기 수다스러워졌다가. 스스로도 잘 몰랐던 모습을 저도 종종 볼 때가 있어요.

감수성이 풍부한 편인가요? 눈물 장인이라고 불리기도 해요. 드라마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에서 한쪽 눈으로만 울던 연기가 압권이었어요. 그것조차 연기였다고 하면 안 믿으시겠죠?(웃음) 인공 눈물을 넣지 않은, 제가 진짜 흘린 눈물이었어요. 그 장면을 찍을 때 정말 많은 사람이 주변에 있었는데 그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내가 그 인물이 진짜 된 것처럼 특별한 감정을 느꼈어요. 몰입의 순간은 연기하면서 느낄 수 있는 가장 짜릿한 희열이에요.

배우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좋은 작품을 발견할 수 있는 안목을 갖고 싶어요. 의미가 있는 감동적인 스토리, 그 안에 사연이 있고 단단한 중심이 있는, 메시지가 좋은 작품을 꼭 만나고 싶어요. 시간이 날 때마다 좋은 영화나 드라마를 찾아보곤 해요. <국가대표>나 <말아톤>처럼 따뜻한 이야기가 좋아요.

연기를 하면서 새롭게 얻은 습관도 있나요? 사람 관찰하는 걸 좋아하게 됐어요. 걸어가는 사람을 보면, 저 사람은 어디로 가는 걸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을까? 그런 생각에 빠지면 끝도 없이 파고들어요. 제가 느끼고 경험하는 감정을 축적해놓는 훈련을 저도 모르게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언젠가 연기할 때 그 감정을 꺼내 쓸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음악과 연기를 병행하는 일은 때로 시너지를 내는 순간도 있을 것 같아요. 두 가지 사이에 연관성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무대 위에 섰을 때 많은 도움이 돼요. 아이돌이 펼치는 퍼포먼스 역시 연기의 한 종류라고 생각해요. 춤을 추면서 동시에 연기도 하고 있는 거죠.

연기와 춤 가운데 하나만 선택하라니 주저 없이 춤을 선택했어요. 어느 날 우연히 팝핀 댄스 영상을 보고 완전히 빠져들었어요. 무작정 학원에 등록해서 춤을 처음 배웠어요. 저는 무엇이든 해보고 싶은 게 생기면 주저하지 않고 시작해요.

춤을 출 때 어떤 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사실 제가 춤을 잘 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자기만의 확실한 스타일과 표현하는 방식이 사람마다 다를 거예요. 저는 가사에 대한 표현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메시지가 잘 전달될 수 있는 춤을 추려고 매 순간 고민하면서 연습해요.

아이돌에게 표정이 또 하나의 언어라면 박지훈은 다채로운 어휘력을 가진 사람에 비유할 수 있어요. 근육도 써봐야 안다고 표정도 마찬가지예요. 많은 분이 기억해주는 윙크나 ‘내 마음속에 저장’ 같은 유행어가 그냥 나온 건 아니거든요.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장면이기도 하죠. 딱 한 컷만 제대로 카메라에 잡히자는 마음으로 온 힘을 다했던 것 같아요. 보이지 않는 순간에도 계속 표정 연기를 하고 있었으니까요. 당시에 큰 카메라 3대가 돌아가고 있었는데 정확하게 오른쪽 카메라가 저를 비추고 빨간 불이 딱 켜지는 순간 이때다 싶어서 윙크를 했어요. 방송에 그 모습이 나가서 정말 다행이다, 노력한 만큼 행운이 따라주는구나 싶어 안심했어요.

새 앨범의 타이틀이 <The W>예요. 다시 윙크를 볼 수 있는 확률도 있나요? 윙크는 이제 그만해야 할 것 같아요.(웃음) 검토는 해보겠습니다.

중요한 세계관은 무엇인가요? 하나의 자아가 또 다른 자아를 만나 서로 합쳐지면서 꿈을 이뤄나가요. 그 둘이 날개를 펼치고 아름답게 날아가는 그런 이야기예요. 사랑, 열정, 팬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은 음악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키워드예요.

음악적으로 새롭게 시도해본 것이 있나요? 랩에 도전해봤어요. 처음엔 랩을 하는 제 모습이 조금 어색했는데 자신감으로 밀고 나갔어요.

노력파에 가까운가요? 도전파인 것 같아요. 이것저것 계산하지 않고 뛰어드는 편이에요. 제가 멘탈이 좀 강하거든요.

브로콜리와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를 무서워한다고 들었어요. 심해 공포증이 약간 있어요. 시커먼 바다에 혼자 둥둥 떠 있다고 상상하면 정신이 혼미해져요. 물속에서 커다란 무언가가 올라와서 나를 잡아갈 것만 같아요. 말하면서도 무서워지네요.

우주에는 왜 관심이 많아요? <코스모스>라는 엄청 두꺼운 과학책을 절반 정도 읽다가 멈췄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복잡하고 이상한 감정이 들었어요. 넓은 우주에서 인간을 바라보면 먼지만큼 작은 존재겠죠. 그렇게 생각하면 뭔가 허무하기도 하고 미스터리 같기도 하고. 겁 없이 펼쳤는데 너무 방대한 세계라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눌러놓은 상태예요.

답답하거나 힘들 때 찾아가는 아지트가 있나요? 어린 시절 살았던 동네를 가끔 가보곤 해요. 하지만 요즘은 집콕이 일상이죠. 하루 종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혼자서도 잘 놀아요. 취미 도구들이 방 구석구석에 잘 진열되어 있거든요. 복근 운동 기구, 덤벨, 턱걸이 밴드,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컴퓨터. 가끔 방에 혼자 너무 오래 있으면 맥스가 와서 문을 열어달라고 박박 긁어요.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존재는 반려견 맥스인가요? 그럼요. 맥스가 얼굴을 핥아주면 자연스럽게 아침이 시작돼요. 오늘도 그렇게 잠에서 깼어요.

늦은 밤까지 깨어 있는 편인가요? 밤이 되면 해야 할 일이 점점 늘어나요. 평소에 관찰한 것에 대해 메모도 하고 대본이나 책을 읽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면 잠들 시간을 놓쳐요.

박지훈에게 현재, 미래, 과거 중 가장 중요한 건 언제예요? “내일만 사는 놈은 오늘만 사는 놈한테 죽는다.” 영화 <아저씨>에서 원빈 선배님이 했던 대사가 떠오르네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해요. 요즘은 곧 발표할 새 앨범만 생각해요. 생일에 가깝게 컴백을 하거든요. 이번에도 생일을 평범하게 보내고 싶지는 않아요. 작년처럼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을 만들고 싶어요. 일 년 중 5월은 제게 가장 소중한 달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