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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햄스워스의 평범한 나날들

2020.06.02GQ

크리스 헴스워스는 지극히 평범하고 쓸모 있는 날들을 보내는 중이다. 언덕 위의 대저택에 머물며 세 아이의 아빠 노릇을 성실히 수행하고 지구의 안위를 생각한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을 매일 되풀이한다.

후디, 송 포 더 뮤트. 쇼츠, 펜디. 팔찌와 반지는 모두 헴스워스의 것.

니트, 리프레젠트. 목걸이, 토마스 사보. 쇼츠, 선글라스, 시계, 보드는 모두 크리스 헴스워스의 것.

니트, 이자벨 마랑. 화이트 톱, 베이식. 팬츠, 송 포 더 뮤트.

트렌치코트, 티셔츠, 모두 루이 비통. 팬츠, 스투시.

로브, 더블 레인보우. 트랙 수트 팬츠, 조르지오 아르마니.

모난 데 없는 남편이자 아버지, 자선가이고 호주 풋볼팀인 웨스턴 불독스의 열성 팬, 배우를 둘씩이나 형제로 뒀으며, 정작 자신은 할리우드에서 두 번째로 몸값이 비싼 스타 그리고 어떤 이들에겐 천둥의 신과 동일시되는 남자, 크리스 헴스워스의 2020년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그는 최근 몇 년과는 전혀 다른 상황에 놓였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집에 갇혀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앞날을 걱정하고 있는 중이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그의 마음에는 초조함이 진땀처럼 뚝뚝 흘렀다. 지난 3월 이후 호주는 봉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는 정부의 지침은 무서울 정도로 엄격하다. 상점, 술집, 식당, 카페는 영업을 중단했고 연쇄작용으로 꽤 많은 일자리가 사라졌다. 호주 전역에서 실업수당 신청 수가 폭증하면서 담당 기관의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마치 지구의 회전이 멈춘 것처럼 고요와 혼돈, 두려움이 잡초처럼 뒤엉켜 일상을 비일상적으로 만들었다.

“앞으로 6개월간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가 된 건 10년 만에 처음이에요”라고 말하는 헴스워스의 목소리는 차분히 가라앉아 있었다. 묠니르를 잃고 갈 길을 찾지 못했던 토르의 처지가 떠올랐다. 영화 속 그 목소리와 똑같았지만 울먹이거나 하진 않았다. “계획을 다 세우진 못했어요. 스케줄이 없어서 좋은 점도 있긴 하지만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불확실한 상황이 두려운 게 솔직한 심정이에요.” 물론 남들처럼 자가 격리를 하고 있지만 그의 형편은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헴스워스가 갇혀 있다시피 지내는 곳은 수려한 해변으로 잘 알려진 호주의 바이런 베이 근처의 언덕 꼭대기에 지은 대저택이다. 지난해부터 스페인 출신의 배우인 아내 엘사 파타키와 딸, 쌍둥이 아들, 반려견 써니와 이 자리에 터를 잡았다. 헴스워스는 자신이 얼마나 행운아인지 잊지 않는 부류의 사람이다.

냉정하게 말해서 요즘은 셀러브리티로 산다는 게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다. 한 달 전쯤 미국의 거물 영화 제작자인 데이비드 게펜은 인스타그램 계정에 5억 달러가 넘는 140미터 길이의 초호화 요트 ‘라이징선’의 사진을 올렸다. “카리브해의 세인트빈센트그레나딘에서 자가 격리 중. 모두들 안전하게 지내길 바랍니다”라는 글과 함께. 의도와 무관하게 대중의 반응은 싸늘했다. 물잔이 엎어지듯 비난이 쏟아졌다. 그는 쫓기듯 게시물을 삭제해야 했다. 제니퍼 로페즈의 #staysafe 게시물도 ‘좋아요’보다 손가락질을 더 받았다. 사진 속의 으리으리한 저택이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집과 묘하게 닮았다는 점이 일방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평소에도 사생활을 잘 드러내지 않는 헴스워스는 최근 들어 한층 예민하고 날카로워진 여론에 스스로 먹잇감이 될 정도로 어리석지 않다. “우리 가족은 굉장히 운이 좋은 편이에요.” 다른 이들보다 나은 상황이란 걸 부정하지 않지만 그에게도 감당하기 버거운 일이 있다. “아이들을 데리고 홈스쿨링을 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아요. 내가 가르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학습 능력을 갖고 있거든요.”

호주 정부가 봉쇄령을 내렸을 당시 헴스워스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의 새로운 시리즈를 한창 촬영하던 중이었다. <리미트리스>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로 노화에 저항하고 장수를 꾀할 수 있는 정신적, 육체적 능력과 다양한 전략을 다루는 내용이라고 했다. 또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액션 영화 <익스트랙션>의 홍보 투어를 시작하려던 참이기도 했다. 그는 이 영화에 대해 “완성본을 보고 굉장히 만족스러웠어요. 사람들에게 소개할 생각에 엄청나게 들떠 있었죠”라고 말했다. 이게 끝은 아니다. 헴스워스가 아쉬워하며 달아오르던 기세를 멈춰야 했던 건 또 있다. 그의 이름을 알린 프랜차이즈의 네 번째 시리즈 <토르: 러브 앤 썬더>가 오는 8월 시드니에서 크랭크인 예정이었다. 하지만 가늠할 수 없는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프리 프로덕션조차 가능할지 의문이다.

한편 역설적이게도 헴스워스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지금의 휴식기를 오랫동안 기다려온 시간으로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중이다.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세포가 발동한 건지, 자포자기한 심정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이렇게 말했다. “10년 넘게 마라톤을 한 기분이 들었어요. 쉬지 않고 계속 달려왔거든요. 에너지를 쏟고, 채우고, 다시 쏟고. 그와 동시에 아이들을 돌봐야 했어요. 그러면서 안정적이고 차분한 삶을 갈망하게 됐어요. 우선순위가 바뀐 거죠. 삶의 속도를 조금은 줄여야 했고, 어떤 균형점을 찾고 싶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됐어요. 당황스럽긴 해요.”

어릴 때부터 늘 배우가 되길 꿈꿨던 헴스워스는 브래드 피트의 오랜 팬이기도 하다. 영화 <가을의 전설>을 보며 그의 빼어난 연기력과 화면을 뚫고 전해지는 특유의 분위기에 완전히 매료됐다. 헴스워스는 시드니의 스크린와이즈 연기 학교에서 첫 수업을 듣고선 계시를 받은 듯 연기가 숙명처럼 느껴졌다. “하룻밤 사이 집착하다시피 연기에 빠졌어요.” 제2의 브래드 피트가 되는 것 외에도 중요한 목표가 있었다. 멜버른 동부의 히스몬트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헴스워스는 떠밀리듯 벌먼으로 이사를 해야 했다. 그곳은 호주 북부의 노던 테리토리에 위치한 작은 마을로 인구는 3백 명이 채 되지 않았다. “우리 가족은 늘 경제적 압박에 시달렸어요. 공과금을 내는 것조차 벅찰 정도였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배우가 되는 것 말고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성공해서 가족을 보살펴야 한다는 마음뿐이었죠.”

고생스레 자란 그에게 배우로서의 성공은 간절했다. 헴스워스는 오랜 허기를 채우듯 닥치는 대로 부지런히 일했다. 강제 휴식에 처하기 전까지 잠시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다. 하지만 단순히 성공에 대한 지독한 갈망만으로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니다. 한편으로 심리적 두려움과 공포가 그의 등을 세차게 떠밀었다. 조금이라도 여유를 부린다면 자신의 커리어가 상승한 만큼 빠르게 추락할지 모른다는 강박에 쫓겼다. 그는 영화계에서 살아남는 것에 대해 “집요하게 달라붙어 있어야 해요”라고 말했다. “성공 가능성이 터무니없이 낮고 온통 불리한 조건인 데다 경쟁은 엄청나게 치열해요. 한 걸음 나아가는데도 엄청난 노력과 운이 필요하죠.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다 해도 마음을 놓을 수 없어요. 손에 쥔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걱정이 하루도 떠나지 않아요.”

헴스워스는 작년 한 해 동안 1억 달러가 넘는 어마어마한 수입을 거뒀다. 안정적인 수준을 훨씬 넘어섰지만 몸과 마음에 뿌리처럼 자리 잡은 습관을 버리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생각해보면 부모님의 대출금을 갚고 나서 잠깐이지만 ‘이제 뭘 해야 하지? 이렇게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어요. 하지만 언제든 처음 위치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공포와 불안이 여전히 머리 깊숙이 박혀 있어요.” 수년간 전속력으로 힘껏 달려온 탓에 후유증도 따랐다. “촬영을 위해 장기간 집을 비울 때마다 괴로워요. 아이들이 어려 눈치를 못 챌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어요. 배우로서 자랑스럽고 떳떳한 작품을 해야 한다는 마음은 여전하지만, 그게 최우선순위는 아니에요. 아이들이 내 곁에 꼭 붙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시기라는 게 더 중요해요. 20년 후 지금을 되돌아보며 ‘자, 슬슬 부모 역할을 해볼까’라고 한다면 그땐 너무 늦을지도 몰라요.”

헴스워스가 바이런 베이의 저택을 7백만 달러에 구입한 건 2014년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촬영하고 있을 때였다. 수년간 로스앤젤레스에서 지내온 그의 가족은 조용할 날이 없는 연예계 한복판을 벗어나 고향인 호주로 돌아왔다. “다른 배우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할리우드에서 살면 과할 정도의 스트레스와 정신없는 온갖 것들에 노출될 수밖에 없어요.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완전히 다르죠. 일로부터 빠져나오거나 거리를 두기 수월해요. 이메일이나 전화를 적당히 무시해도 괜찮아요.”

전 세계의 숨통을 꽉 조인 답답한 상황이 회복되고, 예정대로 촬영이 진행된다면 <토르: 러브 앤 썬더>는 내년쯤 볼 수 있을 것이다. 2021년은 토르 시리즈에 나름 의미가 있다. 첫 편이 등장한 지 10년이 되는 해다. 마블 팬들도 잘 알지 못하는 사실 중 하나는 케네스 브래너가 연출한 토르 시리즈의 첫 편에 출연할 당시 헴스워스의 나이가 고작 스물 다섯 살이었다는 점이다. 배우 경력이 얼마 안 됐던 그는 2006년 호주에서 제작된 <댄싱 위드 더 스타>를 통해 유명세를 얻었지만 미국에서는 사실상 무명 배우나 다름없었다. 그 무렵 헴스워스는 <엑스맨> 시리즈의 오디션에서 탈락했고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의 주연 자리에도 고배를 마셨다. 알다시피 그 역할은 채닝 테이텀에게 돌아갔다. 헴스워스는 자신이 배우로서 영영 성공하지 못한 채 대중의 시야 밖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걱정에 몸서리쳤다. “오디션 연락을 7~8개 정도 받았어요. 그중 하나는 될 줄 알았죠. 하지만 전부 떨어지고 나자 ‘이제 다 끝났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시 오디션을 볼 기운조차 없었어요. 그런데 <토르: 천둥의 신>을 하게 됐어요. 만약 앞서 다른 영화들에 캐스팅됐다면 내게 토르도, 지금의 삶도 없었을 거예요.”

그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일원이 되어 천둥의 신으로서 웅장하고 뜨겁게 보내온 시간은 무명 배우가 전 세계적인 스타로 성장하는 과정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토르>와 <어벤져스> 시리즈를 통틀어 헴스워스는 이미 일곱 번씩이나 토르를 연기했다. 그는 어느 순간에 배우로서의 목표가 흐릿해지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다. “똑같은 배역만 주어졌기 때문만은 아니에요. 오히려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인가?’ 라며 스스로에 대한 회의를 느꼈어요.” 헴스워스는 2017년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네오 누아르 스릴러 영화 <배드 타임즈: 엘 로얄에서 생긴 일>에서 범죄 집단과 다를 바 없는 컬트 교단의 지도자라는, 누구도 그에게서 예상하지 못한 역할을 맡았다. 영화는 호평을 받았고 약 5천2백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25억 달러 이상의 글로벌 흥행 수익을 기록한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비할 성적은 아니지만, 헴스워스가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한 걸음 벗어나는 과정으로써는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제법 훌륭한 성과였다. “뭔가에 익숙해지면 오히려 불안해하면서 ‘대체 왜 이걸 왜 하고 있지?’라고 의심을 하는 성격이거든요. CG와 액션 장면으로 도배되지 않는 작품을 하고 싶었는데 결과가 좋았어요. 이 영화를 통해 잊고 있던 연기에 대한 애정을 되찾기도 했어요.”

그렇다고 해서 자신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캐릭터를 외면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뉴질랜드 출신의 배우 겸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를 통해 비로소 토르 시리즈에 재미가 들렸기 때문이다. 와이티티 감독은 <토르: 라그나로크>를 연출하며 비장미 넘치는 서사극으로 흘러갈 뻔한 시리즈에 맛을 결정짓는 양념처럼 유머의 비중을 늘렸다. “스스로도 토르라는 캐릭터에 좀 더 유머가 있으면 좋겠다고 느끼고 있었어요. 와이티티 감독은 실제로 굉장히 재미있는 사람이에요. 그렇다 하더라도 영화에서 느껴지는 정신사납고 어린 아이 같은 천진한 에너지만으로 그를 판단해선 안 돼요. 유머를 통해 분위기를 유하게 만드는 능력과 감독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모두 갖춘 사람은 보기 드물거든요.” 전편에 이어 헴스워스와 새로운 토르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는 와이티티는 연출, 각본, 주연, 제작까지 도맡은 <조조 래빗>으로 지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헴스워스와 파타키 사이에는 세 명의 자녀가 있다. 일곱 살 딸 인디아 로즈, 여섯 살 쌍둥이 아들 샤샤와 트리스탄이다. 그는 촬영 때문에 몇 개월씩 집을 떠나야 하지만, 아이들이 자신의 영화를 보고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자랐다는 사실이 상당히 기쁘다고 말했다. “내 영화를 보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진짜 짜릿해요. 뭐, 가끔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기도 하지만. 녀석들의 눈에는 아빠가 멋있어 보이지 않나 봐요. 사실 촬영장에 오래 있다 보면 자만심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자신이 굉장히 특별한 존재라고 착각하게 되는 거예요. 현실을 잊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데, 아이들은 그런 면에서 아주 가차 없어요.”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헴스워스는 진짜 현실과 밀접하게 붙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덕분에 생각할 여유도,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도 부쩍 늘었다. 요즘 그의 화두는 인간의 삶과 생태계의 위협에 관한 것들이다. 단순히 지금의 위기 상황 때문만은 아니다. 올해 초 바이런 베이로 이사를 온 동생 리암 헴스워스는 2018년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인해 집을 잃었다. 헴스워스도 작년 호주에서 5개월 넘게 지속된 대규모 산불의 피해를 입을 뻔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해요. 사방에 불길이 거세게 번졌어요. 걷잡을 수 없을 정도였죠. 산불이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무차별적이고 종잡을 수 없는 재난 앞에서 우리는 얼마나 무력한지 깨닫게 돼요. 이런 상황에서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헴스워스는 호주 산불이 6개월째 지속되고 있던 지난 1월, 인스타그램에 한 영상을 올렸다. 4천만 팔로워를 향해 카메라를 똑바로 쳐다보며 “다들 안녕하세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잘 아시겠지만 산불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앞으로도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헴스워스는 영상을 통해 피해자들을 위한 도움과 지원을 호소하면서 1백만 달러를 기부할 계획을 밝혔다. 호주 남동부의 뉴사우스웨일즈주에서 번지기 시작한 산불은 3월 초까지 계속됐으며 240여 일 만에 진화됐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헴스워스가 구체적인 행동에 나선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기후 변화에 대한 각국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는 글로벌 기후 파업에 동참했고, 자신의 목소리로 지도자들에게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길 적극적으로 요청했다. 또 매체와의 인터뷰 도중 기후 위기를 부정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를 겨냥해 “뼛속까지 얼간이”라는 지극히 옳은 말을 남기기도 했다.

헴스워스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기후 변화를 비롯해 현재 인류가 직면한 문제들이 매듭지어지지 않은 채 다음 세대와 그 아이들에게 전가되는 상황이다. 해결하고자 할 때는 이미 늦었을지도 모른다. “우리 세대의 문제를 바로잡을 수 없다는 게 무척 안타까워요. 전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글로벌 기후 파업을 학생들이 이끌어낸 것만 보더라도 그들이 기성세대보다 사회적, 환경적 문제에 더 경각심을 갖고 있어요. 다음 세대에 남겨줄 것들을 따져보면 실망스럽기만 해요. 어른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해요.” 지금은 어느 때보다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시기이고, 열의를 보이며 인류적 위기를 걱정하는 헴스워스를 슈퍼히어로처럼 여기게 되는 것도 납득이 간다. 반면 그를 남들과 다른 척 고상하게 행동하는 셀러브리티로 치부해버리는 일도 SNS 게시물에 악플을 쓰는 것만큼 쉬운 일이다. 대저택에 틀어박혀 다른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사는지 잘 알지도 못한 채 설교를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도 그에 대한 진실은 아니다. 헴스워스는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 중 하나일 수 있지만, 적어도 앞으로 몇 개월간은 가족과 함께 집 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어떻게든 잘 살아가기 위해 애쓰는 한 사람일 뿐이다.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내일은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꼭 붙잡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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