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를 못하고 있는 신인 그룹들의 속사정 | 지큐 코리아 (GQ Korea)

데뷔를 못하고 있는 신인 그룹들의 속사정

2020-08-13T15:23:58+00:00 |music|

신인 그룹들은 데뷔도 하기 전에 부익부 빈인빅 현상을 겪는다. 코로나19가 이를 더 극명하게 드러냈다.

지난 4월 데뷔한 크래비티(상), 지난 6월 데뷔한 위클리(하)

“벌써 몇 번째 미뤘는지. 그런데 방법이 없죠.” 지난해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데뷔를 앞둔 신인 그룹을 만들어 온 한 소형 기획사 관계자 A씨는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본격적인 데뷔를 앞두고 티징 콘텐츠들을 기획하면서 한창 투자자들과 이야기가 오가던 중,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지원이 무산됐다. 해외 공연 위주로 짜여 있던 팀 활동 계획에 커다란 변동이 생기며 투자자들도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기 때문이다.

올해 신인 그룹을 데뷔시킨 곳 중에 그나마 상황이 나은 쪽은 플레이엠, 스타쉽 엔터테인먼트와 같이 산업 내부에서 인지도와 기획 능력을 이미 인정받은 곳들이다. 플레이엠의 신인 걸그룹 위클리, 스타쉽 엔터테인먼트의 크래비티 등은 모두 카카오M과 같은 거대 플랫폼의 서포트를 받고 있는 회사들이다. 이들 중에서도 전혀 끄떡없이 계획을 실행 중인 것으로 보이는 회사는 단 한 곳,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뿐이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경우에는 신인 그룹 론칭과 관련해 Mnet에서 리얼리티 프로그램 [I-LAND]을 방송 중이다. 이 프로그램에는 비를 비롯한 외부 창작진들에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내부의 유명 창작진들이 등장해 연습생들을 평가한다. 이 프로그램의 메인 테마곡은 아이유가 불렀다.

4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한국 아이돌 산업을 뒤흔들었던 Mnet [프로듀스] 시리즈가 뒤안길로 사라지고, 그 당시에 해당 프로그램에 나가지 않고 꿋꿋하게 데뷔했던 신인 그룹들 대부분은 예상보다 씁쓸한 결과를 맛봤다. 특히 보이그룹의 경우, [프로듀스] 시리즈를 통해 탄생한 워너원과 X1 사이에 위치했던 더보이즈, 골든차일드, 온앤오프, 베리베리 등의 그룹이 팬덤의 증가로 인한 상승세와 하락세를 반복해서 겪으며 안정된 입지를 쉽게 찾아가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찾아온 코로나19 사태는 그리 규모가 작지 않은 회사들에서 탄생한 이 그룹들이 꾸준히 자기 갈 길을 가는 상황조차 쉽지 않게 만들었다. 한 기획사 관계자 B씨에 따르면 “해외 공연은 불가능하고, 국내에서 앨범 발매만으로 낼 수 있는 수익은 너무 적은” 현재, “아무 것도 안 할 수는 없으니까” 울며 겨자먹기로 애쓰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러니 이들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은 소규모 기획사들의 입장은 말을 할 것도 없다. 디지털 싱글 발매를 통해 멤버들을 한 명씩 공개하려고 했던 한 기획사는 SNS와 끊임없는 유튜브 콘텐츠가 아니면 음원을 홍보할 여지 자체가 없는 상황을 만나 고민 중이다. “우리는 소규모 기획사다 보니 기존에 있는 보이그룹들과 다른 방식으로 마케팅을 기획하고 있었는데 지금 데뷔를 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인 것 같아 걱정이다.” 이 기획사의 관계자들은 계속 머리를 맞대고 고민 중이다.

물론 충분한 자본이 투입되지 않으면 방탄소년단의 후배 그룹인 투모로우바이투게더처럼 콘셉트부터 멤버들의 구성까지 질적으로 깔끔하게 정돈된 콘텐츠가 나오기 힘들다. 그러나 K팝의 빠른 성장 동력 중 하나가 다양한 모양새의 콘텐츠에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처럼 대형 기획사 이외에는 살아남기 어려워진 상황이 장기적으로는 산업의 동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K팝 산업에 존재하던 극단적인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기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기대는 할 수 없는 상황. 무엇보다 늘 새로운 것을 만날 기대에 차 있던 K팝 팬들이 흥미를 잃는 순간이 온다면, 그때가 바로 이 산업이 본격적인 하락세에 접어드는 순간이 될 수도 있다. 당장 코앞의 일은 아니더라도, 불가능한 미래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