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혼란에 빠진 2030 세대 | 지큐 코리아 (GQ Korea)

투자의 혼란에 빠진 2030 세대

2020-08-28T16:53:25+00:00 |living|

투자의 혼란에 빠진 지금 2030 세대에게 향후 방향성을 알려달라고 하자 50대 경제 전문가는 미래 대신 과거를 돌아보았다.

나의 20대는 1990년대였다. 대학 시절 일명 X세대라며 압구정동을 쏘다녔고, 군 복무 때 성수대교가 무너졌다. 회계사, 행정고시, 그리고 사법고시까지 올인했지만 매번 떨어졌고 졸업을 앞둔 1997년에 IMF 외환위기가 찾아왔다. 그래도 운 좋게 금융회사에 취업했는데, 1998년에는 삼성전자 주가가 3만원대에서 움직였던 것으로 기억한다.(삼성전자가 2018년에 주식 1주를 50주로 쪼개는 50대 1 액면분할을 했으니 현 주가로는 7백원 정도라고 보면 되겠다.) 다양한 고시공부를 섭렵한 덕분인지 이후 언론고시에 합격해 신문기자가 됐다. 수습기자 시절인 1999년 말 우리 신문의 1면 헤드라인은 이러했다. “집으로 돈 버는 시대 끝났다.”

당시 선배들 중에는 강남 아파트를 판 경우도 많았다.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는 인터넷이 대두되며 한국은 물론 세계 전체가 IT 관련 주식 이야기로 가득했다. 요즘도 종종 언급되는 바이 코리아(buy korea, 한국 주식에 투자하라)가 그때 이야기다. 1999년 1월 5백50포인트였던 코스피는 2000년 1월 1천66포인트까지 폭등했다. 1년 만에 4배, 5배, 8배 이상의 잭팟이 터지는 종목도 많았다. 선배 중 한 명은 새롬기술에 투자해 8억원을 벌고 퇴사하기도 했다.

버블은 순식간에 터졌다. 그 유명한 IT닷컴 버블이다. 2000년 1월부터 증시가 곤두박질쳤고 그해 12월 코스피는 4백80포인트대로 내려앉았다. 한여름 밤의 꿈이었다. 부동산도 지지부진했다. 나는 2001년에 결혼했는데 당시 서초구 잠원동 20평대 아파트 시세가 2억 2천만원 정도였다. 그 무렵 나보다 먼저 결혼한 후배 돌잔치에 찾아가 금반지 한 돈을 선물했다. 약 4만5천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2002년 뜨거웠던 월드컵의 여름이 끝나갈 무렵 나는 증권부로 발령 났고 펀드팀을 맡았다. 그때 펀드매니저는 존재감이 없었다. 주로 당구장에서 인터뷰를 했다. 그러다 2003년 말, 한 증권사 임원이 적립식 펀드에 관한 방대한 자료를 주었다. 그분이 그랬다. “정 기자, 이제 펀드 시대가 올 거야. 적립식 펀드가 세상을 바꿀 거야.” 사실이었다. 2003년 4월 5백 포인트에서 움직이던 코스피는 2005년 1천 포인트 돌파, 2007년 10월엔 2천 포인트를 그대로 돌파해버렸다. 너도 나도 주식형 펀드에 뛰어들었다. “펀드 가입하면 기본 수익이 30퍼센트”라는 말이 돌던 때였다. 부동산은 더 많이 미쳐 있었다. 2억원대였던 잠원동 20평형대 아파트가 5억원을 돌파했다. 2006년 여름은 부동산 버블의 극한이었다. 서울은 말할 것도 없고 수도권, 지방까지도 자고 일어나면 수천만원이 올랐다. KB부동산 시세를 보면 2006년 1년 동안 강남구 35.96퍼센트, 서초구 30.07퍼센트, 송파구 31.65퍼센트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5년간 강남 3구 아파트값이 평균 70퍼센트가량 뛰었다.

그렇게 주식과 부동산에 취해 있을 무렵인 2007년 11월, 당시 2주간 해외 취재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나는 가입했던 중국 펀드 수익률을 보고 깜짝 놀랐다. 90퍼센트였던 수익률이 70퍼센트로 떨어져 있었다. 그 중국 펀드 수익률은 2008년, 결국 마이너스가 됐다. 내게 2008년 말의 세계 금융위기는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보다 더 춥고 혹독했다. 역설적으로 그사이 내가 더 똑똑해졌기에 더욱 공포스러웠다. 코스피가 8백92포인트까지 대폭락했다. 2009년이 찾아왔고 나는 10년 넘는 기자 생활을 마치고 시장으로 뛰어들었다. 신문사를 떠나는데 한 후배가 그랬다. “선배는 코스피가 4백에서 2천 포인트 되는 걸 보고, 그 2천이 다시 9백 포인트까지 떨어지는 걸 보고 떠나네요.”

‘반백 살 올드보이’가 된 내가 굳이 구구절절 나의 20대, 30대, 40대를 이야기하는 것은 부동산과 주식에 관심 많은 요즘 2030 세대에게 앞으로의 경제와 투자 방향성에 대해 짚어달라는 원고 청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주식? 채권? 달러? 금? 강남 아파트? 비트코인? 무엇을 말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 내린 결론은 나의 20대부터 50대가 된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이 이야기들은 한 가지 사실을 분명하게 입증하기 때문이다. 바로 모든 투자자산은 상승과 하락의 주기를 만들면서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2011년, 경제 방송 프로그램에서 앵커로 활동할 때 비트코인 관련 내용을 다뤘다. 1비트코인 가격이 2015년에 2백 달러대까지 추락했다가 2017년부터 분 가상화폐 광풍에 2018년 1월에는 2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3년 만에 1백 배가 오른 거다. 이후 폭락 스토리는 2030 독자 여러분이 더 잘 알 것 같다. 이 시기 박스권에 갇혀 있던 코스피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함께 상승해 삼성전자는 3백만원(액면분할 이전 기준. 현 주가 기준 6만원)이 넘었고, 2016년 말부터 가격 상승이 시작된 부동산은 2019년까지 대폭등해 서울 아파트 중윗값이 9억원이 됐다. 그리고 2020년인 지금은 코로나19가 들이닥쳤다. 주식은 폭락하다 폭등했고 휴지가 될 줄 알았던 비트코인은 1비트코인에 1만1천 달러를 넘었다. 4만원이던 금반지는 30만원이 넘는다. 투자자산의 가격은 사이클을 만들며 끝없이 등락을 거듭한다.

혹자는 그런다. “그때 삼성전자 주식 사놓고 20년 기다릴걸.”, “그때 집을 온통 금으로 도배해놓을걸.”, “그때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강남 아파트를 사는 건데.” …. 어떤 전문가가 ‘그때’를 생각하며 무조건 버티라는 투자법을 강요한다면 이건 사기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14억 하던 은마아파트(2006년)가 7억원대로 추락하고(2010년), 다시 20억원이 되는(2019년) 시기에 버틸 수 있을까? 수익률이 20퍼센트만 나도 차익실현을 좇는 게 인간 본성인데 어떻게 10년 넘게 버틴다는 말인가?

내가 2030 후배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이 한마디뿐이다. 주기를 타는 능력을 연습하라. 상승과 하락의 변동성에 몸을 맡겨야 한다. 요즘 2030 세대가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다’라며 엄청난 빚을 지고 부동산과 주식에 올인하고 있다. 일명 패닉 바잉이다. 그 심정 너무 이해한다. 6억 하던 아파트가 5년도 안 돼 11억원으로 튀어 오르고, 생전 처음 듣는 제약주가 두 달 새 10배가 오르는 걸 직접 목격했으니 말이다. 특히 우리 사회는 계층을 옮겨 탈 계층 사다리도 거의 무너졌다. 이렇게 되니 월급 받고 저축해선 현재 위치도 지키기 어렵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낀 2030들이 속속 투자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지난 30년을 돌아보면 알겠지만 이런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 부동산, 주식, 금, 비트코인 무엇 하나 매일, 매주, 매년 꾸준히 오른 경우는 없다. 급등과 급락의 변동성은 반드시 함께한다. 주기를 타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그러려면 첫째는 학습이다. 공부한다고 투자를 잘하는 건 아니다. 최종학력과 투자능력은 관계없다. 하지만 알고 당하는 것과 모르고 당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둘째는 실전이다. 일단 해봐야 알 수 있다. 경험해볼 때는 시장을 인정해야 한다. 인정하고 겸손해야 한다. 그것이 세 번째 방법이다. 나의 목표수익률을 채웠으면 빠져나오고 손절 기준을 넘어서면 끊고 나와야 한다. 그렇게 주기를 타는 능력을 키워야만 시장의 숱한 가격 변동 속에서 나만의 기회를 만날 수 있다. 3개월 치 생활비는 늘 현금으로 마련해놓는 습관도 절대 잊지 말고. 글 / 정철진(경제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