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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크루 정신을 담은 나이키 ‘덩크 카시나’

2020.09.07GQ

새로운 시작을 꿈꾸던 나이키 덩크와 카시나의 이야기가 담긴 신발.

얼마 전 카시나 인스타그램 계정(@kasina_official)에는 #thecrew, #kasina 해시태그와 함께 카시나의 시작이었던 1997년 카시나의 첫 부산 매장 사진과 1980년대 택시와 버스 그리고 서울로 향하는 경부고속도로 이정표의 흑백사진들이 올라왔다. 이 사진들 속에는 국내 스트릿 브랜드 편집샵 최초의 나이키 협업작 나이키 ‘덩크 카시나’의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부산 to 서울

나이키 덩크가 탄생한 1980년대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으로 발전을 이루었고 젊은이들은 서울로의 상경을 꿈꿨다. 두 가지 컬러로 발매되는 카시나 덩크의 첫 번째 컬러는 부산과 서울을 잇는 경부고속도로의 이정표에서 영감을 받았다. 거친 녹색 스웨이드는 이정표를, 회색 스우시는 이정표를 지탱하는 지지대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끝났다면 그저 흔한 색깔 놀이 모델에 지나지 않겠지만 텅에는 나이키 로고 대신 한글로 ‘카시나’ 로고를, 신발 뒤쪽에는 ‘BUSAN’과 ‘SEOUL’을 자수로 새겼다. 최근 LA to Chicago, New York to Paris, UNC to Chicago 등의 이름을 담은 모델들이 출시되고 있는데, 이에 질세라 벌써부터 나이키 덩크 ‘부to서’라는 별칭이 생기기도 했다. 1번 경부고속도로 로고가 새겨진 행태그(hangtag)도 깨알 같은 디테일이다. 이에 더해 토캡 측면의 미니 스우시에는 1980년대 빈티지 감성을 위해 흰색 대신 아이보리 컬러를 사용했다. 텅 부분에는 노란색 내부 스폰지를 그대로 노출시켰다. 마지막으로 힐 카운터 측면에도 ‘카시나’의 로고가 자수로 새겨져 있다.

버스 & 택시

파랑, 노랑, 검정으로 이루어진 두 번째 컬러는 1980년대 그 어느 때 보다 분주하게 움직였던 버스와 택시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파란색 버스, 노란색 택시 그리고 검은색 타이어를 상징하는 색상의 조합이 눈에 띈다. 이 모델 또한 첫 번째 컬러웨이와 마찬가지로 텅에는 ‘카시나’ 한글 로고, 힐 카운터 측면에는 ‘카시나’ 자수 로고가 새겨져 있다. 이 컬러에는 버스 핸들 모양의 행태그가 달려 있다.

대한민국 X 나이키

1997년에 설립된 카시나는 20년이 훌쩍 넘도록 대한민국 스트릿 씬과 함께 해왔고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 또한 진행해 왔다. 그리고 2020년 올해, 국내 스트릿 브랜드 편집샵 중 최초로 나이키와 협업을 성사시킨 것. 나이키 SB 덩크가 아닌 나이키 덩크를 베이스로 협업하게 된 이유는 1985년 나이키 덩크의 탄생과 1980년대 대한민국의 모습을 함께 담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2018년에는 에어 조던 3 “서울”, 2019년에는 지드래곤 X 나이키 에어 포스 1 “파라-노이즈” 그리고 올해는 나이키 ‘덩크 카시나’가 발매된다. 그만큼 대한민국의 스니커 씬이 성장했고 인정 받았다는 의미가 아닐까. 대한민국의 스니커 헤드로서 오랜 기간 준비했을 이번 카시나와 나이키의 협업에 자부심을 느낀다.

    오렌지킹 (스니커 칼럼니스트)
    사진
    나이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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