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만으로도 미감을 자극하는 공간 네 곳 | 지큐 코리아 (GQ Korea)

접시만으로도 미감을 자극하는 공간 네 곳

2020-10-12T16:27:21+00:00 |food|

음식을 내기 전 빈 접시만으로도 마감을 자극하는 공간 네 곳을 찾았다.

pipe ground
조민수 대표이사

“치즈 슬라이스처럼 생긴 귀여운 나이프와 피자 가게답지 않은 화려한 장식의 화이트 세라믹 접시에 푸드 에디터 셋이 동시에 테이블웨어를 뒤집었던 기억이 난다.” 라이프스타일 콘텐츠 스튜디오 sik_kuu. 조한별 디렉터의 이런 고백만큼이나 SNS 속 #파이프그라운드 태그에는 피자 사진과 비등하게 테이블웨어 인증사진이 많다. 3년 차 피자 가게 파이프 그라운드에서는 특히 옥수수를 거의 ‘퍼붓듯이’ 도우에 올린 옥수수 피자와 치즈 모양 나이프가 인기다. 피자를 옮기는 서버 역할부터 조각내는 나이프 역할까지, 제 역할을 착실히 해주는 커트러리를 태국에서부터 이고 지고 왔다는 파이프 그라운드 조민수 대표이사가 나이프를 쓰기에 가장 신나는 메뉴 레시피를 공유해주었다.

테이블웨어 접시는 웨지우드 wedgewood 페스티비티 라인. 커트러리는 태국 수제품 현지 구매. 특히 커트러리는 매장 오픈 일정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태국에서 발견했다. 치즈 모양 나이프를 본 순간 ‘이거다’ 싶었다. 일정상 바로 구매하고 직접 운반하게 되었는데 포크, 나이프, 스푼 3종류의 무게 합이 엄청나서 꽤 고생한 기억이 난다.

나이프를 쓰기에 가장 신나는 메뉴 무엇보다 대표 메뉴인 옥수수 피자. 파이프 그라운드에서 즐겨주길 바란다. 옥수수 피자 레시피는 비밀이지만 집에 오븐이 있다면 피자 도우에 올리브 오일을 바르고 치즈를 올려 구워보길 추천한다. 먹기 좋은 사이즈로 잘라 꿀을 듬뿍 찍어 먹으면 간단하고도 맛있는 홈메이드 피자가 완성된다.

집에 꼭 있으면 좋을 테이블웨어 요즘 마리메꼬 marimekko 접시에 눈이 간다. 활달한 패턴과 디자인, 적당한 가격까지. 두고두고 활용하기 좋은 제품이 많다.

Natural High
노아주 매니저

“호주 어느 레스토랑에 온 것 같았어요.” 푸드&리빙 스타일링 전문 그룹 차리다 스튜디오의 김은아, 심승규 실장이 내추럴하이를 떠올릴 때 ‘같다’라는 말이 지닌 날카로움을 생각했다. 그것은 고만고만 비슷하다는 뜻의 에두른 표현일 수도, 오리지널 못지않은 매력을 지녔다는 찬사일 수도 있으니까. 직접 발 디뎌본 내추럴하이는 후자에 가까웠다. 내추럴하이는 90여 종의 호주산 와인과 함께 우드 파이어 그릴 요리를 낸다. 우드 파이어 그릴이란 장작불로 만드는 요리이자 조리법으로 특히 호주와 동유럽에서 흔하다. 내추럴하이 역시 매일 1톤 트럭에 가득 실려 온 참나무 장작으로 제철 채소를 굽고 과일을 익힌다. 요리는 용광로에서 탄생한 스테인리스 스틸 테이블 위, 가마에서 구운 도자기에 얹어 낸다.

테이블웨어 커트러리를 올린 타원형 접시는 도예가에게 의뢰·제작한 것. 커트러리는 코보 covo. 흰색 타원형 접시는 버지니아 까사 virginia casa. 캐러멜색 넓은 볼은 카사겐트 casagent. 짙은 청색 넓은 접시는 자 세라미스트 jars Ceremistes. 맨 아래 접시는 림 Limn. 볼은 웨스트엘름 west elm. 테이블 조명은 자체 제작.

깨지면 가장 애석할 그릇 웨스트엘름의 볼. 포르투갈산인데 한국 매장에서는 물량이 부족해 캐나다에서 배송받았다. 마지막 물량이었고 배송 시간도 꽤 걸렸는데 ⅓ 정도가 깨져 와서 안 그래도 아쉽다.

이 그릇에 주로 담아내는 메뉴 우유, 생크림, 레몬즙으로 만든 리코타 치즈에 곁들인 장작으로 태우듯 구운 청포도.

집에 꼭 있으면 좋을 테이블웨어 와인 잔. 그 와인 잔에는 루시 마고 Lucy Margaux 와이너리의 오렌지 와인 ‘Tete d’Oeuf Blanc’을 추천한다. 열대 과일 향이 고소한 리코타 치즈와 퍽 잘 어울린다.

wicked wife
이영지 대표

위키드와이프는 음식과 와인의 페어링을 제안하는 와인 가게이자 레스토랑이다. 그 음식이란 석화, 생선솥밥과 같이 비교적 얌전한 메뉴부터 떡볶이, 순대, 만두 같은 분식까지 기발하고 분방하다. 이영지 대표는 미식을 즐기고 미감을 모으고자 틈틈이 여행을 떠나는데, 몇 달간 코로나에 묶인 발을 동동거리는 그이지만, 테이블 위에 지금껏 그가 모아온 그릇을 펼쳐내는 것만으로도 여행이 시작된다.

테이블웨어 좌측 상단, 빗금이 새겨진 접시는 다이칸야마 테노하에서 구매. 올리브색 둥근 접시는 교토 스페라에서, 뒤집어놓은 흰색 타원형 볼은 도쿄 이이호시 유미코에서 구매. 우측의 나뭇잎 무늬 테두리 접시와 좌측의 꽃잎 모양 타원형 접시는 모두 교토 히무키에서 구매. 회색빛 타원형 접시는 정소영의 식기장에서, 푸른색 둥근 접시는 홍콩 사케 센트럴에서 구매. 투명 와인 잔은 안나 리사 Anna Liisa. 회색 낮은 굽 와인 잔, 분홍색 와인 잔, 조개를 닮은 타원형 낮은 볼은 브랜드 및 구입처 불명.

깨지면 가장 애석할 그릇 테두리에 빗금이 새겨진, 테노하에서 산 접시. 그릇을 욕망적으로 모으던 시절에 산 건데 그때의 나를 생각하면 지나치게 잘 산 ‘백 점’짜리다. 이렇게 따스한 흰색 톤의 타원형 접시는 어느 요리에나 어울린다. 무엇보다 이 그릇을 보면 다듬어지지 않은 그때의 내가 떠올라 부끄럽기도, 행복하기도 하다.

이 그릇에 주로 담아내는 메뉴 전부 다. 매운 고추장 소고기 스튜, 주키니 누들, 치즈 한 조각까지도. 특히 주키니 누들은 먹는 이들 모두 신기해하는데, 스파이럴라이저로 호박을 쓱쓱 갈아 면처럼 만들고 미몰레트 치즈를 뿌린 뒤 레인지에 돌리면 완성이다. 내추럴 와인 중 오렌지 와인 ‘Sancho Panza’를 곁들이면 더욱 완벽하다.

UnderYard
서정경 대표

서울 논현동, 봄이면 꽃이 흐드러지는 어느 단독 주택의 마당 아래 차고를 수리해 만든 카페 언더야드에 처음 방문했을 때 커피가 담긴 녹색 잔을 눈썹 위까지 올려 들고 잔 바닥에 적힌 브랜드를 확인했다. 샥슈카를 담은 작은 주물 팬도, 연어를 듬뿍 올린 빵이 담긴 접시도, 요거트에 얇게 썬 사과를 곁들인 볼도, 어느 하나 심드렁하게 지나치기 힘든 면면이었다. 한남동으로 자리를 옮기고 나서도 마찬가지다. 그사이 녹색 커피 잔의 금색 테두리는 조금 벗겨지고, 서정경 대표의 표현 따라 “컵과 그릇을 아쉽지 않을 만큼 깨트린” 정도의 시간이 흘렀지만 언더야드의 감성은 여전히 선명하다.

테이블웨어 맨 위 갈색 타원형 접시, 하늘색 잔과 기대어놓은 소서, 듀라렉스 Duralex 투명 물컵을 올려둔 접시, 하단의 짙은 갈색 테두리 접시와 접시 위에 둔 갈색 커피 잔 세트는 모두 빈티지 아라비아 핀란드 Arabia Finland. 파란색 법랑 볼과 회색 마블링 패턴 법랑 접시는 헤이 Hay. 파란색 테두리 접시는 카네수즈 Kanesuzu. 쌓아 올린 녹색, 회색, 검은색 커피 잔과 소서는 아필코 Apilco. 티스푼은 무인양품 Muji.

깨지면 가장 애석할 그릇 커다란 갈색 타원형 접시. 빈티지 아라비아 핀란드의 루스카 시리즈인데 가격도 비싸거니와 이제는 구하기 힘들다.

이 그릇에 주로 담아내는 메뉴 구운 채소와 후무스. 집에서도 신선한 뿌리채소를 구운 뒤 접시에 올리면 훌륭한 한 끼가 된다. 과카몰레를 더해도 좋다. 곁들이면 좋은 음료 화이트 와인. 언더야드에서도 잔술로 판매한다. 채소의 담백한 풍미와 화이트 와인의 산미가 조화롭다.

집에 꼭 있으면 좋을 테이블웨어 듀라렉스 물잔. 쉽게 깨지지 않고 물, 우유, 커피, 때때로 와인과 맥주도 훌륭히 소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