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걸 유아 "뭐든 뻔한 건 하고 싶지 않았어요" | 지큐 코리아 (GQ Korea)

오마이걸 유아 "뭐든 뻔한 건 하고 싶지 않았어요"

2020-10-25T22:35:54+00:00 |interview|

유아는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춤을 춘다. ‘유아다움’이 뭔지 투명하게 알고 있다.

브이 넥 블랙 미디 원피스, N21 at yoox.com. 미들 힐 부츠, 구찌.

리본 디테일 재킷, 쟈니헤잇재즈.

리본 디테일 재킷, 스커트, 모두 쟈니헤잇재즈. 펌프스, 구찌. 니삭스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블라우스, 드레스, 모두 펜디. ‘AFF 컬렉션 AFF 체어’는 강영민 작가의 작품.

화이트 니트, 체크 셔츠, 스커트, 모두 구찌. ‘선인장’, ‘고양이와 박새와 풀’은 모두 이동훈 작가의 작품.

드레스, 골드 하네스, 블랙 레더 힐 부츠, 골드 이어커프 이어링, 모두 알렉산더 맥퀸.

화보 촬영을 위해 닭을 그려달라고 부탁했는데, 당황하지 않고 슥슥 시원하게 그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평소에도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요. 표현하고 싶은 게 떠오르면 주저하지 않고 거침없이 그려요. 일주일 전에도 크레파스로 뭔가 그렸던 기억이 나요.

어떤 걸 그렸나요? 난해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제가 상상해온 나라나 공간을 그려요. 가끔은 제 자아에 대해 표현할 때도 있고요. 살면서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다 보면 그 안에 갇혀 살게 되잖아요. 진짜 제 모습을 마주하고 싶을 때 그림을 그리곤 해요. 요즘엔 풀, 꽃처럼 자연을 많이 그려요.

‘숲의 아이’답네요. 의도한 건 아닙니다.(웃음)

유아의 첫 솔로 무대는 올해 케이팝 신에서 가장 센세이션한 시도였어요. 유시아라는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퍼포먼스이기도 했고요. 무대 위에서 예쁘고 아름다운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진 않아요. 잊고 있던 무언가를 리마인드시켜 줄 수 있는 색다른 공연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저에 대한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에 놀라셨겠지만, ‘숲의 아이’는 제 안에 늘 존재해왔던 일부라고 생각해요. ‘유아다움’이 뭔지를 잘 보여드린 좋은 출발이었던 것 같아요.

처음 이 곡을 듣고 어떤 이미지나 스토리를 상상했나요? 늑대 소녀에 대한 판타지를 떠올렸어요. 이 아이는 숲에서 자랐기 때문에 세상의 문물을 접하지 못했고, 그래서 굉장히 깨끗한 마음을 가졌어요. 호기심 가득한 맑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죠. 생존을 위해 터득한 역동적이고 와일드한 모습도 있고요. 나무 뒤에서 사냥을 한다거나 낯선 존재를 경계할 땐 어떤 표정과 모션을 취할까? 그런 부분까지 세세하게 연구한 다음에 연기로 표현했어요. 무대 밖에서도 ‘숲의 아이’로 지내려고 했어요. 옆에서 봤을 때 살짝 미친 사람처럼 보였을 수도 있어요. 그렇다고 음식을 풀 같은 것만 먹진 않았어요.(웃음)

배우처럼 완전히 캐릭터에 몰입해서 메소드 연기를 펼친 거네요. 말하기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거울을 보면서 늘 연기 연습을 해요. 제 얼굴과 표정에 대해 탐색을 하는 거죠. 어느 날 얼굴을 관찰했는데, 전혀 순수해 보이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일상의 아주 사소한 생각까지 바꾸려고 했어요. 그래야지 눈빛이 맑게 변하더라고요. 어느 순간 제가 정말 달라져 있더라고요. 그렇게까지 몰입하지 않았더라면 공연이 그저 가짜 쇼처럼 보였을 거예요. 자칫하면 유치해 보일 수 있는 콘셉트였기 때문에 독무를 출 때도 독특한 느낌의 컨템포러리적인 요소를 넣었어요. 사람들 눈에 익숙하지 않은 동작으로 채워지길 원했죠. 뭐든 뻔한 건 하고 싶지 않았어요.

무대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 증언도 꽤 있고, 한 편의 종합 예술 같다는 찬사도 받았어요. 케이팝을 둘러싼 그 어떤 한계나 경계를 다 허물어 버린 느낌이에요. 좀 뭉클한 마음도 들더라고요. 케이팝을 하는 사람이니까 꼭 이렇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춰야 한다는 편견이나 강박이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사실 이런 가치관을 말할 때면 겁도 나거든요. 혹시 저를 예술병에 걸린 사람처럼 생각하진 않을지. 저도 사람인지라 한계를 체감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늘 그것으로부터 탈주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스스로 막아놓은 바리케이드에 갇히고 싶지 않았어요. 다른 사람들이 쳐놓은 장벽은 사실 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데, 스스로 내린 결론은 잘 무너지지 않거든요. 전 그걸 부수고 싶어 요. 그래서 자유에 대한 갈망이 큰 것 같아요.

유아에게 자유란 곧 춤추는 순간일 것 같아요. 춤이 삶을 더 이롭게 만든 부분이 있나요? 제게 춤이란 스스로에 대한 억압을 내려놓는 것, 무한대로 누리는 표현의 자유로움을 의미해요. 최근에 컨템포러리 댄스를 배우게 됐어요. 정해진 동작 없이 제 맘대로 제 박자에 춤을 출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했어요. 태양을 몸으로 표현하고, 비트에 맞춰 자유롭게 몸을 움직였어요. 태초의 무언가를 연상시키는 노래였는데, 굉장히 슬프게 들렸어요. 여기서 시작해 저기서 끝이 났는데, 제가 뭘 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나더라고요. 눈을 떠보니까 제가 주저 앉아 울고 있었어요. 춤에 대한 트라우마가 완전히 극복되는 기분이었어요. 발랄하고 경쾌하지만 때로는 이런 상반된 모습도 공존한다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길을 잃으면 키가 큰 나무에게 물어야지 그들은 언제나 멋진 답을 알고 있어”라고 노래했어요. 가사처럼 헤매는 기분이 들 때 어떻게 답을 찾나요? 누구에게나 그런 날이 있잖아요. 완전히 망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그렇게 길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면 옛날엔 쉽게 우울감에 빠졌어요. 세상이 제 뜻대로만 돌아가진 않더라고요. 제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돌아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고요. 저를 가장 괴롭힌 건 공포심이었던 것 같아요. 떨쳐내기가 쉽진 않죠. 감정이 한순간에 사라지지 않으니까요. 좋은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주변에 많아요. 그분들이 저를 변화시킨 것 같아요. 오늘 하루 안 좋은 일이 좀 일어나도, 그게 또 좋은 일의 근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제가 바나나를 밟아서 넘어졌는데, 그 앞으로 차가 지나갔을 수도 있잖아요. 그럼 결국 저는 더 큰 행운을 얻은 거죠. 무엇을 우선시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정말 크게 바뀌더라고요.

평소에 자주 쓰는 단어나 문장이 있나요? ‘감사합니다’와 ‘행복’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해요. 저는 행복하기 위해 살거든요. 일도 결국 행복해지기 위해 하는 거고요. 모든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대중음악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저에게 힘을 불어넣어주고 싶을 때는 화려한 말보다는, 그냥 “잘했다”, “다 좋게 풀리겠는데?”라고 마인드컨트롤을 해요. 뭐든 생각하기 나름이더라고요. 자신감이 부족했을 때는 멋있는 척을 많이 했는데, 그럼 무대 위에서 티가 났어요. 굳이 뭔가를 드러내고, 있는 척을 하지 않아도 스스로 중심이 단단하게 잡혀 있으면 그 자체만으로 멋있다는 걸 느꼈어요.

춤이든 노래든 유아가 하는 모든 것엔 ‘소울’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요. 제 ‘소울’의 근원지라고 한다면 그건 아마도 ‘자유’인 것 같아요. 어떤 것에 영감을 받으면 제가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청아한 목소리 너머의 허스키하고 거친 음색은 아직 많은 사람이 발견하지 못한 유아의 이면 같아요. 그동안 제가 해온 것에만 안주하고 싶지는 않아요. 이번 솔로 앨범에 ‘Far’라는 곡이 있어요. 이 노래를 듣고 사람들이 유아에게 이런 소리도 있었구나 하고 새롭게 느꼈으면 좋겠어요.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는데도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돼 여러 번 녹음한 곡이거든요. 읊조리듯 뱉는 가사에 감정을 담는다는 것이 정말 어렵더라고요.

솔로 활동을 하며 마주친 뮤지션 가운데, 크게 감명을 준 사람이 있었나요? 태민 선배님과 이번에 활동 시기가 겹쳐서 리허설과 공연하는 모습을 모니터로 몇 번 보게 됐어요. 제가 추구하는 부분을 완벽하게 표현하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신념 있는 사람이 보여줄 수 있는 무대랄까요. “대단하다, 잘한다”는 단순한 말로는 부족한,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본 것 같았어요. 만약 제가 앞으로 솔로 아티스트로서 방향을 찾는다면, 태민 선배님처럼 하면 어떨까? 5년 뒤에 저는 어떤 모습일까? 그런 상상을 잠시 했어요.

오마이걸 하면 ‘대기만성’이란 사자성어가 떠올라요. 숫자가 전부는 아니지만, 2015년 데뷔해서 1009일 만에 ‘비밀정원’으로 첫 1위를 차지한 일화도 그렇고, 최근에는 ‘2020 올해의 브랜드 대상’을 수상했어요. 오마이걸이 가진 고유의 힘은 어디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저희들끼리 주고받는 재미있는 농담 속에서 오마이걸의 정체성이 모두 나온다고 생각해요. 저희 팀은 좀 유별나고 각별해요. <전지적 참견 시점>에 출연한 뒤 많이들 물어보세요. 평상시 생활도 진짜 방송과 비슷하냐고요. 저희는 진짜 그래요. 멤버들이 너무 보고 싶어서 서로의 집에 놀러 가고, 우리의 그런 사소한 일상이 모여서 결국 팀워크가 형성돼요. 단단한 팀워크 속에서 지금까지 보여드린 새로운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 거고요. 멤버들 모두가 있는 모습 그대로 소신껏 성장해왔어요.

언젠가 오마이걸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면, 어떤 타이틀이 좋을까요? <미운 오리 새끼>가 떠올라요. 무리와 다른 모습 때문에 외톨이처럼 지내던 미운 오리 새끼가 뒤늦게 자신이 아름다운 백조였다는 걸 깨닫잖아요. 오마이걸도 비슷한 것 같아요. 처음엔 미운 오리 새끼인 줄 알았으나 이제는 어엿한 백조가 됐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