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 SM엔터테인먼트가 K-pop에 던지는 질문 | 지큐 코리아 (GQ Korea)

에스파, SM엔터테인먼트가 K-pop에 던지는 질문

2020-11-20T14:30:43+00:00 |music|

SM엔터테인먼트의 이번 실험은 실패할 것인가, 성공할 것인가.

에스파(aespa)가 공개되었을 때, 대부분의 K-POP 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RPG 게임이나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봤을 법한 게임 캐릭터와 흡사한 옷차림, 얼굴 생김새의 아바타가 아이돌의 자리를 넘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에서 수입된 작품 중에는 극장에서 응원봉을 들고 열광하는 게 익숙한 가상의 아이돌 애니메이션이 종종 눈에 띄지만, 그조차도 대부분은 앙증맞고 귀여운 이미지의 주인공들이 나와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에스파는 그와 달리 여성의 신체적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낸 모습을 띈 아바타를 바탕으로 활동을 예고했다.

에스파의 멤버인 카리나, 닝닝, 윈터, 지젤의 아바타의 이름은 ae-카리나, ae-닝닝, ae-윈터, ae-지젤이다. 현재 유노윤호, 최강창민 같은 이름을 쓰고 있는 SM엔터테인먼트 소속 동방신기나, 과거 소속 걸그룹이었던 천상지희 더 그레이스와 같은 팀을 생각해보면 멤버들의 이름에 ae-라는 수식어가 하나 더 붙은 정도인 것 같지만, 이들은 좀 다르다. 동방신기나 천상지희 더 그레이스와 같은 경우, 팀으로서의 정체성을 아이돌에게 좀 더 강하게 부여해 멤버 자체를 캐릭터화한 인물에 가까웠다. 하지만 ae-는 멤버들에게 아바타를 부여해 상당히 또렷하게 캐릭터로서의 정체성을 만들어 냈으면서도 동시에 살아있는 인물로서의 정체성은 거의 소거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소거되었던 인간미는 ae-가 붙은 아바타들과 친구를 맺고 “처음 봤을 때 정말 놀랐어요. 친구 같고, 동생 같아요”라며 감정을 얘기하는 카리나의 입을 통해서라야 비로소 만날 수 있다.

동시에 ‘Black Mamba’ 뮤직비디오는 아바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다소 흐트러뜨린다. 멤버들이 살아있는 존재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중요한 장치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거침없이 신체를 움직이는 네 멤버의 격렬한 퍼포먼스를 통해 “뻣뻣했던” 아바타의 움직임만으로 구현할 수 없는 역동성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팬들은 아바타 이전에 네 명의 멤버가 움직이는 인간이라는 점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이를테면 아바타는 2020년에 SM엔터테인먼트가 제시하는 ‘Neo Culture Technology’인 셈이다. 더불어 네 멤버의 개별 콘셉트 트레일러와 뮤직비디오 속에서는 네 명이 각자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을 떠올리게 하는 SNS를 활발히 활용하는 모습이 강조된다. 현실이자 현실이 아닌 세상, 그 안에서 마주하는 나의 모습을 “거울 속의 나는 네가 아닐까? / 일그러져버린 환영인 걸까? / 다시 너와 연결될 수 있다면”이라는 가사로 표현하며 현실과 현실이 아닌 세계가 모호해진 2020년의 모습은 ‘아바타’라는 다소 낡아보이는 존재를 새로운 현대인의 분신으로 깨운다.

SM엔터테인먼트가 30년 가까이 한국에서 아이돌 산업을 이끄는 선두주자로 활약하면서 여러 가지 독특한 콘셉트를 내놓았고, 그중에는 성공작도 실패작도 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아바타와 SNS를 활용한 ae 콘셉트는 게임 캐릭터처럼 과도하게 남성의 시각에서 이상적이라고 언급되는 여성의 몸에 대해 문제점을 인식하게 만들면서, 동시에 우리가 현재 인식하고 있는 인간미가 무엇인지 재고하게 만든다. 코로나19 시대에 이 아바타 콘셉트는 온택트의 개념을 충실히 이행하는 수단이 될 것이고, 그와 동시에 SM엔터테인먼트는 실재하는 인물을 좋아하는 아이돌 팬들의 니즈와 2D로 통용되는 애니메이션 혹은 게임 속 주인공들에게 사랑에 빠지는 어떤 이들의 니즈를 함께 만족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K-POP 시장의 소비자들을 좀 더 넓히겠다는 시도로 읽히는 이번 에스파의 데뷔는 과거에 NCT가 그러했듯 실험대 위에 올랐다. 과연 SM엔터테인먼트와 에스파는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수 있을까. 한편으로 우리는, 이 아바타 콘셉트를 나와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제 3자의 것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