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torial

비 "매번이 도전의 연속이에요"

2020.11.23GQ

비가 그치지 않는다.

헴 라인이 분리되는 울 재킷, 그레이 브이넥 풀오버, 옐로 로고 캡, 모두 펜디.

멀티 컬러 체크 블레이저, 체크 울 팬츠, 펜디 코드 모티프 풀오버, 미니 바게트 하드케이스 백, 모두 펜디.

멀티 컬러 코트, 펜디 코드 모티프 프린팅 실크 셔츠, 블랙 저지 팬츠, 모두 펜디.

시어링 재킷, 로고 하이넥 풀오버, 데님 팬츠, 모두 펜디.

펜디 코드 브이넥 풀오버와 크루넥 풀오버, 벨벳 팬츠, 스터드 장식 FF 모티프 패턴 벨트, 모두 펜디.

멀티 컬러 체크 블레이저, 체크 패턴 울 팬츠, 펜디 코드 모티프 풀오버, FF 모티프 레이스업 부츠, 미니 바게트 하드케이스 백, 모두 펜디.

펜디 로마 레터링 풀오버, 울 팬츠, 옐로 파우치 액세서리, 블랙 펜디 백팩과 옐로 백팩, FF 링크 체인 네크리스, 모두 펜디.

인사이드 아웃 디테일 울 재킷, 펜디 레터링 후드 점퍼, 그레이 울 팬츠, 블랙 레더 레이스업 슈즈, 벅스 아이 디테일 블랙 삭스, 모두 펜디.

오버사이즈 다운 재킷, 울 팬츠, FF 모티프 패턴 울 스카프, 블랙 레더 레이스업 슈즈, 모두 펜디.

펜디 코드 모티프 티셔츠, 데님 팬츠, 모두 펜디.

펜디 로마 리본 디테일 블랙 코트, 펜디 홀리데이 파자마 세트, 모두 펜디.

오랜만에 스승인 박진영 씨와 협업 중이라고 발표했어요. 진행은 어느 정도 됐나요? 네, 12년 만이네요. 70~80퍼센트 된 것 같아요.

100퍼센트까지 얼마 안 남았네요. 그런데 부족한 면이 있으면 그 마지막 1퍼센트라도 끝까지 채워야 하는 게 저희 몫이니까, 100퍼센트가 언제 될지 아직 장담은 못 하겠어요.

지난 10월에는 레인컴퍼니 대표로서 첫 소속 배우를 공개했죠. 오예주라는 신인 배우는 무엇에 끌려 캐스팅했나요? 첫눈에 사람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어요. 그런 능력이 있어요. 이 친구들이 정말 잘됐으면 좋겠는데, 그런데 그건 제가 아니라 팬들이 함께 만들어주는 거거든요? 이제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팬들과 같이 만들어나가야 하는 것 같아요. 만약 실력이 없더라도, 연기를 못 하더라도, 만약 그걸 인정하고 “저 연기 못 해요, 같이 좀 도와주세요”라고 하는 순간 팬들은 도와주고 싶거든요.

공감대라고 해야 할까요, 결속력을 불러일으키는 거죠. 그렇죠. 소통인 거죠. 자꾸 아닌데 맞는 척, 맞는데 아닌 척, 이 척하는 걸 대중은 싫어한다고 봐요. 이제는 무조건 자기 입장을 얘기하는 아티스트들, “나 무대에서 멋있지? 따라와.” 이건 옛날 스타일인 것 같고 “나 연기 좀 괜찮았어?”, “아뇨, 이렇게 좀 하세요.”, “오케이. 다음번엔 그렇게 해볼게.” 이런 시대가 온 것 같아요.

그런 시대가 됐다는 걸 언제 깨달았어요? 작년부터 느꼈어요. 예전에는 댓글을 보면 “난 너가 싫어” 어쩌고저쩌고 일방적인 욕만 보였는데, 유튜브에 달린 댓글은 “아, 형 정신 차려야 할 텐데”, “형, 좀 새로운 걸 받아들여” 그러더라고요. 이건 진짜 나한테 좋은, 나 좀 들으라는 소리인 것 같은데?

신선한 자극을 받은 거군요? 신선한 자극이죠. “알았어. 원하는 대로 해줄게. 내가 보여줄게.” 그러니까 그들이 답을 해주더라고요. 반응이 빨리 오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팬들이 원하는 걸 해줄 수 있을까, 그걸 1년 전부터 꾸준히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게 참 쉽지가 않을 텐데 어떻게 그래요? 자기에 대한 공격이라 생각하고 들은 척도 안 할 수도 있잖아요. 이런 거예요. 이를테면 나는 연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댓글 읽다 보면 진짜 기분 나쁜 말들이 있어요. 그건, 진짜 내가 생각했던 내 약점이라서거든요. 사람들도 아는 거죠. 100개의 댓글 중 10개는 맞아요. 그러면 약점이 아니게 한번 만들어봐야겠다, 받아들이면 돼요.

그동안의 비, 정지훈이라는 사람을 볼 때면 승부욕이 강하다는 인상을 자주 받았어요. 아주 많이 강했는데 지금은 좀 많이 약해졌어요.

왜 약해졌어요? 사람이 사람다워야죠. 사람 냄새가 안 나잖아요. 못 하는 건 못 한다고 해야지 이상하게 포장할 순 없잖아요. 예전에는 씨름 경기하면 씨름 선수도 이기고 싶어서 이를 악물고 했지만 지금은 좀 달라요. 질 수도 있지, 뭐.

예전이라기엔 최근 출연한 <히든싱어 6> 보면서 느낀 건데…. 예전 같았으면 거품 물고 했을 거예요. CD랑 똑같이 하려고 그랬을 거야. 그리고 당연히 저도 아주 공정하게 지지 않으려고 해야죠. 어쨌든 우승자를 본 보람은 말할 수 없죠. 한없이 행복했죠.

한편으론 유튜브 <시즌비시즌>을 보는데 저렇게 수더분했나 싶더라고요. 특히 어르신들한테 요즘 말로 반존대라고 하죠, 어머니, 뭐 도와드릴까? 이거 도와드려요?너무 자연스럽게, 너무 능청스럽게 말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왜, 조부모님과 오래 살아온 아이들이 가질 만한 친근한 정서 같달까. 저는 어르신들을 대할 때 딱 하나 절대로 어기고 싶지 않은, 잃고 싶지 않은 게 무한한 존경심과 존중이거든요. 그분도 저보다 어릴 때가 있었고, 그게 내 나이일 때가 있었고, 이제는 저보다 나이가 많아졌잖아요.

먼저 세월을 살아간 사람에 대한 존경이네요. 그럼요, 그럼요. 이건 무조건적인 건데, 어르신을 존경하고 공경하지 않는 사람은 본인이 그 나이대가 되었을 때 존경받을 수가 없어요. 자기가 존경하지 않으면서 어디 가서 존경받길 원해요. 그건 굉장한 모순이죠. 자기가 쏜 화살은 돌아오게 돼 있어요.

오늘 <지큐> 프롬 미 투 유 영상 인터뷰 촬영에서 2019년에 농사를 많이 지어놨다고 말했어요. 씨앗은 많이 뿌려놨는데 그게 풍년이 될지 뭐 좀 안 좋을지는 가봐야 알겠지만 그래도 재밌어요.

그 뿌려놓은 씨앗이라는 게 미국에 가서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건네고, 오디션에 도전하고, 그랬다는 거잖아요. 배우로서 꾸준히 연기도 하고 싶은 사람으로서 이곳저곳에 오디션을 많이 봤는데요, 코로나 영향으로 계획이 많이 변경됐어요. 비밀 유지 조항이 많아서 제가 이렇다 저렇다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한국 무대를 주된 활동으로 생각하면서 미국이나 아시아 무대에서 가수로서 배우로서 꾸준히 해볼 생각이에요.

여전히 저렇게 자신을 제안하고, 오디션을 보러 다니는구나, 그 시도가 흥미로웠어요. 인생 사는 게 매회가, 매번이 도전의 연속이에요. 누군가는 이런 말을 해요. “그냥 편하게 좀 살면 안 되니?”, “너가 하고 싶은 만큼 다 해봤잖아?” …. 아닌데. 아직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내가 어느 순간, 어느 위치에 있다고 해서 그냥 가만히 있으면 저를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은 엄청 많아요. 나보다 웃긴 사람도 많고, 나보다 춤 잘 추는 사람도 많고, 노래하고 춤추면서 연기 잘하는 사람도 너무 많아요. 그런데 대체할 수 없게 만들려면 꾸준히 갈고닦아야 나에 대한 캐릭터가 온전하게 계속 유지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시작을 했고, 칼을 뺐고, 사실 칼 장수지, 뭐. 계속 갈고 있는 거야. 언제 싸울지 모르니까 365일 계속 칼을 갈고 있는 거예요. 결정적인 순간에 “비 나와 봐” 해서 나갔는데 칼이 녹슬었어. 칼이 안 들어가. 그러면 내가 죽는 거거든요. 어쩔 수 없어요. 계속 갈고닦아야 해요.

열심, 최선, 열정, 오늘 이런 말 안 쓰려고 했는데 어쩔 수가 없네요. 비는 그냥 천성이 근성인 사람 같아요. 하… 제가 이런 얘기 안 하려고 했는데, 또 옛날 얘기인데…. 저는 원래부터 언더독이기 때문에, 지독한 가난을 맛봤기 때문에 더 이상 그렇게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 체질이 그렇게 된 것 같아요.

2021년 계획이 이미 꽉 차 있을 것 같네요. 10여 년 전에 “10년 뒤에 뭐가 될 것 같으세요?”라는 질문에 제가 “저 좋은 아빠가 될 것 같은데요?” 그랬는데 이미 됐잖아요. 저는 조금씩 제 목표를 이루고 있거든요. 10년 뒤에는 뭐가 되고 싶은지 생각해보면, 내가 잘되고 싶은 게 아니고 후배들이 세상에 나오고 꿈을 이루게 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그러면 그래도 내가 살면서 연예인이란 직업을 지닌 나로서도 원하는 데까지 해봤고 제작자로서도 후배들의 꿈과 희망을 이루어주었구나…. 그보다 더 이상의 목표는 없을 것 같아요. 새해도, 아니 오늘도 그 과정 중 하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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