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 무렵 | 지큐 코리아 (GQ Korea)

일출 무렵

2021-01-22T13:24:13+00:00 |car|

아침 해가 쏟아놓은 붉은색 구름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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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암해변 ― 슬며시 일어난 해가 문암의 바다를 깨워 일으킨다. 뒤척이는 파도 소리는 아직 힘이 없지만, 해변에 닿고 다시 멀어지는 파도는 요람의 차분한 움직임처럼 조용하게 연속된다. 해는 얼마간 서서 파도가 힘을 받아 일어설 때까지 온기를 흩뿌리며 천천히 솟고, 그렇게 시작되는 문암의 아침은 더없이 평화롭다. 고성 문암해변은 아야진항을 지나 문암대교를 건너기 직전에 자리한 작은 해변이다. 그믐달처럼 둥글게 이어지는 해변 뒤로는 셀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집 몇 채가 아기자기하게 모여 있다. 나란하게 모여 앉아 일출을 나눠 맞는 연안의 풍경은 마치 우연히 마주한 귀한 만남 같은 것이어서, 가만히 보고 있으면 위로가 될 만큼 반갑고, 또 설렐 정도로 따뜻한 구석이 있다. 마을에서 바다 쪽으로 걸음을 옮겨 나가면 북쪽으로는 백도항이 보이고, 남쪽으로는 문암항이 보인다. 해는 공평하게 두 항구를 동시에 감싸며 오르는데, 덕분에 어느 쪽을 바라봐도 빼어난 어촌 풍경을 목격할 수 있다. 그 시간 항구엔 낚싯배만 남아 있다. 정신없는 아침을 보낸 어느 가정집처럼 한숨을 돌린 후다. 부지런한 고깃배는 늦은 겨울 해를 기다리지 않고 나서 저 멀리 해 아래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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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 방파제 ― 양양 낙산해변 일대 7번 국도는 예전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이름난 드라이브 코스다. 전진항을 기준으로 남쪽으로 곧게 뻗은 낙산해변과 서쪽으로 높게 자리한 낙산사는 모두 빼어난 일출 명소고, 낙산 방파제를 비롯한 전진항 연안은 낚시꾼들 사이에서 손맛 좋기로 소문난 어항이다. 그런 이유로 해가 떠 있는 동안 이곳 항구는 찾아오는 사람들로 소란스럽고, 해가 기울면 찾아온 사람들이 가고 없어 가슴이 텅 비어버린 듯 허전하다. 그렇게 아무도 없는 저녁이 되면 낙산 방파제는 파도와 싸우며 운다. 군집을 이루고 있는 트라이포트는 거칠고 무모하게 달려드는 파도를 몸으로 맞서 흡수하고, 방파제 끝에 선 등대는 그런 파도를 말리듯 연신 바다를 향해 빛을 쏘아댄다. 낙산의 해는 그 순환의 사이에서 떠오른다. 바다의 비릿한 향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시리고 검은 바람이 가장 매서울쯤, 멀리서 스미듯이 다가오는 아침 햇살이 번져오면 그제야 파도는 거짓말처럼 기세와 소리를 죽이고, 등대는 불을 끈다. 그리고 다시 아침이 왔을 때, 뒤엉킨 트라이포트 위로 낚시꾼들이 하나둘 모여 서서, 기어이 육지에 닿지 못한 바다를 위로라도 하듯 떡밥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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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해변 ― 양양 동호해변에서 북쪽으로 길게 뻗은 가파른 해안도로를 달려 오르면, 정점에서 오른쪽으로 아득하게 펼쳐진 바다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잠들 듯이 조용히 숨을 죽인 바다 위로는 분홍빛 구름 띠가 이불처럼 겹겹이 떠 있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이 분홍빛 구름 띠는 더 길고 넓게 퍼지며 동해의 일출을 화려하고 눈부시게 포장한다. 바닷바람이 시샘하듯 겹겹이 쌓인 구름 띠를 흩뜨리거나 지워놓으면, 하늘은 다시 보란 듯이 싱그러운 푸른색 하늘빛을 열어 보인다. ‘선사유적로’로 불리는 이 해안도로를 따라 조금 더 오르면 넓고 높은 시야를 만날 수 있는 숨은 공간이 나온다. 양양국제공항이다. 해안도로보다 지대가 높고, 덕분에 막히는 시야 없이 정비가 잘돼 특히 사진가들이 즐겨 찾는 명소다. 이곳 양양국제공항에서 내려다보는 근사한 풍경 중 으뜸은 단연 일출과 함께 반짝이며 번지는 윤슬이다. 바다와 나눴을 때 더 찬란하게 빛나는 싱싱한 햇빛을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다. 이곳 동호해변을 기준으로 해안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좀 더 올라가면 고성에 가 닿고, 반대 남쪽으로는 서핑 스폿으로 유명한 하조대, 죽도에 차례로 가 닿는다. 하나같이 해안 풍경이 예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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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해변 ― 송전해변은 동해 일출을 시원하게 감상할 수 있는 장소 중 하나다. 지대가 곧고 평평해 수평선에 맞춰 오르는 해를 그대로 마주하기 좋다. 일출 시간에 맞춰 도착하면, 길게 뻗은 해변을 따라서 해돋이를 기다리는 인파가 줄을 지어 있을 정도다. 겨울의 일출은 여름에 비해 늦은 오전 7시 반 즈음이다. 멀리서 후후하고 불어 날리듯이 번지는 분홍빛 햇살은 한참이 지나서야 해가 오를 숨구멍을 선명히 모아 비춘다. 그렇게 송전의 바다를 딛고 오른 해는 천천히 곧게 떠오르고, 해의 체온을 간직한 바다는 잠시 몸을 녹이듯 따뜻하게 일렁인다. 하늘 위로는 밤새 구름 사이를 거칠게 지나간 겨울 바람의 흔적이 선명한데, 베이듯 상처 입은 차가운 구름을 다독이는 건 역시 해의 일이다. 수평선 너머에서 떠올라 구름을 다듬고, 다시 하늘로 솟아오른 해가 송전해변을 펼쳐 덮을 때, 해변의 계절은 순간 모호해지는 요술에 빠진다. 1월의 찢어질 듯 시린 바람을 기어이 맞아내고 서 있는 순간의 몇 분은, 분명 일출을 보기 위해 쏟은 몇 시간보다 귀하고 소중해서, 그 안에 소망 같은 고백들을 자꾸만 꼭꼭 숨겨놓게 된다. 그쯤 되면 추위는 해에 의해 소각돼 잊혀진 지 오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