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장 뜨거운 아티스트 아모아코 보아포 | 지큐 코리아 (GQ Korea)

지금 가장 뜨거운 아티스트 아모아코 보아포

2021-02-01T13:43:01+00:00 |culture|

지난 몇 년 동안 아모아코 보아포만큼 급부상한 예술가는 없었다.

코트, 톱, 울 트라우저, 아틀라스 샌들, 삭스, 네크리스, 모두 디올 맨.

미술 신에서 오랫동안 관심받지 못한 장르 구상화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컨템포러리 아트 신에 돌아왔다. 가나 출신 아티스트 아모아코 보아포의 손을 통해서다. 지난 몇 년 동안 보아포만큼 단숨에 입지 변화를 겪은 예술가는 없다. 보아포가 비엔나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하던 2014년만 해도 그가 흑인 문화 속 자신을 둘러싼 주위 사람들에게 영감받은 초상화를 대담하고 유희 넘치게, 심지어 손가락으로 페인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2018년 봄, 미국 초상화가 케힌데 와일리 Kehinde Wiley가 인스타그램에서 보아포의 작업을 발견한 뒤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일단 보아포가 수면 위로 드러나자 이후의 길은 그야말로 수직상승하는 추세다. 뉴욕의 힘 있는 갤러리들이 보아포와 계약서를 쓰기 위해 경쟁하고, 그의 작품 중 하나인 ‘The Lemon Bathing Suit’은 2020년 2월 런던에서 열린 필립스 경매에서 67만5천 파운드에 판매되었다. 당시 예상 최고가는 3만~5만 파운드였다.

그리고 최근 또 하나의 기록이 추가됐다. 킴 존스와 디올 맨 2021 서머 컬렉션을 위한 협업이다. 보아포와 킴 존스는 2019년 겨울 마이애미에서 처음 만났다. 마침 보아포는 마이애미 루벨 미술관에 입주작가로 있던 참이었고 존스는 그곳에서 디올 맨의 2020 프리-폴 컬렉션을 열었다. 두 사람은 금세 친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존스의 마이애미 스튜디오에서 자수 패턴과 편직물 무늬로 표현한 보아포의 초상화들과 보아포의 캔버스를 클로즈업해서 얻은 디테일, 보아포가 배경으로 자주 사용하는 밝은 컬러와 패턴을 조합한 컬렉션을 함께 상상해 나갔다.

자고 일어났더니 세상이 달라졌다는 동화 같은 여러 성공기와 마찬가지로, 보아포도 그 성공의 아침을 맞이하기 전에는 긴 새벽을 보냈다. 보아포는 어린 시절에 독학으로 그림을 배웠지만 화가로 먹고살 생각은 전혀 없었다. 가나 아크라에 사는 평범한 소년이라면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의 어머니가 다니던 직장에서 보아포의 아트 스쿨 학비를 대주겠다고 제안한 행운의 날이 찾아오기 전까지 보아포는 테니스 세미 프로 선수로 뛰고 있었다.

이후 보아포는 가나타 아트 앤 디자인 컬리지 Ghanatta College of Art and Design에 정식으로 입학했다. 2008년에 초상화상을 수상하며 졸업했고, 6년 후 그의 예술적 동반자, 현재는 아내인 수난다 메스퀴타 Sunanda Mesquita와 함께 비엔나로 이사했다. 보아포의 예술적 돌파구는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붓을 내려놓자 생겨났다.

그동안 배경이나 피사체의 옷을, 어쩌면 당연하게도, 계속 붓을 사용해 채색했던 보아포는 특히 피사체의 얼굴과 손 부위를 손가락으로 채색하기 시작했다. 5세기 전, 위대한 베네치아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 티치아노가 종종 붓을 놓고 손가락 터치만으로 관능적이면서도 조각적인 느낌을 살렸던 것처럼 보아포 역시 다채롭고 친밀한 촉감을 끌어들인 것이다.

삶이란 게 매우 추상적으로 느껴지고 온갖 이미지가 범람하는 이 시대에, 보아포의 초상화 작업은 더없이 사실적이다. 진짜 사람들, 진짜 친구들을 모델로 그의 손가락이 지나가며 흔적을 남긴다. 보아포의 그림은 그의 삶, 그를 둘러싼 공동체, 그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의 지표다. 자신이 협업한 디올 맨 옷을 입고, 자신이 그린 그림 앞에 선 보아포와 만났다. 이들 사이에는 예술과 패션, 정체성이라는 키워드가 끈끈하게 엮여 있었다.

터틀넥, 티셔츠, 데님 트라우저, 부츠, 턱시도 벨트, 모두 디올 맨.

지난 10월 미국 시카고의 마리앤 이브라힘 갤러리 Mariane Ibrahim Gallery에서 선보인 새 전시명 <I STAND BY ME>는 어떤 의미였나? 나의 현재 상태와 자아 성찰 상태의 표현이었다. 지금 이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개인주의와 개인적 정서가 매우 중요해졌다. 그런 마인드가 아티스트로서의 역할, 개인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내 관점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I STAND BY ME’라는 것은 나 자신에게뿐 아니라 팬데믹을 겪고 있는 모든 평범한 사람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관람객이 내 작업을 통해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길 바랐다. 무엇보다 자신을 가치 있게 여기게 되길 바랐다.

새로운 초상화 시리즈도 선보였다. 모델들은 어떻게 골랐나?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이자 이 창의적인 세계에서 내게 영감을 주는 사람들이다. 작품 중 꽤 많은 이가 실존하지 않고, 대부분은 전혀 알려져 있지 않거나 거의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일부는 이미 알려진 인물이다. 나는 관찰자의 눈으로 그들을 강력하고 웅장하게 표현한다. 그들 중 몇몇은 익명성을 유지하고 있는데, 또 다른 이들은 작품명을 통해 누구인지 미묘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또 일부는 그의 이름이 아예 작품 제목으로 쓰이기도 한다. 나는 피사체가 누구인지 알려지는 일에 대해서는 그들의 정체성을 드러내거나 아니면 미스터리로 남겨두거나, 두 가지 모두 즐긴다.

피사체의 살결을 표현할 때 왜 항상 손가락 페인팅 기법을 쓰나? 추상적인 형태에서 모델의 아름다움이 드러나기도 한다. 손가락으로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때로는 그런 연출이 오히려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단순해 보이는 움직임이 아주 강렬한 에너지를 일으키고, 마치 조각상 같은 초상화를 창조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손가락 페인팅 기법을 특히 사랑한다.

니트 셔츠, 터틀넥, 카고 쇼츠, 네크리스, 턱시도 벨트, 모두 디올 맨.

킴 존스가 가나에 있는 당신의 스튜디오에 방문한 것으로 안다. 킴이 자신의 팀과 내 딜러인 마리앤 이브라힘과 함께 왔는데, 내 작업 중 하나인 ‘Green Beret’에 즉각적으로 끌려 했다. 킴이 내 스튜디오 문을 열고 들어온 일은 우리가 디올 맨 컬렉션의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나눈 많은 대화만큼이나 놀랍도록 멋진 기억이다.

디올 맨 2021 서머 컬렉션을 위한 협업은 어떤 경험이었나? 정말 충격이었다. 좋은 의미로 말이다. 우리는 예술을 위한 매개로 패션을, 또 패션을 위한 매개로 예술을 어떻게 활용할지, 그리고 창의적인 세계가 개인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형태로 어떻게 융합되어야 하는지 함께 의견을 나눴다. 여러 측면에서, 특히 그 창의적인 모험과 장인 정신의 측면에서 패션계와 예술계는 매우 유사하다. 그들은 존재 가치와 자존감에 대한 진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건 내가 계속 예술 작품을 창조하는 이유, 개개인을 부각시키고, 각자를 정의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과 결을 나란히 한다.

작품 소스로서 왜 특히 유러피언 벽지와 포장지를 사용하나? 그 장식적인 요소들 속에서 패턴이 만들어지고, 그것은 인물과 인물 주위 환경을 새롭게 변형시킨다. 내 바람은 내 피사체들이 아주 생생하게 표현되는 것인데, 벽지의 화려하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패턴과 컬러가 피사체 주위 환경의 톤을 한층 화사하게 끌어올린다고 생각한다. 선물 포장지는 특히 모델이 입은 옷처럼 작품 속에서 텍스타일을 표현할 때 자주 사용하는 소스다. 내 작품 속 모델과 그들이 존재하는 구성 방식은 흑인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뿐만 아니라 그 정체성 자체를 축하하는 감정적인 표현까지 담고자 했다. 선명하고 분명한 패턴의 벽지와 선물 포장지가 그런 정서적인 면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당신의 작업은 종종 에곤 실레의 것과 비교되곤 한다. 에곤 실레 외에도 당신에게 영향을 준 아티스트를 꼽는다면? 나는 흑인의 초상을 유럽 예술 신에 가져오는 걸 즐기고 있다. 에곤 실레를 포함해 유럽에서의 다양한 내 경험과 아프리카에서의 경험에 뿌리를 두고, 다문화적 요소를 통합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특히 가나에서는 컨템포러리 아트 신이 여전히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재능 있는 개인이 수없이 많다. 그들이 아프리카 밖으로 쏟아져나오는 것을 지켜보는 일이 매우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