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지구의 폐기물로부터 인류를 구하는 방법

2021.02.16GQ

인간이 지구의 자원을 흥청망청 써대며 쓰레기 더미를 쏟아내는 건 하루 이틀 얘기가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그렇게 살면 안 된다. 이들의 노력을 위해서라도, 제발.

1백12억 톤. 지구 전체를 통틀어 매해 쏟아지는 고형 폐기물의 규모다. 국제연합(UN)이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유기성 폐기물이 부패하며 내뿜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 배출량의 5퍼센트를 차지한다. 듣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힌다. 지금 이 순간에도 쓰레기와 폐기물이 세상을 정복하고 있다. 골든 타임을 놓치면 낭패다. 바라건대, 범지구적 문제가 인류를 존망의 기로로 내모는 대재앙급 위기로 번지기 전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순환경제가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재활용을 통해 자원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며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시스템이다. 영국 리즈 대학에서 순환경제를 연구하는 앤 벨렌터프 Anne Velenturf는 “인류가 직면한 주된 위기의 상당수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그의 논지는 이렇다. “생산 과정에는 대량의 에너지가 소요됩니다. 그러니 생산된 제품을 재사용한다면 그만큼 탄소의 배출을 줄일 수 있어요.” 산술적으로 맞는 말이고, 일리가 있다. 그렇다면 순환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면 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지구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다.

HELLISHEIDI POWER STATION
아이슬란드 북서쪽에 위치한 헹길 화산 지대의 꼭대기에는 수증기 기둥이 마천루처럼 솟아 있다. 발원지는 헬리셰이디 지열발전소. 이곳에서는 수킬로미터 지하로 주입한 물을 지열로 데운다. 이때 발생하는 수증기로 7대의 터빈을 돌려 초당 3백3메가와트 규모의 전력과 6백50리터의 온수를 생산한다. 이는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의 원동력으로 쓰이는데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발전소는 이를 해결하고자 이산화탄소를 돌로 만드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증기에서 분리한 이산화탄소를 물과 섞어 지하 현무암층에 흘려보내면 2년이 되지 않아 석회석으로 굳는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땅에 가둔다니, 발상부터 상상의 범위를 깬다. on.is

NOVO NORDISK
전 세계에 돌고 도는 인슐린의 절반은 덴마크 칼룬드버그의 공장에서 생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의 핵심 시설 중 하나는 효모 배양액을 보관하는 거대한 발효 탱크다. 글로벌 제약 회사 노보 노디스크는 사용된 효모 슬러리를 바이오 에너지 공장에 보내 바이오가스로 변환한다. 연간 가스 생산량은 5천 가구에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남은 찌꺼기는 비료로 쓰인다. 그러고 나면 버릴 것은 거의 남지 않는다. novonordisk.com

AEROFARMS
‘농업계의 애플’이라는 수식어가 대변하듯 스마트팜 기업 에어로팜의 성장 배경에는 혁신적인 농업 기술이 있다. 미국 뉴저지의 오래된 폐제철소를 개조한 세계 최대 규모의 수직농장을 본다면 수긍이 가는 말이다. 에어로팜은 흙이 아닌 플라스틱 용기를 재활용해 만든 천 위에 작물을 재배할 뿐만 아니라 자원 소비량도 적다. 작물의 뿌리에 미스트 방식으로 물을 분사해 기존 농법 대비 95퍼센트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LED 조명은 작물의 생장에 필요한 파장의 빛만 공급해 에너지 낭비를 줄여준다. 유토피아적 비전처럼 들리는 스마트팜 시스템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UN의 통계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식재료의 3분의 1이 무분별하게 버려진다. 생산량과 소비량을 줄이지 않는 이상 악순환의 사이클은 반복된다. 이게 바로 우리가 사는 지구의 운명이다. aerofarms.com

AMARG
애리조나주 투손의 사막에는 실로 장대한 장면이 펼쳐진다. 축구장 1천4백여 개를 합한 넓이의 본야드 부지에 전투기와 수송기를 포함한 약 4천2백 대의 항공기가 무시무시하게 도열되어 있다. 본야드는 흔히 항공기나 자동차 폐기장을 일컫지만 이곳의 정체는 309 항공우주 유지보수단(309th Aerospace Maintenance and Regeneration Group)이 관리하는 항공기 보존 처리장이다. 삐쩍 메마른 강수량과 건조한 사막 기후 때문에 부식이 더뎌 보관된 부속품과 재료를 재활용하기가 용이하다는 것이 빼어난 장점이다. 매년 퇴역을 맞이한 3백 대의 항공기가 이곳으로 거처를 옮기며, 일부는 보수와 개조를 거쳐 일선에 재배치되기도 한다. ‘노장’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좋아할 법한 소재다. amarcexperience.com

PRATO
이탈리아의 섬유 산업 도시인 프라토는 2백 년 전부터 양모를 전문적으로 재활용했다. 세월의 두께만큼 파생효과는 놀라울 따름이다. 관련 산업은 2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고 고용 인원은 약 4만 명에 달한다. 피복 분류 작업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의 손을 일일이 거친다. 이때 유행이 지난 색의 양모는 걸러내 새로운 전성기가 도래할 때까지 보관한다. 매년 1억 톤의 옷감이 쓰레기 더미로 향하는 반면 재활용이 되는 건 고작 1퍼센트에 불과하다. 그중 15퍼센트의 물량이 프라토에서 재활용된다. 리즈 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폐의류 배출량 일등은 영국이다. 유럽의 다른 나라들보다 두 배 가까이 옷을 소비하지만 평균적으로 열 번 정도 입은 뒤 내팽개친다고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대체 왜 그럴까?”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ENTOCYCLE
농업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은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 지구상에서 인간이 발을 디딜 수 있는 땅의 절반은 농경지로 쓰인다. 더더구나 식량 생산 과정에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전체 배출량의 4분의 1을 차지하며 가축의 수는 야생 포유류의 15배에 육박한다. 엔토사이클은 인간이 배를 채우면 채울수록 지구가 메마르고 황폐해지는 상황을 해결해줄 대안으로 곤충에 주목한다. 사진 속 사육장에서는 다양한 빛의 파장이 곤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내기 위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곤충은 미래의 대체 식량으로 각광받을 뿐 아니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음식물 쓰레기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동애등에 유충은 음식물을 먹고 분해한다. 부산물은 천연 비료로 사용할 수 있다. 하늘 아래 하찮은 존재는 없다는 말은 틀리지 않았다. entocycle.com

AMAGER BAKKE
코펜하겐을 여행한다면 쓰레기 소각장은 필수 코스다. 덴마크 왕실에서도 시야에 들어올 만큼 도심에 인접한 아마게르 바케 열병합발전소는 코펜하겐과 인근 도시들에서 나온 쓰레기를 태워 열과 전기를 생산하는 한편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 덴마크의 유명 건축 회사 비야케 잉겔스는 40년이 된 낡은 폐기물 처리장의 외관을 싹 뜯어 고쳐 유일무이한 공공시설물로 탈바꿈 시켰다. 발전소의 경사면을 따라 인공 스키 슬로프를 얹고 외벽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암벽 등반 시설을 설치했다. 덴마크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등산로도 여기에 조성됐다. 산이 희귀하고 평지가 대부분인 지리적 특성을 떠올리면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이곳은 연기가 없는 소각장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두 대의 소각장에서 시간당 70톤의 쓰레기를 태우지만 배기가스를 꼼꼼히 걸러내고 악착같이 정화한다. big.dk

ORF GENETICS
바이오 기업 ORF 제네틱스의 온실에서는 생명 공학 기술을 접목한 보리 13만 뿌리를 재배한다. 빵이나 맥주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다. 정성 들여 키운 보리들은 인간의 표피성장인자를 복제하는 데 쓰인다. 표피성장인자는 피부의 상피세포가 성장하도록 돕는 단백질로 안티에이징 스킨케어 제품의 귀한 원료이기도 하다. 이 온실은 화산 활동으로 생성된 아이슬란드 남서부의 레이캬네스 반도에 자리한다. 인근 지열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친환경 에너지로 가동돼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총 탄소 배출량은 제로에 가깝다. 각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선언하고 있는 ‘탄소 중립’의 모범 사례를 꼽을 때도 빠지지 않는다. orfgenetics.com

CLEARAS
수로에 무단 방류된 폐수는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다. 폐수에 함유된 유기물과 영양소 때문에 특정 조류가 크게 증식해 수질이 오염되고 만다. 미국에서는 1만4천 개 이상의 수역이 적조ㆍ녹조 현상의 피해를 된통 겪었다. 폐수 처리 전문 기업 클리어래스는 여기에 적합한 해결책을 조류에서 찾았다. 배양기 안에 조류와 폐수를 함께 넣은 뒤 오염된 물의 인, 암모니아 등을 조류가 먹게 해 정화하는 방식이다. 위스콘신주 로버츠 지역에 세워진 처리장은 매일 82만 리터의 폐수를 처리한다. 180킬로그램의 조류가 부산물로 발생하지만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조류는 말려서 재사용하거나 산업용으로 판매한다. clearaswater.com

ECOVATIVE DESIGN
유럽연합(EU)은 1명이 1년간 배출하는 일회용품과 포장재가 1백74킬로그램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이마저도 심각한데 온라인 쇼핑 수요가 늘면서 수치는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미국의 환경 벤처기업 에코베이티브 디자인은 스티로폼을 대체할 수 있는 버섯 소재의 친환경 완충재를 개발했다. 곡식 껍질, 톱밥 등의 농업 폐기물에 버섯 균사체를 섞은 뒤 모형 틀 안에서 배양해 간단한 열처리를 거치면 충격을 견딜 수 있는 딱딱한 완충재가 완성된다. 사용 후에는 자연적으로 생분해도 가능하다. 인간이 매듭지어야 할 일을 이번에도 자연이 해결해준다니 위안으로 삼아야 하나, 조금 씁쓸하다. ecovativedesign.com

    Photographer
    Luca Locatelli
    Writer
    Nicole Kob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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