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서 축구 좀 하는 애들 중에선 이런 꼬마가 한 명씩 있다. 만날 웃는다. 경기가 시작되면 빨라서 잡을 수가 없다. 그러면서도 잘난 척을 안 한다. 이근호는, 자주 잡히긴 한다. 대신 잘 웃고 빠르고, 축구를 잘 한다. 대체로 이런 꼬마들은 친구들이 다들 좋아한다.
운동선수들은 대체로 젊다. 월드컵을 두 번이나 경험한 박지성도 아직 서른이 안 됐다. 그들은 운동장 위에서 삶을 배운다. 그곳은 생각보다 좁다. 또한 그들은 삶에 대해 깊이 이해하기 전에 언론이란 세계를 만난다. 언론은 믿을 게 못 된다. 인터넷은 대중을 언론처럼 만들어버렸다. 쉴 새 없이 쪼아대는 ‘댓글 미디어’ 중엔 옥도 있지만 석도 있다. 날아오는 돌멩이를 피하기 위해선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을 체득해야만 한다. 하여 인터뷰를 할 때 다분히 방어적인 모습을 보인다. 어린 선수들의 경우 더 그렇다. 치기와 의심, 종종 이것은 그들의 한순간이다. 에디터는 가끔, 막 떠오르기 시작한 스타플레이어가 세상에 전하고 싶은 진심이란 게 있을까, 확신이 서지 않는다. 미안한 말이지만, 그들은 조금 더 살아야 한다. 나이로 사유의 폭을 가늠하는 건 위험하다. 그러니까 이건 섣부른 일반화고 편견이다. 그러나 운동장은 복잡하지 않다. 그곳엔 경쟁이 있다. 경쟁은 사람을 단순하게 만든다. 이기기 위해선 가장 날렵한 직선이 되어야 한다. 에디터는 이근호에게 운동선수들은 말을 잘 못한다고 했다. 이근호는 에디터가 축구를 잘 모른다고 했다. 겉으로 웃으며 속으론 대치했다. 한쪽은 퍼붓고 한쪽은 막았다. 골은 안 나왔다. 이근호가 수비였다. 이근호는 공격만큼 수비도 잘 했다. 공격수를 약 올릴 줄도 알았다. 그가 골문을 안 내주었으므로, 골문이 있긴 있는지, 있다면 어떤 형상인지 온전하게 알 길이 없다. 인터뷰가 끝나고 내내 기분이 나빴다. 그는 금세 잊고 동료들과 킥킥거리며 웃었을 것이다. 그 모습만은 진짜 이근호다. 모든 인터뷰가 그렇듯 이 인터뷰도 한순간의 기록이다. 진실은 아니다. 결국 인터뷰는 인터뷰 자체를 부정한다. 우리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질문과 대답 사이의 공기, 문장보단 조사, 간혹 있는 말줄임표를 통해 대상의 속성을 유추할 뿐이다. 그러나 이 말만은 여기 적는다. 이근호는 의리가 있다. 이근호를 오래 본 측근이 전한 말이다. 말은 믿을 게 못 된다. 하지만 그것은 종종 진실이다.
놀라운 한 해를 보냈네요. 잘 한다는 건 알았지만 K 리그 최고의 공격수가 될 줄이야. 게다가 국가대표로도 활약이 대단했죠.
지금도 많이 부족해요. 운이 좋았고, 다른 선수들보다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다른 선수들 훈련하는 거 보면, 내가 쟤보단 열심히 하지란 생각이 들어요?
아니요. 다른 선수들이 더 열심히 하는데…, 그냥 저는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놓치지 않았고.
K리그와 국가대표를 오가면서 그야말로 ‘풀 타임’을 뛰었는데, 둘 중 어디에서 뛸 때가 더 재밌었어요?
운동장이면 다 좋아요.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이니까. 쉴 때 조기축구에도 나가요. 예전에 뛰던 팀이 있거든요.
그 얘긴 들은 적 있어요. 어때요? 일반인들 속에 들어가면 1~2년 사이 달라진 당신의 위상이 느껴지나요?
옛날엔 뛰면 뛰는가 보다, 그 정도였는데, 요즘은 확실히 많이 좋아하세요. 와, 이근호다, 하시죠.
완전 군계일학이겠네요. 거기선, 혼자 열 명도 제치죠?
그게요, 꼭 그렇지도 않아요. 일반인들도… 잘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이근호는 그냥 축구를 사랑하는 동네 꼬마 같아 보여서 좋아요.
제일 좋아하는 게 축구예요. 다른 선수들은 대부분 어릴 때 스카우트돼서 축구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저는 제 발로 축구부에 가서 하고 싶다고 했어요. 다시 태어나도 축구를 할 거예요.
K 리그, 국가대표 양쪽 모두에서 성적이 괜찮았어요. 인터뷰를 꽤 했을 텐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뭐였죠?
인천 2군에서 뛰었던 시절 얘기는 아직 빠지지가 않고, 대표팀 얘기, 예를 들면 언제가 가장 기뻤냐, 올림픽 끝나고 슬럼프는 어떻게 극복했냐, 승리의 요인이 뭐라고 생각하냐, 뭐 이런 거죠.
인천 얘기를 아직까지 한다고요? 대답하기도 지겹겠어요.
지겹다기보단, 몇 십 번씩 같은 대답을 해야 하는 게….
올 시즌 K 리그를 얘기하자면, 대구 FC의 공격 축구를 빼놓을 수 없죠. 스스로도 아주 재밌었겠어요? 공격수로서 골을 많이 넣었으니까.
재밌으려고 한 게 아니라 이기려고 한 건데, 질 때가 많았으니까 허무했죠. 골을 넣는 만큼 많이 먹었어요. 이걸 계속 해야 하나란 생각도 들고. 두 골 넣고도 지는 경기들이 있으니까. 분하고 열 받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어요.
보는 사람은 매우 즐거웠어요. 이기든 지든 화끈했잖아요. 놀랍기도 했어요. 저렇게 경기하는 게 쉬운 게 아닌데, 변병주 감독님이 참 대단하구나란 생각도 했고요.
아무래도 저희가 전력상 우승을 바로 보는 팀이 아니다 보니, 공격 축구란 콘셉트를 잡을 수 있던 게 아닌가 싶어요. 그게 팬들에게 사랑을 받았으니 다행이고.
하긴, 우승이 목표라면 적당히 잠글 줄도 알아야겠죠. 그럼 대구가 다음 시즌에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까요?
공격과 수비의 균형이 맞아야 할 것 같아요. 플레이가 너무 공격 쪽으로만 치우쳐 있어요. 어렵게 골을 넣어도 역습 한 번에 무너지면 정말, 허탈해요.
대구가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큰 의미에서 K 리그와 싸워 이겼다고 생각해요. 그 점은 인정받아 마땅해요.
골이 많이 나니까 팬들은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러나 감독님과 저희는 힘들었어요.
공격 축구의 핵심 축이었던 이근호 자신이 공격 축구에 회의를 품고 있었다는 건 참 역설적이네요. 내년부턴 대구가 공격 축구를 그만둘까요?
그건 감독님께서 연구를 하시겠죠.
올 시즌 K 리그 MVP는 수원의 이운재 선수가 수상했어요. 운동 선수들은 말을 잘 못하는 줄 알았는데, 너무 차분하게 말을 잘 해서 놀랐어요. 만약 당신이 MVP였다면 무슨 얘길했을까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어요.
그걸 꼭 오래 생각을 해야만 아나요?
감독님한테 감사드린다고 했겠죠.
투표 결과를 보니 당신이 2등이었어요. 표 차이는 매우 컸지만.
전 어차피 MVP될 거라고 기대도 안 했어요. 베스트 일레븐에 뽑힌 것만으로도 기뻐요. 제가 되면 이상한 거예요. 팀 성적과 개인 성적이 같이 좋아야 하는데 전 둘 다 안 좋았으니까.
너무 겸손한 거예요.
제가 잘했을 때 경기만 보셨나 봐요?
하필 봤을 땐 다 잘했네요.
그럴리가 없을 텐데, 신기하네.
정규리그 우승은 수원이 차지했어요. 당신은 그 어떤 선수들보다 잘했는데, 다른 선수가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걸 지켜보면서 무슨 생각이 들던가요?
대구는 제가 선택한 팀이에요. 저는 아주 만족하고 있어요. 우승, 좋죠. 그건 이 다음에 우승할 수 있는 전력을 갖춘 팀에 가서 하면 되는 거예요. 당장엔 우승에 대한 욕심이 없어요. 올 한 해, 대구에서 충분히 기뻤어요.
시즌이 끝났으니 곧 새로운 계약에 대한 얘기가 나오겠죠. 대구에 남나요? 다른 팀에 가나요? 변병주 감독님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는 건 알아요. 그렇지만 존경이 팀을 결정해주진 않아요.
일단 FA 컵이 끝나봐야 어떻게 될지 알 것 같아요. 계약은 에이전트가 진행할 문제예요. 전 경기에만 집중하면 돼요. 저도 결과가 궁금해요.
에이전트가 뭔가 ‘작업’을 하고 있는 건 맞나 봐요?
대구와 재계약에 대해 논의하는 것도 ‘작업’이라면 작업이죠.
좋아요. 그럼 간다면 어떤 팀에 가고 싶죠? 물론 원한다고 다 갈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 질문엔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지금은 대구가 제일 좋아요.
플레이 성향만 놓고 볼 땐, 어떤 공격을 하는 팀으로 가는 게 좋을까요?
유능한 미드필더가 있는 팀이 좋겠죠. 순간적으로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게 제 스타일이니까, 좋은 침투 패스가 뒷받침되는 팀에 가야 할 것 같긴 한데.
그런 미드필더가 있는 팀이라면, 서울? 성남?
전 그냥 플레이 성향을 놓고 말한 거예요.
전 단지 그런 미드필더가 어느 팀에 있는지 물어본 거예요.
우리 팀에 있어요. 우리 팀 미드필더 누군지 모르세요?
팀에 이미 그런 선수가 있으면, 굳이 미드필더 좋은 팀으로 갈 필요 없겠네요. 해외진출을 한다면 지금 당신과 가장 어울리는 팀은 어디라고 생각해요?
볼 수 있는 경기가 주영 형이 뛰고 있는 프랑스리그나, 프리미어리그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어떤 팀이라고 이야기하는 게 말이 돼요? 맨유라고 할까요? 첼시라고 할까요? 지성이 형이 있는 맨유를 좋아하긴 해요. 근데 팀을 좋아하는 거지, 당장 거기서 뛰고 싶거나, 나한테 어울린다거나, 이런 건 아니에요.
프리미어리그에 팀이 맨유랑 첼시밖에 없나요? 중하위권 팀은 안 보여요?
이거 질문에 뭔가 꿍꿍이가 있는 거 같은데….
얼마 전에 에이전트가 바뀌었죠.
인위적 해지가 아니라, (8월에) 계약이 만료됐어요. 새 에이전트는 예전부터 잘 알고 지내던 형이에요.
새로 계약을 하면서 박주영, 백지훈과 한 식구가 됐는데, 동료와 같은 리그에서 경쟁한다는 게 참 재밌어요. 대전과 수원이 붙으면 대표인 이동엽 에이전트는 누구를 응원할까요?
반반이겠죠. 아닌가? 한쪽으로 기울려나?
박주영, 백지훈 선수가 이동엽 에이전트를 친형처럼 생각한단 얘기는 여러 번 들은 적이 있어요. 사실 그런 관계가 형성되긴 참 어렵잖아요.
모든 걸 믿고 맡길 수 있고, 속내를 털어놓고 얘기할 수 있어야 좋은 에이전트예요. 그런데 그렇지 못한 에이전트도 많아요. 이게 사실, 돈이 연관돼 있는 문제잖아요. 자기가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선수 의중을 무시하는 경우도 있고, 돈을 적게 받아도 선수 의사를 많이 존중해주는 사람이 있고. 주변에서 에이전트랑 나쁘게 헤어지는 선수들을 많이 봤어요. 선수가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에이전트를 만나기가 꽤 어려워요.
요즘 당신을 보면 전성기 때의 셉첸코가 연상돼요. 빠르고 넓은 움직임, 순간적인 슈팅, 대체로 이런 것들이 닮았어요. 스타일을 얘기한 거지 실력을 비교한 건 아니에요.
처음 듣는 얘기예요. 전 셉첸코 같은 ‘원 샷 원 킬’이 아니에요. 저를 잘 아는 분들은 제가 활발하게 뛰면서 골 기회를 많이 내는 선수라고 하던데요. 오히려 결정력은 떨어진다고.
저랑 생각이 다르네요.
전문가들이 한 얘기니까 맞을 거예요.
요즘은 전문가들이 참 많죠. 이근호가 골 결정력이 떨어진다면 누군들 그게 좋을까요?
우리 팀에 (장)남석이 형이요. 저는 때리는 거에 비해 실속은 없어요. 결정력은 남석이 형이 저보다 훨씬 좋아요.
그것도 전문가들 얘긴가요?
아니요, 이건 제 얘긴데요.
당신이 직접 한 얘기라니까 신뢰가 가네요. 이근호는 11골로 득점 5위, 장남석은 10골로 득점 6위예요. 결국은 같은 얘기겠지만, 골 결정력이 문제라기보다 문전에서의 움직임이 투박하다고 봤어요.
활동력을 바탕으로 한 힘 있는 플레이는 자신 있는데요, 세밀한 부분에 있어선 약해요. 많이 보완을 하려고 해요.
변병주 감독과 국가대표 허정무 감독이 당신에게 주문하는 건 어떤 게 같고 혹은 다른가요?
비슷해요. 두 분 다 제 스타일을 아시니까. 공간으로 침투해서 수비를 괴롭혀라. 꼭 네가 슛을 안 해도 좋으니까, 동료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줘라. 이게 핵심이에요.
올해 국가대표 팀은 탈도 많고 말도 많았지만, 그 속에서 좋은 선수를 많이 발견했어요. 기성룡, 이청룡, 정성훈, 김형범 같은 선수들의 놀랄 만한 활약 때문에, 이근호의 분전이 조금 가려지기도 했죠.
전 매스컴에 예민하지 않아요. 변병주 감독님도 항상 말씀해주세요. 언론에 신경 쓰지 말아라. 넌 너의 경기를 하면 된다.
그게 말처럼 쉽게 안 될 것 같은데요?
… 노력은 하죠.
당신보다 어린 기성룡과 이청룡이 승승장구하고 있어요. 선배로서 기특한가요? 어린 나이에 관심을 많이 받으면 부담을 많이 갖게 될 텐데, 걱정도 되나요?
부러워요. 전 그 나이 때 그렇게 못했으니까. 걔들은 솔직히 너무 잘해요.
그 둘은 이근호를 부러워할 거예요.
별로 안 부러워하던데. 통화를 자주 하거든요.
그래요? 말도 안 돼. 그러면 당신도 부러워한단 얘기 절대 하지 마세요.
하하. 장난치는 거예요. 저희끼리는 별로 그런 게 없어요. 형 요즘 잘 나간다며? 야, 너야말로 장난 아니던데. 웃으면서 이런 얘긴 하죠.
정성훈, 이근호 투 톱에 대해 스스로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인가요?
점수는 잘 모르겠고요, 아직 저희가 발을 맞춘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론 지금보다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어요. 성훈이 형이랑 저랑 서로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많았어요.
어떤 면에선 정성훈은 조재진을 밀어내고 대표가 된 건데요, 직접 호흡을 맞추기엔 누가 더 편하죠? 정성훈과 뛸 때 좋은 점, 조재진과 뛸 때 좋은 점을 각각 말해볼래요?
둘 다 선배들이라서 제가 평가하기가 어렵습니다.
A 매치에서 당신이 골을 넣으면 제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리복의 마케팅 담당자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거예요. 그들은 이미 좋아 난리가 났을 테니까. 당신은 리복 코리아와 계약을 맺은 선수 중에서 지금 가장 돋보이는 한 명이에요. 리복 코리아가 열렬히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그럼요. 항상 관심을 가져 주고 계세요. 늘 고맙게 생각해요.
당신이 리복 코리아와 계약을 맺을 땐 지금처럼 ‘거물’은 아니었어요. 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이 조금 더 큰 회사와 계약을 맺고 싶은 마음은 없나요?
아직까지는 없어요. 리복 축구화를 신기 시작한 뒤부터 골도 많이 넣었고 인정도 받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내가 리복과 잘 맞나 보다 이런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나중 일은 모르지만, 지금은 너무 만족하고 있어요.
오호, 한번 두고 볼게요. 대단한 의린데요.
말로는 뭘 못 하겠어요. 의리란 게 어려운 일에 닥쳐봐야 아는 거죠.
리복하고 계약 맺은 다음부터 성적이 갑자기 좋아지긴 했어요. 근데, 항상 빨간색 스프린트 핏 축구화를 신고 뛰잖아요. 사실 그건 단종된 모델이에요. 더 예쁘고 가벼운 게 많을 텐데, 왜 그것만 신죠? 설마 리복에서 새 축구화를 안 줘요?
아니에요. 그게 제 발에 정말 잘 맞아요. 그리고 빨간색을 좋아해요. 관중석에서도 찾기 쉽잖아요. 빨간 발은 이근호니까.
빨간 발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가겠네요.
아직은 모르죠. 이란 전에 이기면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을까요?
허정무 호가 매우 힘든 시기를 보냈어요. 비난의 화살은 전부 허정무 감독에게 쏟아졌죠. 많은 사람들이, 이근호가 허정무를 살렸다고 말해요.
기회를 주신 감독님께 감사 드릴 따름입니다. 부담스러운 건, 언론에서 자꾸 저를 주전 스트라이커로 부른다는 거예요. 아직은 그렇지가 않아요. 고작 월드컵 예선 두 경기에서 잘 했을 뿐이에요. 그리고 사실 사우디아라비아 전에선 골은 넣었지만 플레이엔 실수가 많았어요.
공격수는 원래 실수를 하는 거예요. 많이 뛰면서 그걸 만회하면 돼요. 결과적으로 그 경기는 우리가 2대0으로 이겼잖아요. 대표팀이 최종예선에서 비교적 선전하고 있는데, 예전과 뭐가 달라졌다고 생각하나요?
경기에 뛰는 선수든, 벤치에 앉아 있는 선수든 함께, 뭔가 해보자는 분위기가 넘쳤어요. 그럴 때가 있어요. 모든 선수들의 힘이 모아지는 순간. 항상 그런 건 아니거든요.
박주영, 정성훈, 조재진 중에 당신이 월드컵에서 뛰는 데 가장 걸림돌이 될 선수는 누구일까요? 모든 선수라고 대답할 거죠?
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그 선수들이 어떻게 플레이하든 신경을 안 써요. 저랑 싸워서 이겨야죠.
이런 질문엔 다들 그렇게 철학적인 대답을 해요.
그런데 그 말이 딱 맞아요. 다른 선수를 신경쓰면 제 플레이가 안 나와요. 그러니까 결국은 자기 자신과 싸워서 이겨야 한단 말이 딱 맞아요. 딱, 진짜, 딱!
새해예요. 대구의 변병주 감독님이 없었다면 지금의 이근호도 없었을 거예요. 존경하는 스승님께 새해 인사 한마디.
감독님, 너무 많은 신뢰와 사랑을 받았습니다.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던 것들을 감독님 덕분에 누릴 수 있었습니다. “감독이기보다 축구 선배, 인생의 선배로서 지켜주고 싶다”고 하신 말씀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도 후배로서, 또한 제자로서 평생 의리를 지켜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정말 감사합니다.
말을 못할 줄 알았는데 잘 하네요.
아니에요. 근데 이렇게 말하면 되는 거 맞죠?
근데, 의리를 지키려면 내년에도 대구에 남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네?
- 에디터
- 이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