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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덟 여자들이 솔직하게 말해주는 섹스 이야기

2009.01.12GQ

이건 지극히 평범한 여자들의 연극 같은 수다다. 목마를 땐 주로 보리차를 마시지만 가끔 콜라가 ‘땡길’땐 굳이 참을 필요도 없는, 스물여덟 살의 섹스 철학이다.

한번도 안 해본 여자, 남자 친구랑만 하는 여자, 내킬 때마다 할 수 있는 여자. 스물여덟 살 여자는 세 부류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십대 초중반에 경험이 없는 건 그럴 수 있고 삼십대가 능숙한 것도 상식적이지만, 스물여덟은 경험이 없어도, 능숙해도 눈치 보이는 민감한 나이니까. 그래서 동갑내기 여자 세 명을 불렀다.“우리 섹스 얘기 하자”고 했다. 솔직하지만 난잡하지 않은, 요부처럼 노골적이지도, 마초처럼 일방적이지도 않은.

양지혜(증권사 근무, 1년째 연애 중, 이하‘양’) 물론, 아직 경험 없는 친구들 많죠. 섹스가 싫은 건 아니에요.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아직 못 만났거나, 두려움이 큰 거지. 하고 싶은데, 기준이 엄격한 거죠.

에디터
남자들은 첫 경험에 별 집착 없잖아요.

박수진(어학원 강사, 싱글, 이하‘박’) 여자의 처음은 사랑이야. 나이완 관계없어요. 서른이라도 첫사랑을 못 만났다면 안 해봤을 수 있죠. 첫경험이 원 나잇 스탠드인 여자는 없을걸요?

고미란(통번역사, 2년 반째 연애 중, 이하‘고’) 결혼도 기준이죠.‘ 28년 참았는데, 결혼할 때까지 조금만 더 참자.’그래서 남자랑 모텔에 들어가도 안 하고 나오는 애들 많아요. 진도가 안 나가는 거죠. 기질이그래요. 이 남자를 너무 좋아하지만, 나를 주고 싶은 사람은 아직 못 만난 거지.

에디터 ‘준다’는 표현은 남자 기준 아닌가요?

그렇죠. 여자가 같이 자면 몸을‘줬다’고들 하는데, 그럼 남자 소유가 된 건가? 외국 소설 번역본을 봐도 여자랑 자고 나면 남자만 말투가 반말로 바뀌어요. 여자는 계속 존댓말 하고. 웃겨.

미친 듯이 취해도, 싫은 사람이랑은 못 자요. 섹스 하고 싶어서 모텔 가도,‘이건 아니다’ 싶을 때가 있는 거죠. ‘준다’는 건 남자들의 착각이지. 근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섹스를 알아가면서 개방적이 되죠. 그런 건 있어요.

에디터
그럼 사랑하는 사람과만 자는 여자는요? 남자친구하고만 자는 여자. 이것도 남자들만의 생각인가?

나이가 들수록 달라진다니까요? 이미 경험이 있으니까. 몸이 끌려서 자는 사람이랑 사랑하는 사람과 자는 건 느낌이 달라요.고 매일 보리차만 마시다가 콜라 마시는 느낌? 평소엔 살찔까봐 보리차만 마시지만, 그래도 콜라 생각 날 때 있잖아요.‘아, 어제 밤에 콜라왜 마셨지’후회할 때도 있죠. 마셨는데 별로야. 탄산이 싫어. 하지만 또 콜라를 찾아요.

에디터
그건 유부남의 불륜 논리 아닌가.‘밥만 먹곤 살 수 없다’는.

섹스에 대한 호기심은 여전히 크고, 이미 경험도 있고, 결혼도 안했는데 사랑하는 사람과만 하겠다는 여자는 없을걸요? 결혼할 사람 이 있어도 마찬가지죠.

결혼 상대가 있다고 해서 다른 남자 생각이 없다는 여자도 좀 이상한 사람이야.

자제 하는 거지, 완전히 닫히는 건 아니죠. 다른 남자랑 자고 싶어도 ‘이러면 안 된다, 안 된다’하는 거지.

법적인‘모럴’을 느끼는 거죠. 그런 여자들도 일처다부제 나라에가면 남편 여럿 거느리고 살 수 있는 거야. 나 혼자 영국으로 출장을 갔어, 그 와중에 아무하고도 안 잔다? 안 그러겠다고는 얘기 못 해요.그건 사회의 모럴이 아니라, 내 모럴이죠.

에디터
스물여덟에 사랑하는 사람과만 하는 여자는 없을 거다?

그게 일반적이죠.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나이잖아요. 어린 여자애가 원 나잇 했다가 임신하면 “남자가 개새끼다”그러지만, 스물여덟살 먹고 원 나잇 했다 임신하면 “너 미쳤어?”그러죠. 스물일곱, 여덟은 여자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나이죠. 몸이든 마음이든.

그건 순진한 게 아니라 멍청한 거죠.

에디터
어떤 남자라면 섹스 하겠어요? 외모? 몸? 지적 호기심?

그런 건 없어요. 원 나잇으로 끝날 거라면 상관없어.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난 지적으로 끌릴 때. 자고 싶으면 자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고.

소개팅을 해도 이 남자가 끌리냐 아니냐는 첫인상에 결정 나잖아요. 사랑하진 않아도 이 남자랑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있죠. 성적 매력이 있는 사람이 있지.

에디터
남자랑 다를 바 없군요.

나이 들수록 차이가 없어지죠. 섹스의 위험부담, 즉 ‘임신’에 대한 무거움을 제외하면.

에디터
섹스 하고 나면 아무 생각 없던 남자도 좀 달라 보이지 않아요?

남자들보단 여자들이 섹스 상대를 특별하게 여기는 것 같아요.

에디터
공식 질문이에요. 스물여덟 살 여자에게 섹스란?

그래도 그 사람과 특별해지는 것?

편해지는 거.

그거 딱이다. 편함과 불편함의 차이. 불편하던 사람도 자고 나면 편해지는 느낌. 근데 섹스가 또 다른 불편함일 때도 있어요.

언제?

전에 회사 사람과 한 번 잔 적이 있는데, 괜히 껄끄러웠어요. 그냥 한 번 잤을 뿐인데, 나는 괜찮아도 얘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니까 가늠하기가 힘들었지. 계속 나랑 사귀는 사람이면 편하죠.

사귀는 사람끼리는 무조건 편해져요. 하지만 소개팅 나가서 어쩌다 자게 되면 불안하죠. 얘가 날 좋아해서 잔 걸까? 앞으론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이 드니까. 관계에 확신이 없으니까.

에디터
처음엔 어떤 남자랑 잤어요?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는 못 했던 것 같아. 처음이 원 나잇이었다면 평생 싫었을 거야.

다들 첫 경험이 그렇게 애틋하고 그래?

에디터
그러나 이젠 가끔 콜라가 마시고 싶고, 그 맛을 즐길 수 있는 나이가 됐다….

지금은 콜라에 중독이 될 수도 있죠. 하지만 콜라는 절대 보리차가 될 수 없어, 처음부터 우린 서로에게 콜라였으니까. 그걸 알면서도….

그래서 섹스 파트너끼리는 약속을 안 해요. 우리 다음에 이렇게 하자, 그런 것도 없죠.

콜라끼리는 한 달 만에 연락해도 여전히 콜라죠. 둘 사이에 섹스만 있으니까.

서로 애인이 없다고 해서 보리차가 되진 않아요.

내가 콜라 같은 사람은 아니어도, 그런 사람을 만나면 서로 콜라가되기도 해.

콜라끼리 침대에 누워서 서로의 보리차에 대해 상담할 때도 있어. 콜라가 해주는 상담이니까, 오히려 객관적일 수 있어요. 콜라만이 줄 수 있는 객관성이 있죠. 그게 나이트일 수도, 클럽일 수도 있고.

에디터
대체 콜라와 보리차, 파트너와 남자친구의 기준이 뭐예요?

나는 이 남자를 진지하게 생각하는데, 이 사람이 나를 섹스 파트너로 생각하면 그 관계는 끝나요. 여자는 콜라도 김이 빠지면 보리차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

한 가지 매력을 느끼면 잘 수 있지 않을까? 그게 다이어트 콜라인지, 제로 칼로리인지, 레귤러인지는 상관없죠. 우린 그냥 탄산으로 만나는 사이니까, 열량은 상관없지.

에디터
그건 진정, 바람둥이 남자의 공식이군요.

연인이 서로의 콜라에 대해 모르고 있다면, 그건 잘 하고 있는 거예요. 알면 끝이지. 가끔 서로가 마시는 콜라에 대해 어느 정도는 모른척 할 수 있는 게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노력이라는 거죠.

바람도, 모르면 끝이잖아요. 대신 죽을 때까지 들키면 안 되죠.

알고도 이해해달라는 건 말이 안 되죠. 남자나 여자나.

에디터
이건 시대의 산물일까요, 여자의 본성일까요?

여자의 본성이 시대를 만난 거죠.
(이때 2월 결혼을 앞둔 스물여덟 여자가 한 명 더 왔다. 여자 넷은 모두 친구다.)

우리 섹스 얘기 하고 있었어. 큭큭. 넌 어때? 결혼하면 이제 끝이잖아, 아쉽지 않아?

이수진(대학원 재학 중, 이하‘이’) 아쉽지…. 뭔가 이대로 못 박힌다는것. 이제 나는 우리집 정수기물만 마셔야 한다는 게. 이건 보리차도 아니잖아. 할부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시는 거지.

콜라 생각 날 것 같지?

당연하지…. 콜라 생각나지. 다른 남자 여전히 궁금하지, 딴 애들 새 콜라 시음 소식 듣지, 요즘 스타일은 어떤지, 남편한테 만족해도 생각은 나겠지. 내 신랑은 어디 가서 또 몰래 콜라 마시고 있지 않을까.그런 의심도 들겠고…. 믿음을 갖고 살아야 해. 물론 우린 둘 다 정수기물을 좋아하겠지. 서약했고, 렌털비 냈고, 잔금 남았고.

우리에게 섹스는‘해보고 싶은 것’같아. 저 사람도 궁금하고, 이남자의 또 다른 매력도 궁금하고.

앞으로의 남자들에 대한 기대감도 있어요.

많이 산 것도, 적게 산 것도 아니고. 어른도, 애도 아니고. 남자는 겪을 만큼 겪어봤다고 생각하는 그런 나이 아닌가?

질 좋은 보리차를 찾고 있는 거죠. 나이가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