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비통 땅부르 스핀 타임 GMT 시계는 피겨스케이팅 페어 경기 같다. 검정 아이스링크 위에서, 시각은 ‘점핑’하고 분침은 쉬지 않고 ‘스핀’ 한다.
땅부르 스핀 타임은 ‘본다’ 라는 말보다 ‘읽는다’ 는 말이 어울리는 시계다. 처음 이 시계를 보면 시침이 없는데 당황한다. 대신 숫자 두 개가 궁금해진다. 사진 속 4시 30분 방향에 있는 건 날짜창이고, 10시 방향 숫자는 시각을 나타내는 큐브 중 하나다. 루이 비통을 상징하는 V 로고가 새겨진 열두 개의 큐브는 자신의 순서가 되면 몸을 돌려 숫자로 시각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오후1시가 되면 12시 큐브는 몸을 돌려 숫자를 감추고, 1시 방향에 있는 큐브가 몸을 돌려 숫자 13을 보인다. 한 마디로 시각을 몸소 보여주는 시계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나는 일이라 손바닥 뒤집듯 쉬워 보이지만, 거북이가 스스로 등을 돌리는 것만큼이나 어렵고 복잡한 일이다. 사실 문자반 밑은 수면 아래 백조의 발처럼 두 개의 무브먼트가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다. 우선 이 시계의 가장 중요한 점핑은 LV 119 칼리버가 담당한다. 라 쇼-드퐁에 있는 루이 비통 워크숍 시계 디자이너들이 직접 개발한 LV 119 칼리버는 몰타 십자 형태 나사들이 맞물려 돌아가는 원리를 사용한 무브먼트다. 다른 ETA 무브먼트는 나머지 부분을 맡는다. 이 두 개의 무브먼트가 톱니바퀴처럼 사이좋게 맞물려 돌아가야 시계가 움직인다. 이건 레벨 업 크라운스템 리프팅 시스템의 역할이다. 자동차 트랜스퍼 박스처럼 생긴 레벨 업은 용두를 쉽게 움직이며 착용감이 좋게 하는 역할도 하는데, 이것 역시 루이 비통이 직접 개발했다. 여기에 18K 화이트 골드 다이얼을 입히고, 악어가죽 밴드를 달아 땅 부르 스핀 타임 GMT가 완성된다. 노랑색 GMT 표시바늘을 따라가면 다른 도시 시간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사진속 스핀 타임은 어느 더운 여름 22일 오전 10시 5분, 지금 여기는 서울이니까 뉴델리는 오전 7시5분이라고 ‘읽어야’ 한다.
- 에디터
- 패션 에디터 / 박나나
- 포토그래퍼
- courtesy of Louis Vuit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