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철판 닦는 요리사

2010.08.13GQ

코앞에서 들들 지지고 볶고 부친다.

여행은 종종 요리로 기억된다. 특히 동남아를 다녀왔다면 데판야키를 잊을 리 없다. 호떡 가게보다 훨씬 넓은 철판 앞에서 온갖 해물과 채소를 바로 구워주는 일본식 철판구이말이다. “우리나라에는 편하게 갈수 있는 데판야키집이 없어요. 오래됐거나, 비싸거나. 요즘 본고장 일본에선 데판야키가 세련되게 변하고 있거든요? 하루 여섯 끼 먹으면서 연구해왔죠.” 청담동에 새로 생긴 데판야키 레스토랑 ‘T6’ 왕미라 대표의 말이다. 그래서 와인바 같이 아늑한 분위기로 꾸미고, 가벼운 서양식 애피타이저도 가미했다. 일본 요리사들이 좋은 식재료만 고집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왕 대표는, 신선한 제철 식재료가 철판 위에서 얼마나 다른 맛을 내는지도 깨닫고 왔다. 그렇게 준비해 자신 있게 내놓은 메뉴는 전복 데판야키. 철판 위에 대나무 잎을 깔고, 신선한 전복을 올린 뒤 다시마로 덮는다. 그 위에 소금 왕창 올려 무게로 눌러준다. 화이트 와인을 살짝 둘러 천천히 익히면 다시마 향이 눅진하게 스며드는 부드러운 전복 철판요리가 완성된다. 전복 내장으로 만든 프랑스식 소스에 찍어 먹으면, 제일 좋아하는 술맛이 혀끝에서 솟는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술 메뉴판이 꽤 두둑한데, 특히 샴페인과 스파클링 와인리스트가 풍성하다. 청담동 일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루프탑 야외석에서 즐기는 술 한잔과 데판야키라니, 미식 여행이 여기에 있다. 3가지 채소를 골라 철판에 올리면 8천원. 전복은 4만8천원, 랍스터 코스는 8만8천원. 02-542-2388.

    에디터
    손기은
    포토그래퍼
    김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