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이돌의 일본 시장 공습이 거세다. 일본 음악퍼블리싱 회사 ‘고고뮤직’대표 쇼지 타카시가 성공의 원인과 시장 변화에 대해 답했다.
보아를 비롯한 솔로 가수, 동방신기를 위시한 남성 아이돌 그룹에 이어 카라, 소녀시대, 포미닛 등의 여성 그룹이 일본에 연착륙하고 있다. 그간 S.E.S,슈가, 천상지희 등 많은 여성 그룹이 꾸준히 일본 시장 진입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번엔 좀 다르다. 그동안 일본 음악 시장이 달라진 걸까? 아니면 한국 아이돌 그룹만의 차별성이 생긴 걸까?
수년간 모닝구 무스메, AKB48 등 여성 아이돌 그룹이 꾸준히 인기를 끌면서, 일본에 여성 아이돌을 집중적으로 소비하는 시장이 생겼다. 현재 일본 아이돌 시장은 춘추전국시대의 양상이다. 즉, 아이돌을 소모하는 팬층이 다음 스타를 찾고 있는 도중에 한국 아이돌이 등장했고, 그들이 ‘새로운 개성’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몇몇 한국 기획사의 경우, 일본 ‘쟈니스’의 전략을 벤치마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SM의 이수만 대표는 ‘슈퍼주니어’는 ‘쟈니스 주니어’를 참조했다고 공공연히 말하기도 했다. 이런 움직임이 한국 아이돌의 공세가 일본에서 긍정적인 효과로 나타나는 데 기여한 바가 있을까?
쟈니스의 아이돌을 키우는 방법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성공해왔다. 아이돌의 교육과 육성에 관한 한 쟈니스의 방법론은 ‘스탠더드’라 할 수 있다. 이 방식을 참조하는 것은 기존 일본 아이돌 시장을 공략하는 데 좋은 수단이 된다.
소녀시대의 쇼케이스에 온 팬 대부분이 여성이었다. 한국과 일본 모두 걸그룹을 소비하는 계층이 주로 남성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한국 걸그룹에 특별히 여성들에게 어필하는 어떤 요소가 있는 걸까?
일본 여성들은 새로운 개성을 찾는 데 매우 능숙하고 열광적이다. 다른 사람과 다른 것을 자신이 찾고 길렀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진다. 광신적이라고까지 표현할 수 있다. 여성 팬덤의 힘을 통해 어떤 거센 움직임이 발생하고, 그들이 지목한 것은 언제나 유행이 되는 편이다.
영화나 드라마 등을 통해 발생한 이전의 ‘한류’와는 어떤 차이점이 있나?
배우들을 통해 일본에 한국 문화가 정착했다. 이런 안정 속에서 일본인과 비슷한 용모와 스타일로 좋은 음악을 구사하는 한국뮤지션이 등장했고, 소비자들은 과거의 경험을 통해 한국 음악을 좀 더 쉽게 받아들이고 있다. 예전의 ‘한류’가 지금의 ‘신한류’의 밑바탕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수년 전 일본에 진출한 뮤지션들의 경우 일본 작곡가에게 곡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엔 한국에서 발표한 곡을 그대로 들고 간다. 콘셉트나 외모의 차별성과 별개로 한국만의 대중음악적 가치가 있다고 보나?
최근 4~5년간 도쿄에서 한국 출신 작곡가를 비롯한 뮤지션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 한국 출신 작곡가가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노래가 성공하는 건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국적에 따른 경계가 사라지고 한국, 일본, 대만, 중국을 아우르는 ‘동아시아 팝’이 태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 아라시, 캇툰 같은 일본 아이돌을 소비하는 층과 동방신기, 빅뱅 등 한국 아이돌을 소비하는 층에 어떤 차이가 있나?
팬들은 쟈니스 소속 뮤지션을 비롯한 일본 아이돌에게는 ‘옆집 소년’같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친근함을 구한다. 반면 한국 뮤지션에겐 ‘구름 위의 존재’처럼 동경의 감정을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아라시의 내한공연은 예매 30분 만에 15만 명이 몰리는 진기록을 세웠다. 캇툰의 내한공연 티켓 역시 20분 만에 매진되었다. 일본의 엔터테인먼트 산업계는 한국 시장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고 있나?
동방신기나 빅뱅 같은 아이돌 그룹이 한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는 것을 보며 한국 시장의 잠재성과 규모에 자극을 받았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드디어 한국 시장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고 본다. 지금은 진지하게 진출할 것인가, 진출 후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는 단계에 가깝다.
한국 아이돌 그룹의 경우 데뷔 전부터 일본어, 중국어를 비롯한 다양한 언어를 공부한다.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다는 말이다. 일본의 경우는 어떤가?
한국처럼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는다. 어쩌면 이것이 일본 뮤지션의 해외진출이 원활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일 수도 있다. 한국에서는 아이돌, 뮤지션, 심지어 작곡가까지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일본인은 한국어를 한류 붐 당시 유행으로만 접했고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진출이 늦어지는 요인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이것을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나 지속될 만한 파괴력이 있다고 보나?
지속적이라 생각하고, 그렇게 되길 바란다. 지금과 같은 한국 뮤지션의 일본 진출과 성공은 일본 음악 산업에 큰 자극이 되고 있다. 일본은 ‘J-Pop’ 뿐만 아니라 한국과 함께 ‘동아시아 팝’을 만들어간다는 자각을 해야 한다.
- 에디터
- 유지성
- 스탭
- Illustration/ Lee Eun 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