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는 천변만화하다. 결혼식에 갈 땐 윙팁 슈즈, 바다에 갈 땐 데크 슈즈, 이번엔 최신 유행 ‘아웃도어 슈즈’다.
운동화는 욕심이 넘쳐서 남들 하는 건 다하고 싶어 한다. 윙팁 슈즈가 각광을 받을 땐 앞코에 구멍을 뽕뽕 뚫었고, 데크슈즈가 인기를 끌자 허리에 신발 끈을 꿰맸다. 온갖 가을겨울 컬렉션의 옷들이 ‘아웃도어’를 표방하는 순간이 오자 이번엔 ‘아웃도어 슈즈’가 됐다. 등산 할 일이라곤 없는데 유행 때문에 등산화를 사야 할지 고민하는 찰나, 감쪽같이 ‘아웃도어 룩’으로 갈아입은 운동화를 찾았다. 심지어 등산화보다도 더 산뜻하고 가볍다. 이 운동화를 신으면 마음은 중무장하고 지리산에 오르는 대신, 날렵한 생지 데님이나 부들부들한 코듀로이 팬츠를 입고, 포근한 플란넬 셔츠나 두툼한 숄 칼라 카디건을 걸치고 싶다. 너무 착해 보인다 싶을 땐, 노르웨이 탐험가 난센처럼 털이 수북한 모자를 쓰거나 지구에서 처음으로 에베레스트에 오른 텐징 노르게이가 멨을 법한 크고 낡은 백팩을 메면 된다.
- 에디터
- 박태일
- 포토그래퍼
- 정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