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은 조용히 안주를 만들고 손님은 천천히 술을 마신다.
어떤 요리사는 음식을 우당탕탕 만들고, 어떤 요리사는 가제트 팔처럼 조수를 부린다. 압구정동에 새로 생긴 작은 술집 ‘모시모시’의 두 대표는 사부작사부작 요리한다. 도끼날처럼 추운 겨울날 폴짝 뛰어 들어간 술집이 이런 분위기였으면, 하고 생각했던 그 모습 그대로다. 잘 어울리는 부부라서, 혹은 열린 주방이라서 유독 그렇게 보이는 걸까?“ 거창한 이자카야는 아니예요. 그냥 혼자 우동 한 그릇에 맥주 한잔 하고 갈 수 있는 술집이었으면 좋겠어요.” 김윤 대표는 부끄러워하며 말을 꺼냈다. 플로리스트 출신이라 배추가 꽃처럼 활짝 핀 배추술찜을 개발한 것이냐고 물었을 때도 같은 표정이었다. 돼지고기 목살을 배추 사이사이에 끼운 뒤 사케를 넣고 돌솥에 찌는 배추술찜은 마음껏 자랑해도 될 맛이었고, 일본식 간장 소스를 펴서 피자처럼 구운 네기네기는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안주였다. 가게를 나서며 왜 모시모시인지 물었다. “제일 편하고 친근한 일본말로 정한 거예요.” 배추술찜은 1만5천원, 이이찌코 온더록 한잔은 6천원. 02-518-0053.
- 에디터
- 손기은
- 포토그래퍼
- 김종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