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시계 만드는 남자

2013.02.14GQ

오리스의 CEO 울리히 헤르초크는 기계식 시계가 최고라 말했다.

지금 차고 있는 시계는 뭔가?
아쿠아 데스 게이지다. 핀처럼 뚫린 조그마한 구멍으로 물이 들어가면 깊이에 따라 미터기의 색이 바뀐다. 5미터, 10미터로
들어갈 때마다 색이 다르게 변한다.

그렇게 단순한 기능으로 수심을 알 수 있단 말인가?
그 기술이 이번에 새로 나온 다이버 시계, 아쿠아 데스 게이지의 핵심이다. 로버트 보일러와 마리오트가 17세기에 발견한 물리 법칙을 기초로 한 시계다. 수심 5백 미터까지 물의 저항을 견딜 수 있고, 톱니바퀴에는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4밀리미터 유리로 만들어 꽤 두껍고 튼튼하다. 다른 곳에선 이 정도의 기술이면 세 배가 넘는 가격으로 판매할 테지만, 오리스는 3천5백 달러 정도로 정했다.

다이버 전문 시계인데 어떻게 그런 가격이 될 수 있나?
우리는 시장가격을 고려하며 디자인한다. 높은 가격이 책정되지 않도록 실용적인 측면을 고려한다. 기준은 명확하다. 복잡한 틀을 만들지 않고, 기능을 최우선으로 하는 거다. 쓸데없는 장식을 빼고, 꼭 필요한 요소만 쓴다. 가끔 여자 시계에 다이아몬드를 넣긴 하지만.

복잡하고 정교한 기계식 시계가 몇천만 원, 몇억씩 하는 건 예삿일이 되었다.
1980년대 중반쯤 어린 세대, 특히 일본의 젊은이들이 기계식 시계를 갖고 싶어 했다. 그땐 LCD 시계가 한창 유행이었는데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전자시계가 아닌, 뭔가 특별한 옛날 기계식 시계를 원했다. 오리스는 그때부터 기계식 시계의 가능성을 보고 모든 제품에 그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시계로 잰 체하고, 자랑을 일삼는 사람이 아닌, 진짜 시계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시계를 만들고 싶었다.

오리스 공장도 스위스 바젤에 있나?
바젤에서 가까운 홀스테인에 있다. 오리스는 홀스테인에 있는 유일한 시계 공장이다. 동쪽으론 독일, 서쪽으론 프랑스와 근접해 있다. 아침은 독일에서, 점심은 프랑스에서, 저녁은 바젤에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주 가깝다.

아까 말한 다이버 시계도 그곳에서 만든 건가?
그렇다. 홀스테인에서 디자인하고, 만들기도 했다. 곧 열릴 2013 바젤 페어에 소개할 시계다.

    에디터
    김경민
    포토그래퍼
    맹민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