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한다 말할 순 있어도 안다는 말은 온당치 않다. 영화, 드라마, 화보에서 김민희를 읽어낼 수 있나? 눈이 설녹은 날, 다섯 시간 동안 그녀와 나눈 것들.
말은 생각보다 엄청 크잖아요? 겁에 질리는 사람도 있는데. 옛날 집에는 말 사진이 붙어 있었어요. 이미지로서 되게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봤을 때는 너무 겁이 났어요. 그랬는데 이번에 승마 선생님께서 “말은 절대 겁을 내면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말 앞에 가서 눈을 똑바로 마주쳤어요. 기선제압을 해야 돼요. 그런 다음에야 탈 수 있거든요.
말의 어디가 아름다워요? 얼굴이 다 다르더라고요. 첫날과 둘째 날 나오미라는 말을 항상 “나오미 예쁘다” 하면서 탔어요. 말은 자기를 예뻐하는 걸 되게 좋아하고, 그 말을 알아듣는대요. 그때는 이제 길들이려고 하는 말이었고. 오늘은 진심에서 “예쁘다 레옹, 예쁘다 레옹” 이런 말이 계속 나왔어요. 갈색 말인데 털에도 더 윤기가 있고. 수컷이라 그런지 더 컸고 순했어요. 제 말도 더 잘 들어줬어요. 세우려고 고삐를 움직였을 때도 나오미는 자기 멋대로 약간 방향을 틀고 그랬는데 오늘은 우리가 꽤 호흡이 잘 맞았어요.
김민희한테는 일관되게 유쾌하고 이질적인 느낌이 있어요. 하지만 어떤 집단에 섞여있어도 자연스러워 보이죠. 스스로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나는 어떤 사람인가’ 혼자 고민하긴 하지만 내가 딱 어떤 사람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저는 잘 못하거든요. 그런데 사람들로부터 많은 평가를 받는 직업이니까, 사람들이 갖는 이미지는 다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그게 나이기도 하지만 다 내 본모습은 아니고. 하지만 사람들은 그걸 보고 느끼고, 평가할 수 있는 자격도 있는 거고. 어떻게든 저는 그걸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저도 누군가를 만났을 때 느껴지는 인상이 있고, 그 사람에 대해서 어느 정도 평가를 하게 되잖아요? 그렇듯이, 모든 사람이 저를 평가하는 게 다 다를 거라 생각하고 또 실제로 만나서 얘기하면 또 다를 거라 생각해요.
기분이 좋았다가 바닥을 쳤다가, 하루에도 온도가 있죠. 그걸 그냥 두는 편이에요? 아니면 어떻게든 올라가려고 애를 쓰는 편이에요? 어떤 편이지 내가? 조금은 내버려두는 편인 것 같아요. 그런데 어렸을 때보다는 잔잔해진 것 같아요. 우울한데 견디는 거 너무 싫어요. 우울한 것도 너무 싫고요.
속절없이 그럴 때도 있잖아요. 그럴 때 있죠, 사람이니까. 그럴 땐 좋은 친구들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혼자 있으면서 거기에 더 깊이 빠져들지 않고 사람들 만나서 같이 있는 게.
요즘도 기억하고 싶은 게 있으면 바로 메모하고 그래요? 네, 횟수는 적어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왜 그런지는 모르겠어요. 어렸을 때는 더 많이 적었고요.
시간이 지났다고 기억하고 싶은 게 적어지는 건 아닐 텐데? 어렸을 때는 감정의 굴곡이 심하고 그런 것들을 그냥 제가 즐겼다고 해야 되나? 그러면서 글을 쓰고 그런 시간을 좋아했다면 이제는, 아까 우울한 거 싫다고 했잖아요? 그런 감정들이 오는 게 싫은 거예요. 좋은 사람들로부터 좋은 기운을 받는 게 좋고. 그렇게 조금씩 변해가는 것 같아요.
얼굴이 변하는 것도 느껴요? 조금씩 변하지 않나요? 그건 느낌이죠. 더 좋아요, 저는. 되게 나이 들어서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거든요. 젊을 때는 누구나 아름답잖아요. 젊음이 갖고 있는 아름다움, 젊다는 것 자체도 너무 아름다운 거잖아요? 하지만 나이가 들었을 때는 어떤 생각을 하느냐가, 그게 고스란히 얼굴에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이가 많이
들어서 더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고 그래요.
그럴 때 딱 떠오르는 나이가 있어요? 예를 들면 일흔둘? 예순 정도? 요즘은 50대도 너무 젊고 예뻐요. 외적으로도, 마음도 그런 것 같아요.
김민희 할머니가 되면 뭐가 달라질까요? 그게 너무 궁금하잖아요? 외적으로도, 상황도. 결혼도 해서 자식도 있을 거고. 더 많은 아픔도 느낄 테고 더 많은 행복도 느껴봤을 테고. 더 많이 이렇게 꽉 차겠죠. 아무래도 지금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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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정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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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k Jeong 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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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일리스트 / 박세준, 헤어/강현진, 메이크업 / 원조연, 어시스턴트 / 정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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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소협찬/ 더 플라자 호텔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