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앉아도 될까요? <1>

2013.04.02GQ

한때 신하균은 꽉 차 보였다. 터질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 만난 신하균은 어쩐지 빈방 같았다.

모래색 재킷은 휴고 보스 오렌지, 지푸라기색 니트는 쟈딕앤볼테르, 남색 바지는 시스템 옴므, 신발은 컨버스.

모래색 재킷은 휴고 보스 오렌지, 지푸라기색 니트는 쟈딕앤볼테르, 남색 바지는 시스템 옴므, 신발은 컨버스.

그동안의 인터뷰를 차례대로 읽었어요. 과연 자신의 사생활을 이야기한 적이 없었어요. 혹시 불편하게 생각하는 질문이 있으면 먼저 말씀해주세요.
있으면 그냥 답을 안 할게요. 하하.

좋아하는 옷 브랜드는 무엇인가요? 왠지 없을 것 같지만요.
맞아요. 좋아하는 브랜드는 없고, 저한테 잘 맞는 옷을 좋아해요. 그리고 튀지 않아야 해요.

아까는 큼지막한 시계를 찼던데, 시계는 좋아해요?
시계를 제 돈 주고 사본 적이 없어요. 거의 선물 받거나, 아니면 장난감을 좋아해서 로봇 모양 시계를 한 번 사봤어요.

프라모델은 여전히 만드나요? 저도 모아요. 액션피겨 같은 장난감요.
저는 그냥 다 사요. 한동안 건담과 탱크 자동차, 오토바이를 만들었어요, 피겨도 꽤 많고요.

그런 걸 모으는 남자는 결혼하기 힘들다고들 하던데요.
결혼에 대한 압박이 전혀 없어요. 이 일을 해서 그런지 부모님도 결혼을 강요하지 않으세요.

삼십 대에 마지막으로 찍은 영화가 <런닝맨>이에요. 첫 액션 영화인데 아주 고되 보이던데요.
이제 마흔이지만 에너지가 전혀 안 부족해요! 하하. 체력이 좀 떨어졌지만 변한 건 없어요.

와인 한잔 할까요?
와인 좋아요. 전 레드 와인 주세요. 마흔이 돼서 바뀐 게 있다면, 회복이 늦어져서 마시는 양이 좀 줄었어요. 술은 여전히 매일 마시긴 해요.

장난감과 술, 게다가 동물까지 키우면 싱글남의 완벽한 조건인데요?
하하. 전 고양이를 키워요 그것도 두 마리나. 코리안 쇼트헤어예요.

한때 당신을 연기밖에 모르는 지독한 배우일 것이라고 추측했어요. 그래서 대중적 인기보단 배우로서의 인정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죠.
음…저 예전에도 인기 꽤 있었어요. 하하. <공동경비구역 JSA> 때가 지금보다 인기가 더 많았죠. 아우, 그땐 인기가 워낙 좋아서 술자리도 여기저기서 불러서 하루에 두세 군데씩 약속이 잡혔어요. 근데 지금은 뭐랄까, 좀 넓어졌죠. 드라마를 하니까 어르신들이나 어린 친구들이 알아봐 줘요.

이번 <런닝맨> 제작 발표회에서 팬들이 쌀을 기부하고, 기자들에게 커피를 돌렸어요. 예전과 다르게 아이돌 팬처럼 엄청 열성적이에요. <브레인> 이후부터 인기의 방식과 넓이가 바뀐 것 같아요.
저도 놀라고 있어요. 아무래도 여자 팬들이 늘었죠.

<웰컴 투 동막골>을 어제 다시 봤어요. 새삼 삼십 대 초반의 당신 얼굴이 잘생겼다고 느꼈어요. 그동안 당신의 얼굴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왜 그렇게 적었을까 싶었죠.
그때 맡았던 역들이 정상적이지 않고, 기괴한 인물이 많아서 그랬을 거예요. 솔직히 제가 잘 생기진 않았죠. 전 그때보단 지금의 얼굴이 더 좋아요. 주름도 더 생기고, 세월이 조금씩 느껴져서요. 이제부터 얼굴이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예전엔 진짜 평평한 얼굴이었어요.

그래서일까요? 이제 얼굴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그래서 지금의 모습을 좋아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주름도 많이 생겼는데 예전보다 더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이제는 다른 배우와 자신을 비교할까요?
저는 질투가 없어요. 연기에 대한 욕심만 있죠.

얼마나 더 채워야 연기에 대한 욕심이 없어질까요?
이제 시작이죠. 마흔이 됐고, 그동안 여러 가지 일을 겪었어요. 연기나 제 삶 모두 굴곡이 있었죠. 세상을 보는 시각이 좀 더 넓어졌어요.

어떨 때 시야가 넓어졌다고 느끼죠?
예를 들면 대본을 봤을 때 그전엔 일곱 가지를 생각할 수 있었으면, 이제는 두세 가지가 더 생각나는 식이죠. 생각해보면 그렇게 바뀐 것도 없네요.

    포토그래퍼
    Na Jhin
    스탭
    스타일리스트/신래영, 헤어/ 김영주 BY 아쥬레, 메이크업/ 조아 BY 아쥬레, 어시스턴트/ 이채린, 이상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