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바다를 “시나위 보컬 출신”이라고 소개하는 건 점점 민망한 일이 돼가고 있다. ‘나비효과’와 ‘The Ratio’로부터 ‘아트 오브 파티즈’까지, 끊임없이 록 음악을 갱신해온 그가 이번에는 새로운 이름을 찾지 않았다. 어떤 노래도 김바다인 걸 알겠다. 다만, 김바다가 뭐 새로운 걸 하지 않았는데도 청량하게 들린다는 점을 생각한다. 미니앨범 은 늘 현재를 각인시키는 여름과 어울린다. 이라는 앨범 제목과, 김바다라는 이름 때문만은 아니다.
어제 그리고 오늘
상상마당의 연례 전시인 <어바웃 북스>가 4회째를 맞는다. 올해 역시 500여 종의 한국 독립출판물 전시를 통해 당대를 드러내며, 특히 90년대 문화지 <티티엘>, <서브>, <키노>, <인서울 매거진>, <이매진>의 편집장을 인터뷰하는 기획으로 한국 잡지의 옛날까지 돌아본다. 함께 전시하는 일본 독립출판물 100여 종도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이다. 6월 13일부터 8월 11일까지, KT&G 상상마당 갤러리 및 스튜디오. sangsangmadang.com
1. <이남규 1931-1993> 수류산방, 수류산방 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독창적인 편집으로 한데 모은 책에 ‘도록’이라는 관습적인 분류는 누가 될 것 같다. 이남규가 생전에 남긴 말을 골라 그 옆에 작품을 배치한 페이지들이 아름답다. 이남규의 글과 편지, 유리화를 망라한, 일종의 ‘전집’이다. 2. <민낯> 박광수, 소란 만화가 박광수는 자신의 우울증으로부터 비상구 등처럼 ‘행복’이라는 낱말을 발견했다. “우리가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 개인적인 주제를 타인으로부터 구한 건 행복이 혼자서 상상해낸 망상이 되게 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3. <트랜스포머> 마리노이라트/로빈 킨로스, 작업실유령 아이소타이프는 문자와 숫자 대신 상징적 도형과 기호의 조합으로 정보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정보의 공공적인 변형을 다루지만, 표현 본위의 디자인에, 혹은 나태한 디자인에 던지는 전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1. <대한국민 현대사> 고경태, 푸른숲 종이 매체가 있는 힘껏 현대를 담는 한, 버려질 운명만은 아닐 것이다. <한겨레> 기자 고경태가 아버지의 신문 기사 스크랩을 바탕으로 현재로서의 현대사를 다시 썼다. 물론 <대한국민 현대사>가 다루는 역사의 중심에는 나라가 아닌 사람이 있다. 2. <Fashion is Passion> 이상봉, 민음인 대중적인 것과 고급한 것, 한국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 사이에 다리를 놓았던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이 패션과 책 사이에도 하나를 보탰다. 패션에 대한 그의 철학을 적었고, 자연스럽게 그의 인생의 변곡점들까지 따라나오는 걸 막지 않았다. 3. <궁극의 시학> 안대회, 문학동네 <이십사시품>은 예술이 갖춰야 할 풍격을 스물네 개로 분류한 중국 송, 원대(추정)의 저작이다. 미학을 시로 써서 밝힌 이 탁월한 글에 한문학자 안대회가 해석과 해설은 물론, 실제 풍격이 담긴 시와 그림, 글씨를 덧붙였다. 빈곤한 한국 미학 분야의 한 전기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