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라이언 맥긴리 사귀기

2013.12.09GQ

누구나 라이언 맥긴리의 친구가 될 수 있다. 라이언 맥긴리가 선글라스 너머로 눈을 맞춘 채, 그 조건을 하나하나 말했다.

가죽 재킷 멋지네요. 쇼트 라이더 재킷 맞죠?
맞아요. 20년째 입고 있어요. 스터드도 직접 박고, 여기다 페인트도 칠했죠. 여기 고양이 펜던트 보여요? 같이 살고 있는 고양이예요.

이렇게 멋진 옷을 입는 남자가 옷을 입은 사람을 찍는 데는 그다지 흥미가 없나 봐요. 옷이 좋은 사진을 방해한다고 생각해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몸에 아주 관심이 많을 뿐이에요. 알몸은 예술가로서의 라이언 맥긴리를 상징하죠. 맨몸의 젊은이가 널따란 풍경 속에서 뛰어다니고,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사진을 보면, 사람들은 날 떠올리게 되니까요.

사람들은 그걸 보고 ‘청춘’이라는 단어를 떠올리죠. 분방하고, 위태롭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같은데 막상 터지고 나면 마냥 신나고 즐거운 찰나가 되고 마는 것. 당신이 2007년에 찍은 ‘Hysteric Fireworks’처럼요.
젊은 영혼이 갖는 특유의 자유로움을 좋아해요. 청춘보다는 자유를 사진에 담고 싶은 거죠. 놀랍고, 신비롭고, 다음이 어떻게 될지 정말 모르는 그런 거. 헤비메탈 음악을 먹먹하게 틀어놓고 곳곳에 폭죽과 스파클러를 터뜨리면 모델들은 그 사이를 뛰어다니다가 곧 다들 미쳐버려요.

그렇게 미쳐버리면, 정말 무슨 일이 벌어지진 않던가요.
그런 촬영을 할 땐, 대규모 안전팀을 대기시켜요. 모델의 동선을 안내해주는 팀도 따로 있고.

생각보다 철저한 사람이네요.
항상 모든 걸 계획해요. 모든 요소를 갖추고, 계획하고, 정의하고 떠나죠. 어디로 갈지 누구를 찍을지 필요한 장비는 뭔지.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건, 어떤 사진이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거예요. 그 모든 것의 상호작용, 서로의 화학 반응, 렌즈 플레어, 충돌과 상처, 그리고 누구도 예상치 못한 어떤 일이 벌어져요. 나중에 혼자 사진을 고르다 보면, 전혀 의도하지 않은 사진들을 발견하곤 해요. 눈에 보이는 모든 것, 울려 퍼지는 음악에 반응하고 자기도 모르게 취하게 되는 행동들. 인간의 원초적인 단면. 그거야말로 최고의 작품이죠. 모든 사진 속에는 사실 음악이 흐르고 있어요. 음악을 아주 크게 틀어놓거든요. 롤링 스톤스, 벨 앤 세바스찬, 비스티 보이즈…. 수많은 밴드의 음악들이 사진 속 감정의 ‘사운드트랙’이 되죠.

그중에 스매싱 펌킨스의 ‘Today’도 있나요? 중학교 때 그 노래 정말 끝내준다고 생각했는데. 당신도 어렸을 때 좋아했다면서요?
[Gish]랑 [Siamese Dream]은 최고예요. 그때 그 멤버들도. 빌리 코건, 제임스 이하, 디아시 레츠키…. 또 누가 있었더라?

빌리 코건의 노래를 듣던 그 소년은 어떤 친구였나요?
반항아, 아주 나쁜 애였어요. 그리고 여전히 난 반항해요. 다수가 믿는 정상적인 행동 바깥쪽에 있기 때문에. 야외에서 누드 상태로 있거나, 그런 사진을 찍는 건 여전히 불법이에요. 경찰에게 걸린다면 당장 우릴 끌고 가겠죠. 주로 깊은 숲 속에서 찍으니까 괜찮지만.

꼭 ‘록스타’ 같네요. 옷차림도, 당신 사인을 받으려고 청와대 앞길까지 줄은 선 것도 그렇고.
장르는 ‘펑크록’이에요.

처음 만든 포트폴리오엔 당신 친구들이 있었다고 했죠. 아마도 지금은 당신 친구가 되고 싶은 사람이 지구에 수천만 명쯤 될 거예요. 어떻게 하면 당신과 친구가 될 수 있어요?
영혼이 닮아야 해요. 서로 관심을 갖고 비슷한 곳에 관심을 둘 테니까. 내 친구들은 모두 같은 걸 좋아해요. 언제든 같이 얘기하고, 또 같은 음악이나 영화에 미쳐 있어요. 더 스미스, 롤링 스톤스, 구스 반 산트, 테렌스 맬릭, 우디 앨런, 장 뤽 고다르, 프랑소와 트뤼포…. 민주주의와 오바마를 지지하고, 멋진 옷과 신발, 예술과 사진에 대해 밤새 떠들 수 있어야 하는 것도.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건, 춤을 사랑해야 해요.

미안해요, 춤 잘 못 춰요.
나도 미안해요, 그럼 우린 친구가 될 수 없어요.

    에디터
    박태일
    포토그래퍼
    김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