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밤이면 밤마다 신동엽 때문에….
사람들이 신동엽의 ‘섹드립’이 지겨워, 라고 말하는 순간을 상상해보기도 하나?
아, 물론. 하지만 우리가 이성에 대해 말하는 건 몇천 년 동안 이어져왔기 때문에…. 하하. 그런데 난 성인 개그만 하는 사람이 아니고, 내가 하는 것들이 그저 야해서 공감을 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단 솔직한 얘기라서 좋아하는 것 같다. < 마녀사냥 >도 케이블 TV에 비해 그렇게 세지도 않다. 한번 세게 잘못 말하면 엮여있는 다른 재미있는 이야기까지 통으로 편집해야 하니까 좀 조심하는 건 있지만.
수위 조절에 실패하기도 하나?
방금은 겸손하게 말해서 조심한다고 했는데, 난 방송에 부적합한 얘기는 거의 안 한다. 수위로 실수한 적 없다.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발뺌할 수 있는 은유적인 표현, 우회적인 표현에 진짜 재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확실히 야한 농담의 데이터베이스는 누구보다도 풍부한 것 같다. 팔꿈치를 만지면 고환 같다고 말할 땐 정말….
하하하. 그건 그냥, 아주 어렸을 때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어서…. 난 기억력이 굉장히 안 좋아서 레퍼토리를 만들어두고 하는 개그에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일부러 준비하고, 외우고, 이런 건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이야기하다가 어느 순간 기억의 서랍이 탁 열리는 거다.
예상되는 흐름을 확 깨는 것, 가식적인 부분을 꼬집는 것, 뻔한 걸 잡아 비트는 것이 신동엽식 진행의 핵심이다. 전형적인 순간을 못 참는 것 같다.
오, 싫어한다. 뻔한 거, 짜고 치는 거 싫다. 대기실에 앉아 있을 때 카메라가 들어오면 분명히 아는데 모르는 척 “어? 웬일이에요” 연기하는 것도 쑥스럽다. 미세한 차이지만 시청자들은 다 안다.
반면 아주 극화된 콩트 연기를 보여주는 < 세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코리아 >에서는 물 만난 듯했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문구 중 하나가 ‘온 가족이 함께 보는’ 이런 거다. < 세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코리아 >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 헤이헤이헤이 > 때부터 해오던 비공개 콩트에 대한 애착도 있고.
< 개콘 >과 같은 무대 개그 연기와 의 콩트 연기는 어떤 지점에서 다른가?
< 개콘 >은 현장 관객의 반응이 중요하다. 콩트는 TV 앞의 시청자가 관객이다. 이 둘은 완전히 다르다. 과장된 몸짓, 방송에 적합하지 않을 것 같은 용어가 현장에선 반응이 오지만 이게 브라운관을 통해 한번 걸러지면 “어? 저건 좀…” 이럴 수 있다. 후배들에게도 모든 상황에서 무조건 시청자를 생각하라고 한다. 일단 살아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무리수를 던지면 결국 자기 수명을 깎아먹는 셈이 된다.
언젠가 ‘맛 프로그램’을 진행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술과 음식에 돈 쓰는 건 아깝지가 않다. 프로그램 하나에 며칠을 할애할 여유가 생기면 정말 해보고 싶다.
상상이 잘 ….
< 한국인의 밥상 >을 즐겨 보는데, 그런 거? 최불암 아저씨가 까불까불 하면서 시골 할머니들한테 야한 농담도 한다고 상상하면 되지 않을까?
하하. 올해의 신동엽은 작년과 어떻게 달랐나?
글쎄. 특별한 의미를 두진 않는다. 여러 가지가 잘 맞아떨어진 해가 아닐까? 어느 해엔 신기하게도 묘하게 어긋날 때도 있으니까. 데뷔한 지 이제 23년째고, 너무나 많은 일을 겪으면서 매해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게 됐다. 신경쓰지 않는다. 난 똑같이 열심히 했고, 늘 하던 스타일대로 했다.
그런 점이 올해 신동엽을 독보적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잘하는 걸 계속 잘하고, 못하는 건 아예 안 하는, 방망이 깎는 노인 같은 그런?
난 아주 옛날부터 성인 시트콤이나 성인 토크를 계속해왔다. < 러브하우스 > 같은 프로그램을 할 때도 야한 농담을 일관되게 쭈욱 했다. 그땐 사람들이 불편해할 수도 있어서 PD가 편집을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중3 때부터 지금까지 난 변한 게 없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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