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신동엽은 그냥 잠들지 않는다.

2013.12.13손기은

올 한 해, 밤이면 밤마다 신동엽 때문에….

셔츠는 브리오니, 안대는 구찌, 시계는 페라가모 BY 갤러리어 클락.

셔츠는 브리오니, 안대는 구찌, 시계는 페라가모 BY 갤러리어 클락.

터틀넥은 에르메스, 바지와 스카프는 모두 구찌, 실크 가운은 바바라, 안경은 존갈리아노 BY 다리FNS (왼쪽)

사람들이 신동엽의 ‘섹드립’이 지겨워, 라고 말하는 순간을 상상해보기도 하나?
아, 물론. 하지만 우리가 이성에 대해 말하는 건 몇천 년 동안 이어져왔기 때문에…. 하하. 그런데 난 성인 개그만 하는 사람이 아니고, 내가 하는 것들이 그저 야해서 공감을 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단 솔직한 얘기라서 좋아하는 것 같다. < 마녀사냥 >도 케이블 TV에 비해 그렇게 세지도 않다. 한번 세게 잘못 말하면 엮여있는 다른 재미있는 이야기까지 통으로 편집해야 하니까 좀 조심하는 건 있지만.

수위 조절에 실패하기도 하나?
방금은 겸손하게 말해서 조심한다고 했는데, 난 방송에 부적합한 얘기는 거의 안 한다. 수위로 실수한 적 없다.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발뺌할 수 있는 은유적인 표현, 우회적인 표현에 진짜 재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확실히 야한 농담의 데이터베이스는 누구보다도 풍부한 것 같다. 팔꿈치를 만지면 고환 같다고 말할 땐 정말….
하하하. 그건 그냥, 아주 어렸을 때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어서…. 난 기억력이 굉장히 안 좋아서 레퍼토리를 만들어두고 하는 개그에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일부러 준비하고, 외우고, 이런 건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이야기하다가 어느 순간 기억의 서랍이 탁 열리는 거다.

예상되는 흐름을 확 깨는 것, 가식적인 부분을 꼬집는 것, 뻔한 걸 잡아 비트는 것이 신동엽식 진행의 핵심이다. 전형적인 순간을 못 참는 것 같다.
오, 싫어한다. 뻔한 거, 짜고 치는 거 싫다. 대기실에 앉아 있을 때 카메라가 들어오면 분명히 아는데 모르는 척 “어? 웬일이에요” 연기하는 것도 쑥스럽다. 미세한 차이지만 시청자들은 다 안다.

반면 아주 극화된 콩트 연기를 보여주는 < 세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코리아 >에서는 물 만난 듯했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문구 중 하나가 ‘온 가족이 함께 보는’ 이런 거다. < 세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코리아 >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 헤이헤이헤이 > 때부터 해오던 비공개 콩트에 대한 애착도 있고.

< 개콘 >과 같은 무대 개그 연기와 의 콩트 연기는 어떤 지점에서 다른가?
< 개콘 >은 현장 관객의 반응이 중요하다. 콩트는 TV 앞의 시청자가 관객이다. 이 둘은 완전히 다르다. 과장된 몸짓, 방송에 적합하지 않을 것 같은 용어가 현장에선 반응이 오지만 이게 브라운관을 통해 한번 걸러지면 “어? 저건 좀…” 이럴 수 있다. 후배들에게도 모든 상황에서 무조건 시청자를 생각하라고 한다. 일단 살아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무리수를 던지면 결국 자기 수명을 깎아먹는 셈이 된다.

언젠가 ‘맛 프로그램’을 진행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술과 음식에 돈 쓰는 건 아깝지가 않다. 프로그램 하나에 며칠을 할애할 여유가 생기면 정말 해보고 싶다.

상상이 잘 ….
< 한국인의 밥상 >을 즐겨 보는데, 그런 거? 최불암 아저씨가 까불까불 하면서 시골 할머니들한테 야한 농담도 한다고 상상하면 되지 않을까?

하하. 올해의 신동엽은 작년과 어떻게 달랐나?
글쎄. 특별한 의미를 두진 않는다. 여러 가지가 잘 맞아떨어진 해가 아닐까? 어느 해엔 신기하게도 묘하게 어긋날 때도 있으니까. 데뷔한 지 이제 23년째고, 너무나 많은 일을 겪으면서 매해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게 됐다. 신경쓰지 않는다. 난 똑같이 열심히 했고, 늘 하던 스타일대로 했다.

그런 점이 올해 신동엽을 독보적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잘하는 걸 계속 잘하고, 못하는 건 아예 안 하는, 방망이 깎는 노인 같은 그런?
난 아주 옛날부터 성인 시트콤이나 성인 토크를 계속해왔다. < 러브하우스 > 같은 프로그램을 할 때도 야한 농담을 일관되게 쭈욱 했다. 그땐 사람들이 불편해할 수도 있어서 PD가 편집을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중3 때부터 지금까지 난 변한 게 없다는 거다.

가운은 레이얀, 스카프는 구찌, 바지는 바바라.

가운은 레이얀, 스카프는 구찌, 바지는 바바라.

    에디터
    손기은
    스타일리스트
    서정은
    헤어
    신후
    메이크업
    이가빈
    어시스턴트
    송주원, 임정현, 이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