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기록만큼이나 장비도 복잡하다. 텔레비전으로 보는 데 그치지 않으려면 꼼꼼히 알아둬야 한다.
01 제트 알루미늄 펑고 배트 내야수나 투수들의 수비 훈련을 위해 감독과 코치들이 사용하는 배트다. 땅볼을 쳐내는 용도로 쓴다. 실전용 배트보다 얇고 가볍다. 공을 맞추는 부분은 간결하고, 손잡이가 길다. 전체 길이는 보통 35인치. 어차피 훈련을 위한 배트니 나무냐 알루미늄이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나무 펑고 배트는 꽤 잘 부러진다.
02 롤링스 투수/올라운드 프리모 PRM1200 글러브 투수들은 보통 12인치 크기의 글러브를 쓴다. ‘웹’이라 불리는, 엄지와 검지 사이의 그물망 부분은 꽉 막혀 있다. 타자에게 구종을 들켜선 안 되어서다. 크기는 내야수와 외야수의 중간 정도. 그래서 ‘올라운드’ 용도로도 쓸 수 있다. 프리모 시리즈는 롤링스에서 만드는 최고 등급의 글러브다. 12.5 인치.
03 사사키 프로브레인 PHX-35 내야수 글러브 1루수를 제외한 내야수는 공을 잡은 후 빨리 꺼내야 한다. 그래서 글러브의 깊이가 얕다. 십자 웹 모양의 글러브는 순간적으로 공의 위치를 식별할 수 있어 2루수와 유격수가 선호한다. 단, 3루수는 강습타구가 많아 웹도 촘촘하고, 깊이도 깊은 경식 글러브를 쓴다. 사이즈는 투수 글러브에 비해 작다. 프로브레인은 수작업으로 만들어 연간 1천5백 개만 생산된다.
04 윌슨 SAM 나무 배트 나무 배트는 알루미늄 배트와 달리 그램으로 무게를 표시하는 경우가 많다. 무게가 무겁다고 장타가 잘 나오는 건 아니다. 배리 본즈는 72개의 홈런을 칠 때 겨우 830그램짜리 배트를 썼다. 홈런왕 베이브 루스는 1.4킬로그램짜리 방망이를 썼는데,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가벼운 배트였다고 한다. 즉, 점점 가벼운 배트를 선호하는 추세다. 윌슨의 SAM BAT는 34인치, 910그램이다.
05 윌슨 A2K-0 BBGPUDGE 포수 미트 투수의 공을 1백 개 이상 받아내야 하기 때문에, 크고 넓적하다. 또한 모양이 둥글어, 어떤 위치로 공이 떨어지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너무 단단하면 공이 밖으로 튈 수 있어, 공을 받는 부분만큼은 부드러운 편이다. 윌슨 A2K 시리즈는 길들이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그만큼 자연스러운 모양을 만들 수 있다.
06 야구파크 UDS YP 1루 미트 글러브가 아니라 미트라 부른다. 1루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다른 내야수들의 송구를 받아내는 일이다. 공을 빠뜨리지 않기 위해 깊고 큰 글러브를 쓴다. 하지만 최근 좌타자의 비율이 늘어나며, 디자인이 점점 간결해지는 추세다. 3루수와 마찬가지로, 빠른 타구를 잡아 송구해야 할 상황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야구파크 UDS YP 미트는 내피와 외피 모두 소가죽을 썼다. 덕분에 최소한의 힘으로도 글러브의 움직임을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다.
07 TPX 엑소그리드 알루미늄 배트 알루미늄 배트는 나무 배트에 비해 탄성이 뛰어나다. 같은 공을 때려도 10~20퍼센트 정도 더 멀리 날아간다. 배트의 탄성은 길이에서 무게(온스)를 뺀 수치, ‘드롭’으로 계산할 수 있다. 길이와 무게의 차이가 많이 날수록 탄성이 높다. 길이는 32인치에서 34인치가 일반적이며, 키에 따라 고르면 된다. 배럴은 배트의 가장 두꺼운 부분의 지름을 뜻한다. 2와 3/4, 2와 5/8가 보편적이다. TPX 엑소그리드는 33인치 28온스, 2와 3/4배럴로 크기는 표준에 가깝고 두께는 약간 굵은 편이다.
08 윌슨 배트링 타자들이 달리기 선수의 모래주머니처럼 쓰는 물건이다. 스윙 연습 시, 또는 타격 대기석에서 일부러 배트를 무겁게 만들기 위한 용도다. 윌슨 배트링은 링 측면부에 막대를 끼웠다 빼는 식으로 무게를 조절할 수 있다.
09 사사키 그립가드 타격 대기석에서 타자들은 배트에 스프레이를 뿌린다. 손이 미끄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송진액으로 만들며 ‘끈끈이’라고도 불린다. 간혹 헬멧이 유난히 더러운 타자들이 있다. 낡아서 그런 경우도 있지만, 그립가드를 헬맷에 뿌려놓기 때문이기도 하다. 타격 중에 다시 스프레이를 찾아 뿌리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
10 윌슨 A2000 1799 외야수 글러브 외야수는 플라이를 안전하게 잡아야 한다. 날아오는 공의 위치를 판단하는 데 방해되지 않도록 웹엔 대개 구멍이 뚫려 있다. 더불어 높은 위치에서 잡은 공이 흐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길고 깊게 만든다. 윌슨 A2000 시리즈는 오래 써도 글러브 모양이 망가지지 않는 ‘듀어웰팅’ 기술을 적용했다.
01 사사키 포수 장비 세트 프로모델 포수는 야구장에서 제일 고달픈 자리다. 얼굴부터 발등까지
온몸에 장비를 치렁치렁 두르고 세 시간 동안 홈플레이트를 지켜야 한다. 튼튼한 정도만큼이나 무게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도 중요하다. 기본 세트는 가슴 프로텍터, 렉가드, 마스크로 구성된다. 마스크의 경우 일체형과 일반형을 선택할 수 있다.
02 포켓레이더 스피드건 주로 스카우트들이 쓴다. 포켓레이더 스피드건은 총처럼 생긴 전통적인 스피드건과 비교해도 정확성에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갖고 다니기는 훨씬 더 편하다. 야구뿐만 아니라 골프나 테니스 선수를 대상으로도 쓸 수 있다.
03 스카이라인 공 주머니 공이 더러워지면 투수나 포수가 교체를 요구한다. 파울로 공이 경기장 밖으로 나가버리면 새 공이 필요하다. 심판이 항상 무거운 장비에 볼 주머니까지 차고 있는 이유다.
04 야구파크 스펀지 야구공 스펀지 야구공은 타격 연습용으로 자주 쓴다. 워낙 무게가 가벼워 정확히 맞추질 않으면 앞으로 날아가질 않는다. 공을 때리는 순간의 집중력을 키울 수 있다.
05 윌슨 트레이닝 볼 K 3006 트레이닝 볼 역시 투수들의 손목 스냅 사용법과 정확한 손 위치를 익히기 위한 공이다. 럭비공 모양이지만 실밥이 있고, 손바닥에 쏙 들어갈 만큼 작다. 공을 제대로 잡고 던지지 않으면 직선으로 날아가지 않는다.
06 스카이라인 AK-100 야구공 한국야구위원회 야구규칙 1조 9항에 따르면, 야구공은 코르크나 고무 등으로 만든 작은 심에 실을 촘촘히 감은 뒤 소가죽이나 말가죽으로 감싸 단단하게 만든다. 실밥은 108개. 스카이라인 AK-100은 현재 프로야구 공인구다. 제품 제원 설명에 따르면 고무 심, 소가죽으로 만들었고, 무게는 141.7~148.8그램, 둘레는 22.9~23.5인치다.
07 슈어플레이 SP-750 스냅 볼 타자에게 스펀지 야구공이 있다면, 투수에겐 스냅 볼이 있다. 투수들의 손목 단련을 위한 공으로, 일반 야구공보다 두 배 이상 무겁다. 손에 쥐고 만지작거리거나, 혼자 살살 공을 가까이 던지는 식으로 사용한다. 스냅 볼을 무리하게 멀리 또는 세게 던지면 어깨에 무리가 갈 수 있다. 글러브에 공이 들어가는 자리인 이른바 ‘볼집’을 낼 때도 요긴하게 쓰인다. 야구 장비 중 이례적으로 총천연색을 쓰는 경우가 많다.
08 롤링스 니쿠션 쪼그려 앉았을 때, 종아리와 허벅지 사이를 지지하는 쿠션이다. 그저 방석의 용도와 비슷해 보여 다른 포수 장비에 비해 썩 중요해 보이지 않지만, 무릎 인대를 보호하는 역할, 다리의 쥐를 예방하는 역할, 몸의 균형을 잡는 역할 등을 동시에 해낸다.
09 YP 인디케이터 실제 경기 중에 잘 보이진 않지만, 심판은 언제나 손에 인디케이터를 쥐고 있다. 제아무리 전광판에 볼카운트가 바로바로 표기된다 해도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일. 인디케이터는 스트라이크, 볼, 아웃, 이닝까지 네 가지를 기록할 수 있는 제품이 가장 보편적이다. 손가락으로 일일이 숫자를 돌려 입력한다. 사이즈를 줄이기 위해 이닝 표기를 빼는 경우도 있다.
10 미즈노 심판 솔 홈플레이트는 깨끗해야 한다. 스트라이크 판정을 위해서도, 주자와 포수의 홈 승부를 정확히 보기 위해서도 그렇다. 그리고 홈플레이트의 흙을 털어내는 건 심판의 몫이다. 미즈노 심판 솔은 구두를 닦아도 될 것처럼 모양이 우아하다. 나일론이 아닌 돈모로 만들었다.
11 야구파크 낭심 보호대 바운드 볼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공을 뒤로 빠뜨리지 않기 위해 블로킹을 하다 보면 페니스 주변에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야구파크 낭심 보호대는 T팬티 모양이라 걸리적거리지 않고, 컵 분리형이라 간단히 단단한 보호대 부분을 탈부착할 수 있다. 공격할 때는 굳이 필요하지 않다.
12 롤링스 일체형 마스크 일체형과 일반형 마스크 중 어떤 것을 쓰느냐는 포수의 취향 문제다. 관건은 시야 확보. 일반형 마스크는 재빨리 벗을 수 있다. 포수 뒤쪽으로 공이 뜨거나, 도루하는 주자를 잡을 때 좀 더 유리하다. 하지만 헬멧을 따로 써야 한다. 일체형 마스크는 좀 무겁지만, 헬멧이 필요하지 않다. 마스크를 쓴 상태로도 시야에 큰 무리가 없다면 일체형이 나을 수도 있다.
01 롤링스 암가드 타자의 팔꿈치를 보호한다.
02 미즈노 2HA107 타자 헬멧 타격용 헬멧. 올해부터 투수의 직구가 타자의 헬멧을 스치기만 해도 퇴장이다.
03 뮬러 아이블랙 눈 밑에 붙이거나 바르면 빛을 흡수한다. 하늘 볼 일이 많은 외야수들이 즐겨 쓴다.
04 야구파크 로진백 공이 손에서 미끄러지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한다. 투수는 손에 로진 이외의 다른 이물질을 묻혀 공을 던질 수 없다.
05 아식스 인조잔디화 인조잔디화의 바닥 전면엔 낮은 돌기가 깔려 있다. 접지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06 BBK 주루 장갑 바거친 슬라이딩도 거뜬하도록 바닥이 튼튼한데다, 내야수의 야구화에 찍힐 상황을 대비해 손등 쪽도 두껍다.
07 나이키 허라치 프로 일체형 징 야구화 천연 잔디와 흙 구장에선 징 야구화를 신는다.
08 아식스 투수 커버 투수가 공을 던질 때마다 야구화는 땅에 끌린다. 그래서 앞코에 커버를 덧댄다.
09 프랭클린 CFX 프로 배팅 장갑 손을 보호하고, 방망이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지지하는 역할도 한다.
10 롤링스 풋가드 타자의 정강이와 발등을 보호한다. 몸 쪽으로 떨어지는 공을 잘못 쳤다간 여지없이 타구가 자기 발등으로 떨어진다. 누굴 원망할 수도 없다.
투구의 기술
진필중(< XTM > 야구 해설위원)
01 서클 체인지업 중지와 약지만 쓴다고 생각하면 쉽다. 공은 손바닥에 붙인다는 기분으로 깊게 잡는다. 엄지와 검지는 ‘OK’ 모양으로 지지대 역할을 할 뿐이다. 새끼손가락은 반대편에 살짝 걸쳐만 둔다. 던지는 순간엔 중지와 약지의 손가락 마디가 각각 하나뿐이라고 생각한다. 던진다기보다 공이 빠져나간다는 표현이 더 알맞다. 선수들 사이에선 “장풍을 쏘듯” 던져야 하는 구질로 알려져 있다. 손목을 쓰면 안 된다.
02 투심 패스트볼 잡는 법이 어렵진 않지만, 핵심은 의외로 엄지손가락이다. 기본적으로 투심은 역회전 공이다. 우투수 기준으로 우타자의 몸 쪽으로 짧게 휘며 떨어진다. 엄지를 아래쪽으로 붙이면 붙일수록 많이 꺾이고, 구속도 빨라진다. 하지만 엄지를 검지와 가까이, 그러니까 공 옆 부분으로 올리면 속도는 좀 죽는 대신, 공의 ‘무브먼트’가 심해진다. 던질 때 손목을 쓰는 대신 검지에 약간 힘을 주고, 손목을 부드럽게 밀듯이 눌러준다.
03 컷 패스트볼 가장 보편적인 방식은 포심 패스트볼의 손 모양을 살짝 변형하는 것이다. 그림처럼 손가락을 모으면, 자연스럽게 실밥이 중지와 검지에 사선으로 걸린다.(중지가 길면 더 유리하다) 슬라이더와 궤적의 방향은 같지만, 훨씬 짧게 움직인다. 우투수 기준으로 좌타자의 무릎 쪽으로 공 한 개에서 하나 반 정도 떨어진다. 던질 때는 검지 끝을 약간 들고, 중지를 눌러준다는 기분으로 힘을 주며 던진다.
타격의 기본
허문회(넥센 히어로즈 타격코치)
01 번트 오른손 타자라면 오른발을 홈플레이트 쪽으로 붙이고 왼발은 뒤로 조금 빼면서 오픈 스탠스를 취한다. 배트는 눈앞에 둔다. 그래야 공을 정확히 맞출 수 있다. 중심이 뒤로 기울면 번트 대기가 어렵다. 이왕이면 높은 공보단 낮은 공에 대는 게 좋다. 높으면 공이 뜨거나 파울이 될 확률이 높다. 맞출 땐 배트 머리 부분을 사용한다. 공에 손가락이 맞을 수도 있으니, 검지와 엄지만 사용해서 배트를 잡는다.
02 밀어치기 밀어치기는 감각적인 기술이다. 자세를 생각하면 이미 늦는다. 어깨를 닫아야 한다, 홈 근처에서 끊어쳐야 한다…. 글쎄. 공은 타석까지 0.4초 만에 날아오고, 방망이는 0.15초 만에 돌아간다. 딱 한 가지, 타격 포인트만 생각하고 들어가는 편이 낫다. 공을 어느 시점에서 칠 것인가. 아주 단순하게 타격 포인트를 뒤에 놓으면 자연스럽게 어깨는 닫히기 마련이다. 반복적으로 연습하면서 이미지화시켜 둬야 한다.
03 커트 타자가 일부러 투수의 공을 파울로 만들기는 어렵다. 좋은 코스로 들어온 공은 제대로 맞추기도 쉽지 않은데 그걸 비껴 맞춰서 파울라인 밖으로 내보낸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그 정도로 정교한 기술이 있으면 홈런을 치는 편이 낫다. 물론 타자는 투 스트라이크 이후엔 배트를 짧게 잡고 스윙 스피드를 올려 투구에 대응해야 한다. 풀 스윙할 때 배트가 등 뒤에서 나온다면, 가슴부터 휘두르는 느낌으로 간결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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