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파리 남자들의 우영미

2014.09.18GQ

겸손하고 재미있고 신중한 파리 남자들은 누구의 옷으로 파리를 채색할까.

니트, 우영미. 회색 티셔츠와 벨트, 모두 아크네. 흰색 진, 발맹.

장 필립 아바우트레트 Jean Philippe Abautret (26세), KCD PR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수십 번의 회의를 해야 하는 게 내 일이다. 그래서 외출할 땐 편한 옷부터 찾는다. 간단한 티셔츠와 진, 스탠스미스 운동화 그리고 우영미의 재킷이나 코트 정도. 우영미는 소재가 좋고, 실루엣이 말끔해서 신중해 보이고 싶을 때 자주 입는다. 지난 여름은 패션위크와 여러 가지 프로젝트들로 정신없는 날들을 보냈다. 곧 늦은 휴가로 친구들과 3주 동안 지중해를 항해할 계획인데, 요즘은 머릿속에 온통 그 생각뿐이다.

 

코트, 우영미. 티셔츠, 아메리칸 어패럴. 진, A.P.C.

이티엔느 드록스 Etienne Deroeux(25세), 패션 디자이너 3 년 전 내 이름으로 여성복 브랜드 (www.etiennederoeux.com)를 론칭했다. 9월에 있을 2015 봄여름 파리 컬렉션 준비로 한창 바쁜데, 이번 쇼는 티나 초우에게 영감을 얻은 컬렉션이 될 것 같다. 시간이 나면 주말에 친구들과 현대미술관에 가거나 파리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 플리마켓도 들르고 영화도 본다. 물론 우영미 매장에도 자주 간다. 예전부터 우영미의 옷을 좋아했다. 그녀가 만드는 옷들은 스포티하면서 동시에 세련됐다.

 

왼쪽부터 | 노르딘의 재킷, 우영미. 티셔츠, 피갈. 청바지, 코스. 운동화, 나이키 프레스토. 모자, 빈티지 마켓에서 산 것. 주안의 회색 코트, 우영미. 청바지, 코스. 운동화, 컨버스.

노르딘 베노트마느, 주안 코스타 패즈 Nordine Benotmane(32세), Juan Costa Paz(32세), 매니징 디렉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우린 디지털을 기본으로 여러 프로젝트을 꾸미는 크리에티브 팀 콘보이(www.convoy.me)를 함께 운영한다. 지금 구글과 함께 최초의 가상 패션위크를 작업 중이다. 꽤 흥미로운 것들을 곧 보게 될 거다. 우영미는 몇 년 전, 마레에 처음 쇼룸이 생겼을 때부터 알았다. 잘 만든 기본적인 옷들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우영미 매장에 자주 들른다. 우영미 특유의 촘촘한 세부 역시 마음에 들고.

 

왼쪽부터 | 로익의 체크 코트, 우영미. 회색 티셔츠, 아메리칸 어패럴. 비니, 노스 프로젝트. 스완의 남색 체크 코트, 우영미. 검정색 티셔츠, 아메리칸 어패럴. 비니, 세인트 제임스.

로익 요아힘, 스완 요아힘 Loic Joachim(26세), Swann Joachim(26세), 쌍둥이 형제, 블로거 요아힘 형제라는 블로그(lesfreresjoachim.com)를 운영하고 있다. 우영미 컬렉션 중에선 군복 스타일이 많았던 2012년 가을겨울 컬렉션을 제일 좋아한다. 우영미 옷의 가장 큰 특징은 어떤 주제를 다루건 건축적인 특유의 선이 살아 있다는 점이다. 우리 형제도 그렇게 색깔이 확실한 작업을 좋아한다. 그래서 요즘 여러가지를 기획 중이지만 아직은 모두 비밀이다.

 

코트, 우영미.

로버트 라비 Robert Laby(20세), 모델 사진을 찍은 생 루이 섬, 마리라는 이름의 다리는 내가 첫 키스를 한 곳이다. 여기서 몇 번이나 촬영을 했는데, 올 때마다 늘 그 생각이 난다. 오래된 파리를 느끼고 싶다면 생 루이 섬은 꼭 가봐야 한다. 어렸을 땐 연기에 빠져서 열 살 때부터 주말마다 연기수업을 받았다. 그럴 때마다 세상과 소통하는 기분을 느꼈다. 그 외 시간은 언어를 배우는 데 쓴다. 독일어와 영어는 얼마큼 된 거 같고, 이제 스페인어를 배워볼까 생각 중이다. 모델이기 때문에 수도 없이 많은 옷을 입어봐서 아는데, 남자 옷은 단순한 게 최고인 것 같다. 늘씬한 팬츠와 흰색 셔츠, 은은한 고동색 재킷과 질 좋은 운동화만 있으면 된다. 우영미엔 그게 다 있다.

 

니트, 우영미. 티셔츠, 헤인즈.

루벤 제라드 Ruben Gerard(32세), 일러스트레이터 우영미를 제대로 안 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꽤 괜찮은 재킷을 만든다는 건 그전부터 알고 있었다. 뭔가 아시아의 기운이 있는 것도 맘에 든다. 겐조 초기 컬렉션이 생각나기도 하고. 한때 예술감독으로 일했지만 일이 너무 지루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이미지들을 일러스트로 자유롭게 그리기 시작했다. 운 좋게도 괜찮은 피드백을 얻었다. 지금은 <지큐 프랑스> 외 여러 잡지와 일하고 있고, 얼마 전엔 나이키 매장 벽화 작업도 끝냈다(www.ruben-gerard.com). 하나의 작업을 완성하면 쉬지 않고 다른 작업을 한다. 거의 매일 일을 하지만, 그게 참 행복하다.

 

왼쪽부터 | 마틴의 블루종, 우영미. 티셔츠, 톱맨. 청바지, 유니클로. 선글라스, 레이밴. 루벤의 울 톱, 우영미. 티셔츠 H&M. 청바지, A.P.C. 캡, 커먼 어패어스.

마틴과 루벤 Martin & Ruben(28세), 스튜디오 몽테뉴 뮤지션 우린 우영미의 오랜 팬이다. 우영미 옷의 첫인상은 클래식하지만, 잘 보면 독특하고 유일한 디테일이 숨어 있다. 스튜디오 몽테뉴(www.soundcloud.com/studiomontaigne)는 최근 뉴욕에 기반을 둔 레이블 CSCN와 함께 싱글 앨범 작업을 마쳤다.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음악 작업을 하는 게 일이니까 주말엔 우영미 옷을 차려입고, 와인과 치즈를 먹으러 어디든 나간다. 요즘은 라자자라는 바에 자주 가는데, 음악이 끝내준다.

    에디터
    김경민
    포토그래퍼
    목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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