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레스토랑에서 가장 좋은 자리는?

2015.04.10GQ

정답은 바로 바bar 자리. 바와 자리에 대한 몇가지 팁을 정리했다.

술집에서 한 줄로 나란히 바에 앉아 술만 마시던 시절을 기억하나? 요즘 새로 생긴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이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모습이 자주 보인다. 여기선 앉아서 술만 마시는 게 아니다. 바텐더들이 오리 콩피와 같은 고급 요리를 직접 서빙하기도 한다. 지금도 사람들로 가득 찬 좁은 음식점에서 엉덩이가 팔꿈치에 닿을 듯 말 듯한 꾸부정한 자세로 조심스럽게 음식을 먹는 내 자신을 보니 한 가지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도대체 왜 나는 지금껏 기다란 바에 앉아서 밥 먹을 생각을 못했을까?’ 사실 이런 생각은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다. 맨해튼에 위치한 ‘그랜드 센트럴 오이스터 바’의 구조를 떠올려보면 알 수 있다. 혹은 동네 한 구석에 위치한 당신의 작은 단골 비스트로를 떠올려보아도 좋다. 세상 곳곳에 퍼져 있는 모든 스시바나, 야키토리 음식점도 마찬가지다. 스페인과 일본은 바에 앉아 먹는 즐거움을 수십 년 전부터 익히 알고 활용해온 건 아닐까? 반면 미국의 내로라 하는 레스토랑들은 이제야 겨우 바 자리를 마련하기 시작한 단계다. 비즈니스를 위해 접대를 할 때, 또는 고향에 들러 오랜만에 부모님을 만났을 때, 늘 먼저 떠올리는 화려한 식사의 정석은 바로 ‘테이블을 잡는 것’이었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테이블들이 차지하는 공간은 전체 레스토랑 공간에서 얼마만큼일까? 아마 10퍼센트도 채 되지 않을 테다. 그나마도 화장실 옆 냄새가 풍기는 구역이나 입구 바로 앞(1년 중 적어도 두 계절은 최악) 자리는 꽝이다. 그뿐만 아니라 테이블에 앉으면 무조건 레스토랑 규율의 대상이 된다. 서비스는 너무 늦거나 너무 권위적인 경우가 많다. 조엘 로부숑이 ‘라틀리에’를 파리에 처음 개점한 2003년, 세상은 세기의 요리사가 돌아왔다며 떠들썩거렸다. 당시 그의 레스토랑은 흥미롭게도 바 형태였다. 모든 음식이 카운터에서 카운터로 제공되었다. 이는 모든 사람을 놀라게 만들었다. 2006년에 뉴욕 한복판에 라틀리에 2호점이 문을 열었을 때는 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카운터에 둘러앉아 최고급 요리를 먹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 사람들은 감복했다. 로부숑의 과감한 시도는 대중에게 바 자리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었다. 마리오 바탈리가 만드는 럭셔리 이탤리언 요리의 메카, ‘델 포스토’에서 식사할 땐,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코스 요리를 주문해야 하는 압박감에서 자유롭다. 또, 사전 예약을 할 필요가 없다. 이건 정말 큰 장점이다. 왜냐면 나는 사전 예약을 할 정도로 준비가 철저하지 못하니까. 물론 단점도 있다. 특히 바가 테이블 자리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채워진 경우라면 더 그렇다. 그러나 다음 규칙들을 잘 기억해둔다면 이런 최악의 경우는 모면할 수 있다.

 

[Few Rules]

➀ 바텐더의 수를 세라 언제나 두 명 이상 있는 것이 좋다. 한 명은 테이블을 위한 음료를 만들고 다른 한 명이 바를 책임지는 방식이 효율적이다. 

➁ 자리를 잘 고른다 바가 일자형이라면 절대로 그 끝자락에 앉으면 안 된다. 바텐더가 웨이터에게 술을 넘겨주는 이 구간은 화장실 옆 테이블에 앉는 것과 다름없다. 사람들에게 계속 치일 것이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미워하게 된다. 바텐더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는 가운데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다. 

➂ 무리를 지어 앉는 것을 피한다 90도로 꺾인 코너에 네 명까지 앉을 수는 있지만 별로 권하지 않는다. 최대 인원은 두 명이다.

➃ 애인과 동행한다 바는 데이트를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바는 테이블에 앉는 것보다 서로에게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공간이다. 연인 관계가 오래되어 서로에 대한 애정이 살짝 미지근해진 상태라면 더욱 추천한다. 여자친구와 테이블에 앉아 음식만 바라보며 식사를 하는 것만큼이나 슬픈 일은 없다. 그럴 땐 대화를 할 수 있는 분위기와 센스 있는 바텐더가 필요하다.

➄ 그럼에도 혼자 가는 것이 가장 좋다 가끔은 혼자서 밥을 먹는 시간도 필요하다. 눈치 볼 필요 없고 억지로 말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니까.

➅ 새로운 친구를 사귈 마음의 준비를 한다 사람들이 서로 가깝게 앉게 되는 바에서는 간혹 옆자리 사람과 친해질 수도 있다. 나는 지난 세월, 바에 앉아 얼마나 많은 음식을 낯선 이들과 나눠 먹었는지 모른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생각하는 가장 맛있는 경험이다.

    포토그래퍼
    커트 하탄
    데이비드 장(David Chang, ‘모모푸쿠’ 셰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