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도시의 기운이 영화 전체를 압도하는 경우가 있다. 이탈리아 도시를 담은 3편의 영화.
루키노 비스콘티 <센소> 1954 /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라 노테> 1961 / 페데리코 펠리니 <라 돌체 비타> 1960
한 도시의 기운이 영화 전체를 압도하는 경우가 있다. 감독의 공간에 대한 체험과 이해가 절대적일 터, 20세기 중반에 이탈리아 도시에서 이탈리아 감독이 만든 영화라면 거의 100퍼센트다. 비스콘티의 <센소> 도입부는 라 페니체 극장에서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 공연이 열리는 장면이다. 1792년에 지은 찬란한 극장으로부터 베네치아의 뒷골목까지, 영화는 모두를 파고들며 빛과 어둠을 극적으로 섞어놓는다. 그런가 하면 <라 노떼>에는 수직으로 시작해 수평으로 끝나는 밀라노가 있다. 말하자면 그것은 곡선이 아니라 직선의 세계다. 엘리베이터와 공원, 로켓의 궤적과 대리석 바닥이 펼쳐진 현대. 잔느 모로와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가(둘 다 자로 잰 듯 반듯한 옷을 입고 있다) 밤을 지새고 공원을 걷는 장면을 ‘현대의 새벽’이라 부르면 어떨까? 그리고 로마가 있다. 펠리니의 <라 돌체 비타>는 로마만이 품을 수 있는 웅장한 마력을 분수처럼 뿜어낸다. 내친김에 한 편을 더하자면, 난니 모레티의 <나의 즐거운 일기>가 좋겠다. 베스파를 타고 로마를 달리는 장면은 단박에 여행의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총 3부인데, 1부만 봐도 좋다. 말미에 흐르는 키스 자렛은 아플 만큼 아름답다.
- 에디터
- 장우철, 정우영, 양승철
- ILLUSTRATION
- AHN HYE 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