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원더걸스의 프리스타일

2015.08.04유지성

원더걸스의 ‘I Feel You’는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다.

 

장르로 얘기하니 장르로 받는다. 원더걸스의 < Reboot > 음반 보도 자료엔 이렇게 쓰여 있다. “타이틀 곡 ‘I Feel You’ 는 프리스타일Freestyle 장르의 곡이다. (중략) 신스 악기들과 싱코페이션 기반의 화려한 리듬을 결합시킨 장르로 1987년부터 메인 스트림 시장을 강타, Expose, Cover Girls, The Jets 등의 아티스트들을 필두로 빌보드 차트를 점령했다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뉴 잭 스윙과 하우스 음악에 밀려 사라졌다.” 정확하고 구체적이다. ‘다크한 (갱스터) 힙합’, ‘감성 EDM’ 같이 이게 대체 무슨 소린가 싶은 여타 보도 자료와는 달라 보인다. 물론 ‘I Feel You’를 듣자마자 “이건 프리스타일이다”라고 알아챌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러기엔 박제된 장르에 가깝다. ‘I Feel You’의 티저 영상만 봤을 땐 뭉뚱그린 ‘80년대’가 떠올랐다. 스테이시 Q의 ‘Two of Hearts’를 샘플링해 인기를 끈 ‘Tell Me’의 연장선에 있을 법한 노래를 예상했지만, 박진영과 원더걸스는 그런 기대를 충분히 수용하는 동시에 가장 낯선 지점을 택했다. 당대엔 꽤 큰 인기를 누렸지만, 지금은 ‘레트로’ 음악을 트는 디제이들조차 잘 찾지 않는 비주류 중의 비주류 프리스타일. 이미 프리스타일의 특징은 보도 자료에 잘 설명되어 있지만, 무엇보다 프리스타일을 신스팝을 비롯한 여타 80년대 음악과 구분 짓는 요소는 저돌적이고 직접적인 소리일 것이다. 신스팝의 신시사이저가 어딘가 ‘흩뿌리듯’ 청량감이 있다면, 프리스타일의 신시사이저는 선이 굵고 직선적이다. 리듬 파트도 마찬가지다. 쿵쾅쿵쾅 두드리는 리듬을 때로 쪼개고 때로 겹겹이 쌓으며 전면에 내세운다. 프리스타일은 어차피 전자악기가 악곡을 이끄는 장르. 연주력보다는 소리를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그런 측면에서 ‘I Feel You’는 성공적이다. 음반 전체를 놓고 봐도 소리의 일관성이 돋보인다. 곡마다 조금씩 다른 연주를 하되 같은 그릇 안에 꽉 차게 들어 있는 인상이랄까. 거기서 벗어나 동떨어지거나 혹은 모자라지 않다. 즉, 비슷한 ‘에너지’를 유지하며 느린 곡과 빠른 곡 사이를 오간다. 작곡가가 여럿 섞여 있는데도 그렇다.(7번 트랙 ‘One Black Night’ 이후엔 맥이 풀리는 모습이지만.) 한편 ‘I Feel You’를 듣고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쉬운 비판은 “랩만 없었어도”일 것이다. 하지만 프리스타일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랩이 나오는 것도 썩 어색하진 않다. 프리스타일은 뉴 잭 스윙의 ‘프로토 타입’이라 일컬어질 만큼 힙합과도 긴밀한 관계가 있다. 다만 이왕 랩을 얹을 거라면 좀 더 세게 뱉고 찍어 누르는 듯한 인상이라면 어땠을까. 결과적으로 처음 멤버별 티저가 나왔을 때만큼의 화려한 연주, 또는 ‘Tell Me’ 같이 귀에 콱 박히는 후렴구를 기대했다면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으나, ‘I Feel You’를 대하는 관점은 좀 다를 필요가 있다. 언뜻 익숙한가 싶다가도 낯설게 보는 순간 새롭게 들린다.

원더걸스 ‘I Feel You’

    에디터
    유지성
    COURTESY OF
    JY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