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고 싶은 차가 너무 많아 곤혹스러울 때, 우리는 단 한 대의 차에 집중했다. 9월의 명예는 폭스바겐 골프 R이다.
VOLKSWAGEN GOLF R
엔진 → 1,984cc 직렬 4기통 싱글 터보 가솔린
변속기 → 6단 자동
구동방식 → 상시사륜구동
최고출력 → 292마력
최대토크 → 38.7kg.m
공인연비 → N/A
가격 → 미정
충격적이다. 폭스바겐 골프 R은 어디서나 거의 완벽하게 트랙을 재현해냈다. 북악 스카이웨이거나 유명산에서, 소월길이나 내장산에서라도 그럴 것이다. 부드러우면서도 정확하다. 여전히 냉정하지만 어딘가는 완전히 폭력적이다. 펄펄 끓고 있다는 게 엉덩이 밑에서 느껴진다. 운전 모드는 노멀, 레이스, 에코, 개별 설정 등 네 가지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기어 변속은 변속기를 아래로 툭, 치는 방식으로 드라이브와 스포츠 모드를 넘나들 수 있다. 스포츠 모드에선 7,000rpm을 수시로, 우습게 넘나든다. 레이스 모드로 핸들과 엔진을 충분히 흥분시켜놓고 기어까지 스포츠 모드로 놓으면 호기심, 확신, 흥분, 절정을 넘어 공포에 도달할 때쯤, 머리에 피가 쏠려서 이 도시가 핑- 돌 때쯤 3단으로 스르륵 넘어간다. 도시에서 조심해야 하는 건 경찰의 단속, 가다듬어야 하는 건 운전 실력, 공부해야 하는 건 물리학과 역학일 것이다. 1,984cc 직렬 4기통 가솔린 싱글 터보 엔진의 최고출력은 292마력, 최대토크는 38.7kg.m이다. 시속 100킬로미터에 이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4.9초. 포르쉐 박스터 GTS가 4.7초다. 하지만 골프에는 골프만의 달리기가 있다. 그 짜릿함을 수치로 비교할 순 없다. 폭스바겐 사륜구동 시스템 4모션은 끝까지 버텨준다. 누군가는 “길에 레일이 깔려 있는 줄 알았다”고 썼다. 호기심과 공포를 극복한 후에, 모든 쾌락을 넘어 마침내 시동을 껐을 때 남는 건 오로지 믿음 뿐이다.
INSIDE ➀ 담백하고 구조적인 엔진룸이다. 억지로 꾸민 구석도 없고, 일부러 멋져 보일 마음도 없다. 보이는 그대로 폭스바겐이 만든 2리터 TSI 엔진이 믿음직하게 들어차 있다. 그 아래 ‘R’이라고 작게 쓰여 있다. ➁ 실내는 익숙한 듯 단순하고 고급스럽다. 곳곳에 파란색 세부를 섞어 단정한 멋을 냈다. 시트는 엉덩이와 허리를 꽉 잡아준다. 이렇게까지 내 옆구리를 꼭 안아주는 골프는 없었다. 매우 본격적인 느낌. 만만치 않은 운전이 될 거라는 걸 시동을 걸기 전에 알 수 있다. ➂ 폭스바겐의 2리터 가솔린 엔진과 6단 DSG의 궁합은 이제 의심하면 안 된다. 과감하고 능란하게 엔진의 힘을 조율해낸다.
EVERY GOLF EVERY ME 지금 한국에서 고를 수 있는 골프는 여섯 종류다. 일단 일반적인 골프가 셋이다. 디젤 엔진이 둘, 가솔린 엔진이 하나. 1.6리터 디젤 엔진을 쓰는 골프는 3천1백10만원, 가장 익숙한 감각이다. 또 하나의 디젤 엔진 라인업은 2.0리터 엔진을 쓴다. 확실히 고급스럽다. 가격은 3천4백30만~3천8백40만원. 가솔린 엔진 골프는 1.4리터를 쓴다. 가격은 3천2백70만~3천6백70만원. 여기에 ‘베이비 포르쉐’라는 별명을 가진 고성능 골프가 두 종류 있다. 가솔린 싱글 터보 엔진을 쓰는 GTI는 4천4백80만원, 디젤 싱글 터보 엔진을 쓰는 GTD는 4천3백30만원이다. 해외에선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GTE도 팔리고 있다. 이번엔 골프 R을 더했다. 골프의 세계관이 이렇게 넓다. 압도적으로 다채로운 변주다. 기본기가 튼튼하니까 가능한 일, 이런 차는 누구도 배신하지 않는다.
YOUR SHOPPING LIST 도로에서 이 세대의 차를 만난다면 절대 업수이 여겨선 안 된다. 메르세데스-벤츠 A 45 AMG는 호쾌하게 넓은 품으로 ‘펑펑’ 터지는 소리를 내면서 달린다. 랠리 코스를 달리는 것 같은 기분. 아우디 S3 세단은 마냥 기분이 좋다. 강력한데 부드럽고, 간이 뚝 떨어질 것 같은데도 고급스럽다. 끝내 상쾌해진다. 미니 JCW는 오로지 재미를 추구한다. 제대로, 신나게 운전할 수 있다. 운전 자체가 놀이인 듯, 도시가 놀이터인 듯하다. 모두 내로라하는 고성능 모델이지만 운전의 결은 서로 매우 다르다. 가격이 기준이 될까? 폭스바겐 골프R은 (아마도) 미니와 아우디 사이에 위치할 것이다. 굉장한 설득력이 있다.
- 에디터
- 정우성
- 포토그래퍼
- 정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