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아크네는 누구인가?

2015.10.23GQ

아크네 스튜디오 플래그십 매장이 오픈했다. 서울을 방문한 아크네 스튜디오의 체어맨 미카엘 쉴러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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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에 이렇게 숨겨진 골목이 있는 줄 몰랐다. 넓은 도로 뒤에 살짝 숨겨진 듯한 이 장소가 처음부터 맘에 들었다. 건축은 소피 힉스가 맡았다. 소피 힉스가 생각하는 스웨덴의 이미지는 조용하면서 깨끗하고, 단순한 라이프스타일이었다. 그래서 큰 주제로 라이트 박스라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자세히 보면 이음새를 연결한 흔적이 없다. 교묘히 숨겼다. 햇볕을 은근하게 받을 수 있는 소재를 썼는데, 새 옷을 입어보기 좋은 조건이다.

전 세계 아크네 매장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특유의 가볍고 현대적인 느낌이 난다. 소피 힉스는 시끄럽고 탁한 바깥 환경과 상반되게 고요한 스웨덴의 조각을 이곳에 옮기고 싶어 했다. 그리고 아크네의 담대한 행동이나 강렬한 관점은 내부 인테리어의 굳건한 콘크리트 시멘트로 표현했다. 그래서 이 건축의 이름은 ‘콘트리트 몬스터 인 라이트 박스’다.

컬렉션 외에 아크네가 만드는 콘텐츠들은 다른 브랜드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것이 많다. 예를 들면 버섯을 설치한다던가 아트북을 만든다던가, <아크네 페이퍼> 잡지를 만든다던가. 이런 게 다 수익을 냈는지 의문이다. 브랜드 지분 대부분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니 요한슨과 내가 갖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둘이 서로 인정하는 선에서 원하는 걸 마음껏 한다. 다른 기업은 시스템 층이 더 많고 복잡할 테니 결정할 때 어려움이 따를 거다. 처음 아크네를 만들 때부터 우린 평범한 패션 브랜드와는 다른 일을 하길 원했다. 모든 프로젝트가 항상 성공적이진 않았지만 잘된 적도 많다. 그게 새 프로젝트를 할 용기를 준다. 수익만 확실하다면 투자자나 은행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 유럽 르네상스를 보면 문화와 사업이 매우 깊이 연결되어 있었다. 우리는 메디치가의 사업 철학을 믿는다. 그들은 “거대한 저택, 넓은 식탁과 훌륭한 셰프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도 그렇게 생각한다.

아크네 컬렉션은 쉽고 단순한 디자인이 많다. 사람들이 이런 단순한 디자인에 열광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스웨덴 디자인은 대부분 단순함과 기능성을 추구한다. 물론 세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의 영향을 받는다. 이렇듯 단순한 디자인이지만 좀 더 섬세한 접근을 시도한다. 그런 작은 것들이 브랜드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왜 사람들이 아크네 옷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나?

기본적인 양감, 좋은 소재, 아크네의 그래픽, 당신이 말한 세부 그리고 분홍색 쇼핑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사람들은 숨겨진 세부를 발견했을 때, 특별함을 느낀다. 또 소재는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다. 그리고 당신 말대로 아크네의 분홍색 쇼핑백도 인기가 좋다.

판톤에서 찾을 수 없는 분홍색인 것 같다. 아크네의 폰트도 쇼핑백의 색도 완성하기까지 일 년이 걸렸다. 잘 알려졌듯 아크네는 그래픽 디자인 회사였기 때문에 특화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쇼핑백은 처음엔 검정색이었다. 분홍색으로 바뀌었을 때, 대부분의 남자들이 다시 검정색 쇼핑백으로 바꿔달라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분홍색 쇼핑백을 좋아한다. 쇼핑백은 중국에서 제작하는데, 새 제품이 나올 때마다 색과 질이 같은지 확인하러 간다.

쇼핑백이 새로 나올 때마다 중국에 간다고? 그런 사소한 집착이 남다른 아크네를 만든다. 귀찮다고 생각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가죽 작업을 하고 싶으면 이탈리아 가죽 장인을 찾아가고, 나일론 재킷은 중국이 최고로 잘 만든다. 속옷은 포르투갈이 제일이고, 한국에는 질 좋은 소재가 많다. ‘모든 건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야 한다’ 같은 강박관념은 없다. 합리적이고 능률적으로 일하는 게 중요하다.

처음 요한슨과 이 일을 시작할 때, 지금처럼 전 세계에 매장이 생길 거라고 예상했나? 전혀.

그때 목표는 뭐였나? 상투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우린 과정이 목표였다. 목표를 한 가지로 정하면 다른 게 전부 지루해지기 마련이다. 처음엔 첫 매장을 갖는 게 목표였고, 그 다음은 코펜하겐, 그 다음은 베를린으로 점차 늘어났다. 사람이 일을 너무 많이 하면 이상해진다. 그렇지만 발전이 없는 삶 또한 지루하다. 그래서 그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게 우리의 목표였다.

결과가 아닌 과정을 즐긴다니 부럽다. 패션은 항상 변한다. 카페의 주인은 매일 같은 시나몬 빵을 굽고 항상 찾아오는 단골손님을 기다리면 된다. 하지만 패션은 다르다. 발전해야 한다. 아크네 스튜디오는 지금 매우 활동적인 시기다. 기본이 탄탄해졌고 전 세계에 작지만 확실한 흔적을 남기고 있다. 팝 문화 중심으로 들어가는 요즘, 퍼포먼스 아티스트 보이차일드, 소피 힉스 같은 건축가와 작업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에디터
    김경민
    포토그래퍼
    이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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