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가게에서 파스타 한 그릇을 후루룩 비운다. 밖은 추운데 뱃속은 따뜻하기만 하다.
음식이 영혼의 안식처라면 봄봄의 파스타는 그 안식처의 안락의자쯤 될까? 답답한 일이 목을 죄어올 때, 봄봄의 식탁 앞에서 목구멍을 활짝 연 날이 많다. 그때마다 임도경 오너 셰프는 익숙한 재료의 몰랐던 숨은 맛까지 접시 위해 올려냈다. “내년이면 이 가게가 생긴 지 9년째예요. 그동안 제 나름대로의 구력이 생겼죠. 손님과 신뢰를 쌓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았고요. 그게 세월의 힘이라는 것도요.” 한남동 좁은 골목에 자리 잡은 봄봄에선 셰프와 죽이 잘 맞는 손님이 단골로 남는다. 그리고 손님의 반절 정도는 메뉴판을 보지 않는다. 주방으로 공을 넘기고 흰 접시 위로 돌아올 음식을 기다린다. 사진 속 파스타도 그렇게 카메라 앞에 섰다. 수레바퀴 모양의 로텔레 파스타와 석화. “그리고 케이퍼를 넣었어요. 굴만 먹으면 느끼할 수 있으니까요. 개운하라고 말린 청양고추도 넣고요. 매년 조금씩 진화했어요. 처음엔 스파게티, 다음엔 펜네, 이젠 로텔레로 만들어요. 굴과 함께 찍어먹기 좋죠?” 설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바퀴 세 개와 굴 하나를 한 포크에 우르르 찍어 먹었다.
- 에디터
- 손기은
- 포토그래퍼
- 이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