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테일러링의 제왕, 에드워드 섹스턴

2016.03.13GQ

현대 패션계의 축을 움직이는 남자, 에드워드 섹스턴은 누구인가?

에드웨드 섹스턴 (Edward Sexton 테일러) 아름다운 수트의 조건은 제각각이지만, 우선 에드웨드 섹스턴이란 이름부터 적는다. 1942년생인 그는 여전히 런던 테일러의 정석이자 키 플레이어다. 그의 경력을 살피면 어린 나이에 훌쩍 유명해진 스타 디자이너가 아니라 배워야 할 것, 경험해야 할 단계를 모두 거친 성실한 테일러란 걸 알 수 있다. 그의 수트는 넓고 뾰족한 라펠, 잘록한 허리로 요약되곤 한다. 그에겐 무용담 같은 일화도 많다. 먼저 그 유명한 비틀스가 애비로드 앨범 커버에서 섹스턴의 수트를 입은 것. 다른 하나는 스텔라 매카트니가 클로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시절 섹스턴에게 테일러링 수트의 비책을 전수받은 것. 에드워드 섹스턴은 한 인터뷰에서 “선 몇 개로 그린 그림을 던지고, 완성된 옷에 고개만 끄덕이는 건 디자이너라 할 수 없다. 디자이너란 테일러에게 더 어울리는 말이며 옷이란 고객과 이야기하며 차근차근 완성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답장은 매번 정중했다.

오늘 아침 눈을 떠 가장 먼저 한 생각은? 명상을 한 후 수첩을 보며 오늘 해야 할 모든 일을 생각했다. 오늘 아침엔 뭘 먹었나? 아내가 침대로 차와 생강 비스킷을 가져왔다. 샤워하고 옷을 다 입은 후엔 추운 날씨를 녹이는 오트밀과 꿀을 먹었다. 현재 머무르는 도시와 집이라 부르고 싶은 곳은 어디인가? 현재는 런던 나이츠브리지. 오래 일한 뉴욕은 두 번째 집이다. 런던이나 뉴욕에서 좋아하는 공간은? 내 스튜디오를 가장 좋아하지만, 희망을 주는 성당 브롬프턴 오라토리도 좋다. 뉴욕으로 치면 세인트 패트릭 성당이랄까. 스튜디오 54도 좋고. 가장 좋아하는 해변은? 얼마 전 카리브 해에 다녀왔는데 바베이도스에는 정말 아름다운 해변이 많았다. 그리고 가까운 브라이튼, 자갈 해변도. 좋아하는 호텔은? 뉴욕의 더 세인트 레지스 호텔. 지금 듣고 있는 음악은? 아직도 모타운을 사랑한다. 그들을 이길 자는 없다. 열다섯 살 무렵엔 어떤 모습이었나? 학교를 떠나고 싶었다. 빨리 경력을 시작하고 싶었고, 돈도 좀 벌고 싶었으니까. 런던 코벤트 가든에 있는 라이시엄 댄스 클럽에서 로큰롤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곤 했다. 어린 모드Mod였다. 교복 바지를 슬림하게 고쳐 입었다. 지금 어떤 옷을 입고 있나? 갈색 스리피스 도니골 트위드 수트, 검정 캐시미어 롤넥 점퍼(터틀넥 스웨터)와, 초콜릿색 옥스퍼드 구두.

지금 떠오르는 단어 세 개는? 열정, 정확성, 자부심. 지금 당신에게 중요한 키워드는 무엇인가? 팀에서 어린 친구들이 알려주긴 하지만, 아직도 나에게 해시태그는 미스터리 그 자체다. 지금 몰두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여성 고객을 위한 맞춤 옷을 만들고 있다. 최근엔 여성복을 위한 반 맞춤복(Made to Measure)을 발전시키느라 바빴다. 조만간 협업을 할지도 모르고. 일을 하면서 꼭 지켜야 하는 작은 습관은? 매일 스튜디오를 떠나기 전 보드를 완벽하게 정리한다. 다음 날 새로운 일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 당신의 스타일을 찾은 시기는? 라이프스타일이 결국 개인적인 스타일을 만들었다. 세월과 자기에 대한 확신이 스타일을 더 자연스럽게 매만진다. 당신의 스타일을 위한 한 문장? 자연스러운 우아함과 정교함. 어디에나 적절한 옷차림. 캐주얼하게 입진 않는다. 캐주얼과 후줄근함의 차이는 미세하니까. 당신이 한 일 중 정말 잘한 일은? 파리에서 스텔라 매카트니를 가르친 후 함께 일한 건 내 인생에서 불꽃놀이 같았다. 미래에 내가 없어도 내가 가르친 친구들이 잘해줬으면 한다. 다가올 유행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수트가 아닌 것, 브로큰 수트. 격식을 덜 차린 느낌이지만 관습적인 투피스나 스리피스 수트보다 개성이 강하니까. 당신에게 유행이란 무엇인가? 유행에 열린 마음을 갖는 건 중요하다. 언제나 유행을 좋아하거나 입을 순 없지만, 유행의 존재를 인지하는 건 중요하다.

당신은 1990년 돌연 새빌 로를 떠났다.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말해줄 수 있나? 그때 새빌 로가 재개발되고 있었다. 내가 일하던 건물은 물론 모든 것이 철거 대상이었다. 그 길 전체가 공사 현장 같았고 새빌 로엔 임대할 수 있는 가게가 단 한 곳도 없었다. 친구이자 고객인 디자이너 브루스 올드필드가 나에겐 탄탄한 여성 고객 리스트가 있으니 나이츠브리지에 있는 보샴 플레이스로 오라고 권했다. 1990년대 초기의 보샴 플레이스는 매우 북적였다. 한쪽에 브루스 올드필드가 있고, 반대편엔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점심 식사를 위해 자주 찾던 레스토랑, 샌 로렌조가 있었다. 당신이 생각하는 섹스턴 수트는 무엇인가? 오리지널 섹스턴 컷은 라이딩 재킷의 영향을 받았다. 차이라면 섹스턴 수트는 스퀘어 숄더, 높은 암홀 그리고 넓은 더블 브레스티드 라펠이 싱글 브레스티드 재킷 안에 들어찬 형태라고 요약할 수 있다. 1969년 8월 8일, 비틀스가 애비로드에서 당신의 수트를 입고 앨범 커버를 촬영한 아침을 기억하나? 그날 애비로드에서 앨범 커버를 촬영하는 줄 몰랐고, 내 수트를 입고 있다는 것 역시 몰랐다. 그 시절엔 종종 존 레논, 폴 매카트니, 링고 스타, 가끔 조지 해리슨이 옷을 맞추러 왔다. 그날 비틀스는 평소처럼 우리 옷을 입고 스튜디오에 갔을 뿐이다. 수트를 멋지게 입는 방법이 있다면? 수트가 당신을 입는 게 아니라 당신이 수트를 입어야 한다. 스타일은 거의 대부분 자신감에서 나온다. 새빌 로의 수트를 제외하고 잘 커팅된 수트는 어떤 게 있나?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색깔과 부드럽고 캐주얼한 테일러링을 존경한다. 내가 입을 수 있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진짜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디자이너나 테일러에게 작은 조언을 한다면? 실제로 옷을 만들어보지 않으면 성공적인 디자이너가 될 수 없다. 옷을 물리적으로 어떻게 만드는지 알아야 어떤 부분을 고쳐야 하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이 치켜세우는 말을 다 믿지는 말라.

    에디터
    오충환, 김경민
    일러스트
    조성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