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만난 톰 포드에게선 다정한 향기가 난다.
코트를 껴입어도 움츠러들고, 공기의 냄새마저 금속성을 띤다. 살벌한 추위와 대적하려 할 때 오히려 중요한 건 정서적 온기가 아닐까. 이럴 때일수록 톰 포드의 새로운 향수 옴브레 레더 16은 한마디 격려 같은 위안이 된다. 먼저 코끝에 닿는 건 동물적인 가죽의 향. 그렇다고 미간이 찌푸려질 만큼 강하진 않다. 향기는 이내 부드럽고 따스하게 변한다. 결국 마지막에 남는 건 낡은 가죽 소파에 폭 파묻혀 있는 듯한 안정감, 두툼한 가죽 블루종을 입은 듯한 포근함, 이렇게 생각만으로도 따뜻해지는 감상들. 그리고 촉각이 후각으로 전이되는 신선한 경험. 심지어 향은 돌아서면 금세 다시 생각날 만큼 중독적이다. 그러니 옴브레 레더 16을 뿌린 날은 조심해야 한다. 지나가던 누구라도 당신에게 코를 박거나, 뺨을 부비려 할지도 모르니.
- 에디터
- 윤웅희
- 포토그래퍼
- 이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