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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시계박람회의 톱 5

2017.02.28윤웅희

SIHH 2017의 신제품 중 다섯 점의 시계를 골랐다. 시계의 진화는 어디까지일까? 기술과 미학이 극단적으로 응축된 시계를 보며 시간의 어떤 가치를 느낄 수 있을까?

GREUBEL FORSEY

기울어져 회전하는 투르비옹과 혹처럼 바깥쪽으로 불룩 튀어나온 케이스. 그뢰벨 포지의 독창적인 세부는 여전히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 시계의 진짜 묘미는 따로 있다. 10시 방향에 보이는 컴플리케이션의 정점, 그랑 소네리다. 연구 개발만 꼬박 11년. 사용된 부품 935개. 투명하고도 선명한 소리를 구현하기 위해 어쿠스틱 레조낭스 케이지라는 특별한 구조를 설계하고, 케이스도 티타늄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15분마다 울리는 그랑 소네리는 제야의 종소리처럼 우렁차고 울림도 길다. 그랑 소네리는 프티 소네리나 무음 모드로 바꿀 수 있고, 크라운 위의 푸시 버튼으로 미니트 리피터를 작동시킬 수도 있다. 브랜드를 만들 때부터 원대한 포부를 품었던 이들은 드디어 가장 그뢰벨 포지다운 그랑 소네리를 완성하고야 말았다.

기능 ― 시, 분, 스몰 세컨드, 투르비옹, 그랑 소네리와 프티 소네리, 미니트 리피터, 파워 리저브 표시, 스트라이킹 시스템 파워 리저브 표시

케이스 ― 티타늄, 지름 43.5mm, 사파이어 크리스털 백, 30m 방수

무브먼트 ― 매뉴얼 와인딩, 부품 935개, 85주얼, 72시간 파워 리저브, 시간당 21600번 진동

스트랩 ― 검은색 악어가죽, 티타늄 폴딩 버클

A. LANGE & SÖHNE

투르보그라프 퍼페추얼 푸르 르 메리트는 랑에 운트 죄네의 결정체라 할 만하다. 투르비옹과 라트라팡테 크로노그래프, 퓨제 앤 체인 트랜스미션, 퍼페추얼 캘린더 같은 컴플리케이션이 이 작은 우주 안에 모두 응축되어 있으니까. 43밀리미터 크기의 플래티넘 케이스 안에는 무려 684개 부품을 빽빽하게 담았다. 높은 온도와 압력에서 만들어진 다이아몬드처럼. 기능은 첨단을 달리지만, 생김새는 고전적이라는 점 역시 참 랑에 운트 죄네답다. 고풍스런 문자 배열과 기찻길 모양의 미니트 트랙, 파란 시곗바늘은 전통적인 구조로 배치한 서브 다이얼과 우아한 조화를 이룬다. 투르비옹 케이지 연결부에는 두 개의 작은 다이아몬드를 조심스럽게 박아 넣었다. 바꿀 수 없는 자부심의 표현으로서. 50피스 리미티드 에디션.

레퍼런스 ― 706.025

기능 ― 시, 분, 라트라팡테 크로노그래프, 투르비옹, 퓨제 앤 체인 트랜스미션, 퍼페추얼 캘린더, 문페이즈 표시

케이스 ― 플래티넘, 지름 43mm, 사파이어 크리스털 백, 30m 방수

무브먼트 ― 매뉴얼 와인딩, 부품 684개, 52주얼, 36시간 파워 리저브, 시간당 21600번 진동

스트랩 ― 검은색 악어가죽, 플래티넘 디플로이언트 버클

CARTIER

로통드 드 까르띠에 미니트 리피터 미스터리 더블 투르비옹은 마술 같은 시계다. 허공에 떠 있는 투르비옹 케이지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지구처럼 5분에 한 바퀴씩 움직인다. 어떻게? 그건 시계의 이름처럼 미스터리! 눈속임이 아니라 가히 독창적인 기술력이다. 비밀은 투명한 사파이어 디스크다. 하지만 그 트릭을 모른다면 머리를 쥐어뜯어도 해답을 얻을 수 없다. 6시 방향에는 미니트 리피터를 얹었다. 아름다운 소리로도 우리를 현혹하기 위해서. 케이스는 음향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티타늄으로 만들고, 내부까지 정교하게 깎아냈다. 다이얼을 시원하게 들어낸 과감한 오픈워크 구조도 한몫한다. 블랙 로듐을 입힌 무브먼트와 투명한 투르비옹의 극적인 시각 대비야말로 이 시계를 다시 들여다보게 만드는 이유다.

레퍼런스 ― WHRO0023

기능 ― 시, 분, 미스터리 투르비옹, 미니트 리피터

케이스 ― 티타늄, 지름 45mm, 사파이어 크리스털 백, 30m 방수

무브먼트 ― 매뉴얼 와인딩, 부품 448개, 45주얼, 84시간 파워 리저브, 시간당 21600번 진동

스트랩 ― 검은색 악어가죽, 화이트 골드 디플로이언트 버클

ROGER DUBUIS

대범하게 홈을 판 베젤, 최소한의 부분만 남기고 모조리 깎아낸 무브먼트, 4Hz로 움직이는 네 개의 육중한 스프링 밸런스와 다섯 개의 차동장치, 그 결과 탄생한 115200번의 압도적인 진동수. 엑스칼리버 콰토르는 이미 충분히 초현대적이다. 하지만 로저 드뷔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는 우주 공학과 천문학 분야에서 사용하는 특수 기술 마이크로멜트를 접목해 세계 최초의 코발트 크롬 시계를 선보였다. 이 고성능 합금은 웬만해선 부식되지 않고, 내구성도 높다. 우주에서도 끄떡없고, 잔인한 세월의 흐름에 풍화되지도 않을 것 같다. 블루 PVD 코팅한 브리지와 배럴 케이지는 코발트 크롬의 투명한 은색을 더욱 뚜렷하게 만든다. 카프리 물빛처럼 파란 악어가죽 스트랩을 더해 오직 여덟 개만 선보인다.

레퍼런스 ― RDDBEX0571

기능 ― 시, 분, 파워 리저브 표시

케이스 ― 코발트 크롬, 지름 48mm, 사파이어 크리스털 백, 50m 방수

무브먼트 ― 매뉴얼 와인딩, 부품 590개, 113주얼, 40시간 파워 리저브, 시간당 115200번 진동(28,800×4)

스트랩 ― 파란색 악어가죽, 티타늄 폴딩 버클

MONTBLANC

아직도 몽블랑을 만년필 브랜드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겐 헤리티지 크로노메트리 엑소투르비옹 라트라팡테를 보여주고 싶다. 몽블랑 시계가 이 정도라고. 12시 방향의 거대한 엑소투르비용과 라트라팡테 크로노그래프 그리고 듀얼 타임 기능까지. 이런 고난도 컴플리케이션 워치는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시계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진중한 자세, 긴 시간의 탐구 없이는 나올 수 없는 결과물이니까. 눈꽃처럼 섬세한 마감은 또 어떻고. 매끈한 레드 골드 케이스와 곡선형 혼, 계단식 베젤은 고급 시계라면 기대하기 마련인 탐미적인 가치를 만족시키고도 남는다. 사막 모래처럼 입자가 고운 그레인드 다이얼과 세로 결로 새틴 마감한 상부 다이얼, 스몰 세컨드와 크로노그래프 카운터를 차곡차곡 쌓아 만든 입체적인 얼굴도 잊을 수 없다.

레퍼런스 ― 115993

기능 ― 시, 분, 스몰 세컨드, 라트라팡테 크로노그래프, 투르비옹, 듀얼 타임, 낮밤 디스플레이

케이스 ― 레드 골드, 지름 47mm, 사파이어 크리스털 백, 30m 방수

무브먼트 ― 매뉴얼 와인딩, 부품 432개, 36주얼, 50시간 파워 리저브, 시간당 18000번 진동

스트랩 ― 검은색 악어가죽, 레드 골드 핀 버클

    에디터
    윤웅희
    포토그래퍼
    COURTESY OF MONTBLA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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